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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미 Jan 02. 2018

마지막에 남는 건,

눈사람을 쌓아 올리는 일이라고 해도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저 눈사람을 쌓아 올리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야.

녹아 사라지는 것이 꼭 허망한 일만은 아닐 거야.    

눈사람을 만드는 동안 우리에게 남는 것이 있을 테니까. 

호호 손을 불어 가며 꾹꾹 눈을 뭉치고, 크게 굴려 갈 때의 기대와 설렘, 

천진한 웃음, 차가운 촉감과 뜨거운 입김도 함께 들어 있잖아.


눈사람은 형체도 없이 녹아 버린다고 해도, 

그 기억은 분명하게 남아 있을 거야.    


시간이 흘러 떠올려 보았을 때 희미하게 미소 짓게 하는 건, 

얼마나 멋진 눈사람을 만들어냈는지도, 얼마나 오래 녹지 않았는지도 아닌 

그것을 만들던 추억인걸.    







#. 열일곱 번째 번짐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 _ 민미레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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