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간, 가상칠언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남겨주신 말씀에서 일곱 가지 주제를 정해 정리한 책이다. “임마누엘에서 새 창조”까지 깊이 있게 다루면서 잔잔한 감동까지 더해주어 감사했다. 좋은 책은 삶의 동력을 더해준다.
갈수록 잠자는 시간이 늦춰져서 걱정이다. 밤사이 잠자리에 들고도 소변이 마려워 여러 번 깨곤 한다. 나이 들면 남자는 전립선에 이상이 온다고 하는데 그 나이가 된 듯싶다. 되도록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으려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 밤도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다. 영국, 폴란드의 사회학자였던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이다. 바우만의 책들은 어려우면서도 쉽고 쉬우면서도 어렵다. 시작부터 잘 이해하면서 따라가야 한다. 줄기를 잘 집고 띠라 가다 보면 크게 얻는 것이 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개념 없이 읽을 경우엔 남는 것이 없다. 그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읽는 이의 문제인 경우도 있다. 집중 내지 몰입을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책 자체의 번역상의 문제인 경우도 있다. 난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열심히 읽었는데 쉽게 잊곤 한다. 그래서 하는 노력 중에 하나가 열심히 밑줄 긋고 표시하고 인용구절을 기록하고 줄거리를 남겨놓는 일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다. 기록하여 남기는 일이 쉽지 않다.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읽고 옮겨 적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놀라운 건 그 책의 내용은 내 기억에서 사라진다는데 있다. 산화되어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오래 붙들어 놓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독서 전문가가 알려준 팁 중에 하나가 기억력을 자극하기 위해선 전혀 관심 밖 분야에 도전하라는 것!!
나에게 바우만은 그런 도전 중에 하나다. 읽다 보면 날 선 검 또는 도끼로 얻어맞는 경험을 한다. 기억에 남지 않을 수가 없고 기록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17년에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남긴 책들은 살아 움직이고 활동한다.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