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내 생을 마감할 때까지

by 김민혜

돌고 돌아 마지막 종착지에 도착했다. 애견 유치원. 그곳에는 나와 결이 맞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업무 강도가 정말 높아서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루 만에 관두기 일쑤였다. 그러다 내가 6개월 이상을 일하면서 최장생으로 일하게 된 프리랜서 파트 애견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다. 돈을 얼마 주시든 상관없었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일들과 경험을 해봤고, 이제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마주치는 직업을 해오다가, 동물을 살피니 책임감과 부담이 장난 아니었다. 보호자 분들과도 대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꾀부리지 않고 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원장님의 30분 (잡도리?)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 서로의 마음에 대하여 심도 깊은 대화를 했다.


그렇게 피드백을 받은 이후, 나는 더 열심히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언제 이곳을 나갈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있는 힘껏 하루를 버텨내고 싶었다. 공황장애가 와도 일을 할 수 있고, 불안장애가 와서 잠을 설치고 출근을 해도 긍정적인 생각을 끌어당겼다. 그럼 그날은 거짓말처럼 하루를 완수했다. 솔직히 어떤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께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평일에 애견 유치원, 카페 알바, 투잡을 뛰면서 몇 개월은 정말 쉴 새 없이 자고, 먹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뿌듯한 건 부모님 게 손 벌리지 않고 1인분을 해내고 있단 사실이다. 잘한 다는 기준이 높아서 그 기준을 낮추려고 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사람에겐 각자에게 맞는 사용설명서가 있다고 한다. 그걸 잘 알아야 내 삶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소망, 거창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것일까. 꼭 있어야 될까?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남들이 있다고 해서 꼭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니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작고 사소한 순간에 발견하는 소망이 있다는 것을.


나는 늘 꿈이 있고 소망이 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저 아이는 어쩜 저렇게 열정적일까. 나에게 없는 것이 부러웠다. 나에게 무수히 많은 재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들을 선망했다. 그런데 그 선망조차 나를 잡아먹으니, 내가 마치 공허한 우주 속에 둥둥 떠다니는 외톨이 같았다.


그러다 내 종교 가치관에서 한 성경 문장을 발견했다. 시 39:7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오,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그때 마음속에 따뜻한 울컥임이 움직였다. 나의 소망은 주님이라는 것을. 원하는 기업에도 들어가 봤고, 돈도 많이 벌어봤고, 하고 싶던 글도 써봤고, 원하던 대학원도 합격했었고 이룬 것이 정말 많았다. 20대에 뭐 그리 짧고도 많은 경험을 했는지. 돈도, 명예도, 외모도, 물질도, 심지어 남자친구까지. 세상적인 그 무엇도 나를 채울 수 없었다. 그저 나에겐 주님 한 분만이 소망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서 결심했다. 은둔했던 시간을 거쳐서 밖으로 나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리고 돈을 벌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가끔은 수천 개의 바늘이 나를 찌르는 통증에 괴롭지만, 그 시간까지 기도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둠도 빛도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주님이 계시기에 나는 그래서 행복하다.


소망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밥을 먹다가, 화장실을 가다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그러니 여유롭게, 자유롭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의 삶을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늘 감사하며.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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