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을 맞아 고향을 다녀왔다. 거의 1년 만의 일이다. 작년 추석은 건강상의 이유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에 양가 부모님 얼굴을 뵐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형제간에도 그간 풀지 못한 회포를 풀었다. 민족 설이 갖는 긍정적 의미라 하겠다.
여러 날 함께하며 서로의 삶을 묻고 교제의 기쁨을 누렸다. 사람은 관계적인 존재이기에 삶의 동력도 사람에게서, 관계 속에서 주어짐을 알게 한다. 가족이기에 그 어떤 긴장감 없이 풀어질 수 있음이 또 기쁨이다.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와 이런저런 준비로 시작한다. 여러 달 계속해서 읽은 책들을 정리하며 흔적을 남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책 읽기는 휘발성이 높아 쉽게 사라진다. 기억조차 어렵게 된다.
한 권의 책 속에 남겨진 잔상을 묵상처럼 한 두줄의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리곤 진하게 밑줄 친 문장들 가운데 마음에 깊이 남은, 아니 울림 있는 문장들을 나만의 글감 창고에 쌓아둔다. 마치 잘 익은 곶감을 하나씩 꺼내 먹듯 말이다.
책 읽기는 삶의 권태로부터 나 자신을 벗어나게 하는 힘이 있다. 영성적인 측면에서 묵상이 그러하듯 말이다. 책 읽기의 즐거움이 발전해 이제는 듣고 쓰고 나누는 자리로 가려한다. 그런 차원에서 바쁜 갑진년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