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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주 Apr 23. 2024

포르투갈로 랄랄라~~~

-여행 갑니다

첫 해외여행지는 후배가 일하고 있는 방콕이었다. 

후배는 서울의 한 NGO단체의 파견 성격으로 

방콕에 있는 국제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거기서 천년만년 있겠냐며 놀러 오라고 성화를 댔다. 

그래서 막 고졸 상태가 된 아들과 함께 방콕행 비행기를 탔고

실질적인 내용은 부부간의 갈등을 터놓을 은밀한 시간을 벌기 위함이 컸으며

결국 방콕은 아들과 나 모두에게 착잡한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첫 해외여행으로부터 깨닫게 된 건 제법 있었다. 

무엇보다 중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 때까지 배웠던 문법 영어가 '꽝'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어릴 때 가족들과 놀러갔던 강에서 빠져 죽을 뻔 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수영을 못 배운 탓에 배 타고 나가 스노클링을 하다 아들과 함께 빠져 죽을 뻔했다. 

아들이 수영을 못 배운 이유는 살을 빼고 나서 배우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는데

그놈은 아직도 살을 빼면 수영장을 가겠노라며 밤 늦은 야식으로 굳은 맹세를 한다. 


첫번째 해외여행은 너무 낯설었다. 

제일 이상한 점은 체온이 한 2도쯤 올라가 있는 느낌이 든 거였다. 

말도 글도 낯선 곳에서의 여행은 설렘보다는 긴장이 온 몸과 마음을 지배해

들뜨지도 즐겁지도 않고 그냥 한없이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아무 것도 예상할 수 없는 주변의 공격성이 상상의 나래를 펴며

내 뇌를 지배한 탓이 컸을 것이다. 

귀국해 동네 구립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워 이제 빠져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 뒤로 해외의 바닷가에서 스노클링을 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영어 역시나 다시 기운차게 시작해보리라 다짐했지만

수영과는 달리 영어는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다. 


그 뒤로 일본, 대만, 필리핀은 일 때문에, 

미국, 캐나다, 알래스카는 다시 그 후배의 닥달 덕분에,

스페인, 크로아티아, 일본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패키지로 다녀왔다. 

1년에 두세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팔자 좋은 친구들에 비하면 세발에 피지만

그래도 알래스카는 그들의 목록에도 없는 경우가 많아 

내 어깨가 약 1미리정도 올라가긴 한다. 

하지만 그 흔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등의 땅을 밟아 본 적이 없어

한없이 고독한 느낌이 든다.  


드디어 햇수로 5년만에 비행기를 탄다. 

이번엔 포르투갈이다!

너무 가고 싶은 파리, 융프라우, 피렌체, 아테네가 될 수 없었던 건

5년 전 고등학교 동창들과 크로아티아를 가게 되었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회비를 함께 모은 친구들과 여행지를 결정하게 되면

되도록 모두가 안 가본 곳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로 간들 무슨 상관이랴~~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 앞에서 체육복을 입고 찍은 빛바랜 사진 속엔

북한군도 무서워서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중2 때의 친구들이 

한껏 싱그러움을 뿜어내며 도발적인 포즈로 웃고있다. 

독수리 5형제가 되기엔 한명이 부족하지만 

중학교 동창 네 명이 포르투갈을 가는 거란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물론 주말에 엄마를 떼어놓지 못할 조카에게 미안하고

(그래서 여행간다는 말은 못하고 그냥 주말 모임으로 얼버무림)

그저 내가 집안에만 쳐박혀 있길 고대하는 엄마한테 미안하고

할머니 밥 차려드리느라 애쓸 꽃다운 청춘 아들에게 미안하고

해마다 4월이면 해결되지 못한 슬픔에 길을 나설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이렇게 미안할 일 투성이지만 이륙을 감행한다. 

친구들의 독려에 편승하여 힘을 얻는다. 

"한국에서의 힘든 짐들은 잠시 내려놓고 

재밌게 즐겁게 보내고 오삼!

너는 충분히 자격이 있으니까!" 

8박 10일!!

짧지도 길지도 않은 자유가 주어졌다.  


포르투갈로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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