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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ug 28. 2018

자기다움과 자아변증

아트렉쳐 연재 시리즈 #1

0. 인트로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그리고 세상과 자신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으로 형성된다. 철학사에서는 이러한 연결방식에서 어떤 것이 먼저 시작되는가에 대한 기나긴 논쟁이 있었다. 정신에서부터 시작해서 물질로 발전하는가? 아니면 물질에서 시작해서 정신으로 발전하는가? 전자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될 것이고, 후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될 것이다. 명확하게 어느 지점은 아니지만, 누구나 정신과 물질의 어느 지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이 의식의 영역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의 영역이나 혹은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는 전의식의 영역에 있을 경우이다. 그래서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 정말로 나 다움은 무엇일까?




1. 자기다움, 자아의 변증법


변증법의 쉽게 이야기하면 '정-반-합'의 순서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개념'에서 출발해서 '현상'으로 발전하고 그러한 '현상'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념이 만나서 더 고양된, 더 풍성한 '이해'가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자기다움'이 자아에 대한 변증법이라고 한다면, 결국은 '자기개념'에서 시작해서 '자기행동'으로 발전하고'자기이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을 '자기다움'이라고 불러보자.  


자기이해에서 자기 표현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일련의 표현들이다. 그 표현들은 언어가 되기도하고, 행동이 되기도 하고, 연주가 되기도 하고, 회화가 되기도 한다. 자기다움에서 자신의 '고유성'이 나온다. 표현한다는 것representation이라는 것은 자기다움이 실시간으로 표현되는데presentation, 그것을 다시 표현하는재현re-presentation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표현의 고유성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게 된다. 자기다움이 정리되지 않은 사람은 재현과정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자기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자신이 고유한 개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흔히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많이 보여진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소위 말하는 '거인들의 어깨'에만 걸터 앉거나, 유명한 이론과 사람들에게 주눅이 들게 되면 자기개념을 정립한다는 생각은 시작조차 할 수가 없다. 자기행위에 대한 자기이해가 없으면 마찬가지로 자기개념은 더 깊어지거나 단단해지지 않는다. 순환논법 같지만, 변증법이 사실은 이렇다. 자기다움이 만들어지는 변증법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있는 사람은 더 강해지고, 없는 사람은 아예 없어진다'


자기다움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행동이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어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다움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인식방법의 도움을 통해서 접하게되는 이미지와 미디어, 글과 사상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자기개념에서 시작하면 가장 좋지만, 조금 더 연습을 하고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 연습이란 다름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롤모델로 삼고 자기개념을 나름대로 그려보는 것이다.




2. 인식방법, 5p


여러가지 인식방법이 있지만 오늘은 '메타인지'라고 부르는 5p 방식을 알아보자.(앞으로 우리는 라캉과 지젝이 이야기한 '상상계-상징계-실재계'의 논의도 알아볼 것이고, 언어를 이해하는 proto-language의 방식도 알아볼 것이다. 그 외의도 회화를 구성하는 7가지 방식-선, 색, 그림자, 빛, 시간, 감정, 질감-도 알아볼 것이다. 또한 이미지와 재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논의도 살펴보고, 보드리야르의 '하이퍼리얼리티'까지 가 볼 것이다. '이미지-문자-움직이는이미지'라는 의미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의 전회에 대해서도 접근해볼 것이다. 그러니 참 긴 여행이 될 것 같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여겨지겠지만 사실은 모든 것들이 철학적이다. 우리가 이성을 사용하는한 지혜를 사랑한다는 원어를 아주 낮은차원에서라도 실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철학에서는 '존재론-인식론-윤리론'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형이상학이라고 부르고 수 많은 철학자들이 자신만의 이해방식을 제시해왔다. 존재론은 '존재론 무엇이고, 어떤 것이 존재하는가?'이다. 인식론은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존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이고 윤리론은 '존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여기까지가 주요한 철학의 고민이고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구성원리가 된다. 윤리론이라는 원리를 지나서면 이제부터는 실재로 움직이는 차원에서의 행태론이 전개된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가운데 행위를 보고 그 행위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행태론은 철학적으로 20세기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나 현상학의 시초인 훗설의 철학이 발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실행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표현, '자기다움'이 나오게 된다. 우리의 정신에서 실제적인 우리의 행위와 개성까지 나오는 과정에서 위에서 살펴본 자아의 변증법이 계속해서 이루어진다.






3. 5p, 샤갈


간략하게 5p인식방법에 대해서 알아봤지만 워낙 철학적인 집약이 많기 때문에 실제 대상을 가지고 분석해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다. 오늘은 워밍업으로 샤갈의 정신세계와 그의 화법에 대해서 5p이론으로 접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제야 워밍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맙소사!) 각각의 단계에 대한 분석을 해보고 그에 따른 작품들을 찾아보자.


- 존재론, 전제

샤갈의 인식 세계속에서 등장하는 '존재'재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샤갈이 가지고 온 범주는 곱쓸머리, 눈, 벨라 샤갈, 사물의 어스름한 경계, 캔버스, 붓, 목걸이와 같은 것들과 함께 가족과 민족이라는 범주도 존재론으로 들어온다. 차원의 논의에서 보면 존재론을 구성하는 것들은 '점'과 같은 1차원적 존재들이다. 그것들은 아직 연결되기 전이고,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샤걀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어린시절부터 그가 성장해가는 과정 가운데서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겪는다. 조금씩 존재들에 대한 이해가 커져가고 존재들끼리 연결되면서 유의미한 관계를 가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인 인식론을 탄생시킨다.


마르크샤갈_나와 마을_1911


- 인식론, 관점

러시아의 비프테스크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에게는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소재들이 자신의 존재론을 만들어가는 요소가 되었고, 이것들이 하나씩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다. 그것은 유대민족이라는 정체성에서 온 세계를 방랑하는 디아스포라된 노마드의 관점이었다. 노마드의 관점에서 유난히 비프테스크만이 아니라 여러장소를 번갈아가면서 날아다니는 샤걀의 그림들이 눈에 띄게 된다. 차원의 논의에서 보면 인식론은 2차원의 세계이다. 존재와 존재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선들이 연결되는 것과 같다. 인간과 국가가 연결되면서 민족이 만들어지고, 민족과 하나님이 연결되면서 유대민족이 만들어진다. 가족과 민족이 연결되면서 유대가정이 되는가 하면, 역사와 화가가 연결되면서 민족화가가 된다. 인식론은 결국 관계짓기, 연결하기의 장이다. 샤갈이 즐겨그린 자화상과 그림에는 자신에 대한 투영이 들어있다. "나의 그림이 친지들의 삶에 어떠한 역할을 하지 못했더라도 그들의 삶과 그들의 세계가 나 예술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 이를 통해서 샤갈에게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느껴진다.


마르크샤갈_도시위에서_1914~1918


- 윤리론, 원리

윤리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2가지의 주된 모디프는 '사랑'과 '민족'이다. 이 모티프를 가지고 계속해서 이미지를 불려가고, 깊이를 더해간다. 먼저 우리는 샤갈이 존재론과 인식론을 통해서 만들어진 관계를 '사랑'의 원리로 삼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원리, 철학의 원리, 표현의 원리로 발전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1920년대 부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연인'에 대한 모티브이다. 비프네스크 위를 날아다닐 때도 꽃 속에서 자신의 낭만을 즐길 때도 자신의 아내 '벨라'를 중심으로 한 세상을 보는 원리가 담겨 있다. "예술에도 삶에서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샤걀은 항상 사랑으로 돌아왔다. "내가 나의 창문을 열기만 하면, 벨라가 푸른 공기 사랑 꽃들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벨라는 순백의 혹은 완전히 검은색의 옷의.입은채 오랜동안 캔버스 위를 떠 다니며 나의 예술을 인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르크샤갈_연인들_1937


아울러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그의 영혼의 자신의 고향, 정체성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바로 '민족'이라는 모티프인 것이다. "생각 속에서 혹은 영혼 속에서 나는 나의 고향으로 돌아온다."라고 말한 것처럼 샤걀의 정신은 윤리에서 다시 인식으로 그리고 다시 존재론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더욱 곤고히 한다. 특히 성경에서 만들어진 유대민족이라는 모티프는 아브라함과 예수를 통해서 회복의 이미지까지 담고 있다. 언젠가는 만나게 되고, 언젠가는 회복되어서 모이게 될 그날을 소망하는 표현이 원리로서, 윤리로서 여러번 드러난다.


마르크샤걀_출애굽_1952~1956


다음 시간 언제쯤 알아보겠지만, 이러한 원리를 표현하는 가운데 회화의 요소들이 필요하다. 세로줄이 5p로 구성된다면 가로줄은 7가지 회화의 요소들이 줄을 이룬다. 자신의 원리가 선에서 나오거나, 빛이나 그림자에서 나오거나 다양하게 작가들은 사용하기도 하지만, 샤걀은 자신의 내면의 세계와 역사적 입체감을 색으로 표현했다. 그가 생각하는 색은 자신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해주는 도구였다. 그래서 다양한 색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 행태론, 실행


행태론은 실제로 작가의 삶에서 드러난다. 자신의 그림과 같이 실제로 그는 어떻게 행동했는가? 러시아 비프테스크에도 1917년 레닌의 볼세비키 혁명이 찾아오고 샤걀에게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는 자리가 생겼다. 거기서 샤걀은 민족과 사랑의 원리를 중심으로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색감의 축제를 연다. 프랑스 파리로 옮겨갔을 때에도, 다시 뉴욕으로 옮겨갔을 때에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론, 인식론, 윤리론을 반복하면서 실천에 옮겼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수많은 작품들은 그의 세계의 축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끼고 좋아하는 에곤실레의 경우 28살의 나이에 단명했지만 수 많은 작품들을 단시간에 발표했다. 실행하는 시간이 짧았지만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만의 개체론, 개성을 찾아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샤걀은 긴 인생의 시간동안 계속해서 다양하게 자신의 '자기다움'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삶을 사는 실행의 단계를 거쳤다. 그러나 '시간은 둑 없는 강'과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은 어디를 가나 계속 반복되고, 실제의 삶도 노마드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행위는 자신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마치고 결국은 자신의 개념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고유성이라는 '자기다움'을 만들어낸다.  


마르크샤걀_시간은 둑 없는 강이다_1930~1939 자


- 개체론, 개성


점점 발표하는 작품이 많아지고, 삶을 살아내는 시간이 많을 수록 샤걀의 작품은 더더욱 자신의 것이 되어 갔다. 자신만의 색, 자신만의 선, 자신만의 명암과 구도 그리고 주제까지 존재론과 인식론에서 만들어진 윤리론의 원리가 여러차례의 실행을 거치면서 결국 자신의 개성이 되는 방식으로 개체론을 완성해 갔다. 이렇게 마스터피스라고 하는 명작은 탄생하게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도 무작정 반복이 아니라 5p의 자기다움을 정리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샤걀의 작품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초기와 다르게 비규칙적인 곡선이 사요오디고 선의 모양도 일정하지 않게 된다. 자신만의 선과 색을 완성해가는 시점에서는 이제 오직 자기를 표현하는 것만을 선택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르크샤걀_대형서커스_1968




4. 자기다움, 자기개념


인생은 원래 차곡차곡 시간과 함께 쌓이는 바둑판과 같다. 나의 생각이, 행동이 하나하나 인생의 바둑판 위에 놓여져서 결국은 지금의 내가 된다. 의식적으로 드러난 부분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숨겨진 부분도 있고 가끔 시간에 따라서 전의식에 반짝거리면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바둑돌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잘 구성된 조화는 패착을 만들지 않고서 계속해서 형세를 만들어가는 대국에 조금씩 다가갈수도 있다. 어느순간 존재론의 구성요소들이 연결되면서 인식론이 되어서 관점을 제시하면 그 관점에 따른 원리가 완성되어가고 그 원리에 따라서 실행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개성이 나온다. 프랙탈함수와 같이 1단위를 넘어가면 그것은 다른 것으로 증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1을 넘어가지 못한 0.9와 같은 함수는 1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만들어지다가 부서지고 부서지다가 만들어지지만 자기증식은 못하게 된다. 마치 완성되지 않은 고민과 덜 놓여진 바둑판과 끊다가 만 라면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자기동일성을 갖는 다양한 프랙탈 구조와 같이 우리는 5p의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아를 확대해 간다.


어느순간 만들어진 자기개념에서 자기행동으로 그리고 자기이해로 돌아가는 변증법을 통해서 자기다움이라는 1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생각, 관계, 공부, 작업, 표현, 말, 사랑과 같은 모든 부분에서 자가증식을 하게 되어 있다. 어느시대나 대가들은 이러한 자기다움을 변증법적으로 완성해가며 그 깊이를 더해갔고 그 결과를 하늘에 쌓았다.


5. outro


처음 떠난 여행은 다소 철학적이고, 다소 애매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수 많은 개념들로, 여러갈래의 방법론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엉성한 그물이 촘촘해지고, 우리의 표현presentation은 조금 더 균일한 재현representation이 될 것이다. 현대철학의 거장들과 만나보고, 그들의 방법론을 배워보기도 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화가들의 작품들을 찾아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결국 우리는 '자기다움'에 대한 고민들이 더해질 것이고, 여행을 마칠 때 쯤이면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가 오롯이 우리의 작품들에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첫 시작을 닫는다.


-min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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