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을 깨고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이다. 남쪽은 일찍부터 매화로 주변이 환하다. 여러 날 봄비로 날들을 채웠다. 오늘도 하루종일 비 오다 흐림을 이어간다. 언제나 봄은 새로움을 더해준다. 기대와 소망을 품게 한다.
새로운 일에 기대어 선다. 굳게 선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터널을 통과하는 것만 같다. 고도를 기다렸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단순히 믿는 것만으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단순함을 너머 복잡함에 이른다. 사람의 수만큼 그러하다. 그래서 삶을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다. 정의해선 안된다. 정의하는 순간 그것이 허황된 것임을 드러낸다. 삶은 복잡함 그 자체다.
얼마 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황혼녁 사진이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의 경이가 가슴 벅참으로 다가왔다. 담을 순 없지만 아쉬운 마음에 남겨본 사진이다. 하늘은 엘피스다. 엘피스는 희망이다. 아니 소망이다.
소망의 하늘이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