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을 제일철학이라고 말한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 그의 철학은 타자를 제일 우선한다. 전체주의적 사상이 지배적이던 근대의 철학은 타자를 동일시화시키는 병폐를 낳았다. 동일화 개념 안에는 개인의 고유한 주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1,2차 세계대전이 그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은 전체의 조각 내지 부분, 파편일 뿐이었다.
레비나스는 그 시대를 산 사람이었다. 유대인이었던 그의 철학은 단순히 책상 위에서 성의 없이 흘러나온 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절규였고 몸부림이었다. 시대를 향한, 세상을 향한, 인간을 향한, 신을 향한 외침이었다. 그의 외침은 예언자적 메시지였다. 그것은 모든 타자를 사랑해야 된다는 울림이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뚫고 들어온 비일상, 즉 얼굴의 호소로 다가오는 무한으로써의 타자를 결코 외면하지 않고 절대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환대해야 한다는 외침, 그 외침에 무한으로 반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윤리적 주체가 된다는 가르침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 메시지는 그 당시 시대를, 세상을 움직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의 스승인 후설과 하이데거를 뛰어넘었다. 그의 철학은 매우 종교적이다. 그의 철학에는 유대교의 탈무드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가르침이 등장한다. 마태복음 25장의 양과 염소 비유에서 한 소자에게 물 한 모금,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를 돌아본 환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르틴 하이데거를 한 달간 공부했다. 그리고 그의 제자였던 레비나스를 공부하는 중이다. 그가 남겨준 책들이 있어 감사하다. 전기(1946), 중기(1964), 후기(1991) 저서들의 변천과정에서 그의 사상이 하나님을 향하여 더 깊어져갔음을 알게 됐다. 그를 알게 하시고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