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 사이 갇혀버린 현재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흘리는 눈물
슬픈 하루가 지나갔다
누군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폴란드 망명정부의 구겨진 지폐처럼
땅에 나뒹굴고 있는 관심의 조각들은
항상 갈피를 알지 못하다가
세월에 휩쓸려 갔다
인생의 어디쯤
분간할 수 없는 날들이 찾아올 때
나는 항상 슬펐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라고 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눈만 꿈뻑꿈뻑 거리던 어린 시절이었는데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그러나 더 슬픈 일은 자신이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때가 아닐까
자신으로 충만한 다윗왕의 횡포와
사울 왕의 자기 제사는 같은 길 위에 놓여 있었고
곧
가야바의 길과 헤롯의 길도 같은 도상에 남겨져 있었다
거룩한 개인 비도덕 한 집단이라며
라인홀트 니버의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인생은 사회라는 구조 안에서 항상
묶여있는 분홍 코끼리 같았다
사랑이 제일이라더라
그러나
사랑이 머물지 못하는 곳에
아우성만 바벨탑이 되어가더라
하루 종일 시무룩했던 내내
나는 슬픈 사슴처럼
목을 쭉 빼어 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뒷모습으로
걸어온 길을 되돌려 보았다
신뢰하지 못함과 미워함 사이에서
나는 빠져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