올리브영 매장 직원 모집 공고가 떴었다. 처음 지원할 때는 점장님의 추천서를 받아서 서류 통과 했다. 2차로 인적성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다음 공고 모집을 기다렸다. 그 사이에 점장님이 바뀌시고 추천서 없이 자소서를 제출했다. 나는 합격 결과를 기다리며 다음 시험을 준비했다. 다행히도 서류가 패스되고 다음 시험을 치렀다. 정직, 열정, 창의, 존중 중에 정직으로 쭉 밀고 가서 2차도 합격했다. 마지막 3차 시험을 준비하며 긴장 속에서 지냈다.
그런데 두려울 게 없었다. 면접 당일에는 떨리지 않았다. 1년 넘게 평일 크루로 지내면서 우리 지점은 뭐가 잘 팔리는지, 주 고객층은 누구인지, 잘 팔리는 제품의 효능은 무엇인지 등 일하면서 생각해 보고 공부했던 것들이었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래서 토의 면접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대다 면접에서는 안경을 벗고 잘 안 보이는 상태로 면접을 봤다. 면접관들의 얼굴이 흐릿했다. 혹여나 말문이 막히거나 진땀이 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저는 정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일했던 메이트가 업무를 안 하고 핸드폰을 하고 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업무를 하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
' 그래서 점장님께는 말씀드렸나요? '
'... 아니요. 만약 그분이 그 이후로 같은 행동을 했더라면 말했을 것입니다. '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이때 나는 너무 솔직하게 대답했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했던 답변을 후회했다. 하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합격 페이지를 보는 순간 맥이 풀려서 점장님 앞에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 일하고 있던 지점을 퇴사하고, 트레이너로서 본사에 입사했다. 일주일간은 다 같이 교육을 받았다. 어쩔 땐 힘이 너무 들어서 남들 몰래 소파에 눕기도 했다. (그런데 다들 지나가면서 봤다길래 민망했다.)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셨다. 아빠는 우는 나를 보시면서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본사에서 교육을 받고 수습 기간 동안 일할 지점이 정해졌다. 나는 서울/경기로 지원했기 때문에 꽤 먼 곳에 정착했다. 집에서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 쉽지 않았다. 새로운 매장은 문을 11시에 닫았는데 그날 마감까지 근무하는 날에는 집에 새벽 1시가 되어서 도착했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오픈조로 출근할 때는 긴장된 상태 속에서 일했다. 내가 이렇게 큰 매장을 책임져야 한다니, 부담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로테이션을 돌면서 점장님이 짜주신 시간표대로 일했는데 몇 주간은 내가 거의 다 오픈조로 일했다. 물류가 4천 개 가까이 되어서 그걸 혼자 분류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것보다 더 많은 날에는 메이트분의 도움을 받아서 다 같이 일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하는 게 맞나?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게 맞았나?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 트레이너로 시작해서 진급해서 나중에 점장이 되면 그 이후는? 너 그 이후는 뭘 하고 싶어?
답이 없었다. 그 이후의 일이 기대되지 않았다. 쉬는 날에도 회사 단톡에는 늘 카톡이 와있었고, 전날에 실수한 게 있으면 쉬는 날에 카톡으로 피드백이 왔다. 쉬는 게 아니었다. 늘 긴장 속에서 살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퇴사를 했다. 3차 면담까지 있었는데, 마지막 면담은 인사팀과의 면담이었다.
그날 나는 인사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하고 퇴사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포기도 용기라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또 다른 나를 꿈꾸는 나를 위해서.
그렇게 나는 본 전공인 반려동물학과를 살려서 애견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