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들이 쓰다듬고 싶은 순간일지도 몰라.
‘호시절’이라는 건,
온통 행복으로만 빛나는 날이나 선물 같은 행운이
찾아온 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먼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켜지듯 밝아지는 기억이나,
찬바람 사이 불쑥불쑥 불어오는 추억은
‘고작 그저 그런’ 일상의 것들이 많다.
아빠의 기타 소리가 낮잠을 방해하던 오후, 엄마랑 방바닥에
엎드려 나중에 살고 싶은 집을 달력 뒷장에 그리던 일,
라면 한 젓가락 때문에 동생과 싸운 일,
친구와 떡볶이를 먹다 흘려 깔깔대던 일.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일상에서 먼 곳만을 바라봤다.
언젠가 좋은 때가 오면 우리의 진짜 삶이 시작될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 뿔뿔이 떨어진 지금,
‘겨우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고 그리워할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남루하다 생각한 시간이 따뜻한 유년의 기억으로 남을 줄 알았을까.
행복은 먼 신기루가 아니라 눈앞의 순간순간이었는데.
아무 색깔도, 향기도 없이 단조로운 일상은 무의미해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지금 이 시간들이 쓰다듬고 싶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좋은 때. 호시절은 지금이다.
#. 열여덟 번째 번짐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 _ 민미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