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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Sep 09. 2018

비례와 대표

노회찬_혼합형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로드맵

혼합형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로드맵

노회찬_통합진보당 대변 시절


1. 문제와 상황

  

❍ 오늘 발표의 기본 논지는 선거제도 개혁, 특히 제2투표(정당투표)로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하는 것을 핵심 원리로 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독일식 선거제도가 대표적) 도입을 통해 한국 정당정치의 정상화와 활성화, 그것을 통해 한국정치의 개혁을 꾀하고자 하는 것임.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는 단순히 제도 하나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


❍ 87년 민주화 이후 2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수의 사람들은 “살기 좋아졌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오늘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냉혹한 무한경쟁․적자생존의 사회’임. 평범한 다수로서 보통사람들의 생활이 나아졌다기보다는 오히려 삶의 고통은 가중되는데 그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회 양극화 심화와 빈부격차의 확대’임. 국정 운영의 책임자인 정부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과 불신은 현재 인내의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임.


❍ 2008년 촛불의 기본 메시지는 ‘변화 없이 희망 없다!’(No Change, No Hope!)는 것, 정치권은 뼈를 깎는 성찰과 각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 보통사람들 다수의 요구라는 것임. 그리고 변화의 핵심 걸림돌로 정치‘권’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변화의 진원지이자 출발지는 바로 정치‘권’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이율배반의 심리가 지배적임.


❍ 정치로부터 변화를 구한다고 할 때, 무엇보다도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이며, 현대정치의 핵심은 정당정치’라는 사실에 대한 확인이 중요함. 이 글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①그동안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의 지배적 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지역구도 극복론’ 차원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잘못된 설정이라는 것, ②참여, 대표, 책임성과 같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강화하는 방향 하에서 ‘정치엘리트 중심 정당체제’의 혁신으로 논점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임.


즉, 선거제도 개혁은 대표성의 제고와 동시에 정책정당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하며, 특히 ‘대표성 제고’의 경우 득표율과 의석율 간의 ‘비례성’을 높이고, 일정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세력들의 대표체제 진입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다원성’을 보장하도록 제도개혁이 이루어져야 함.


   




2. 왜, 무엇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인가?  

1) 선거제도의 의미

  

❍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의사와 선거 결과를 어떤 결론으로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장치임. 선거제도가 갖는 효과는 단순히 지지표의 의석전환 과정에서만 발생하지 않음. 선거제도가 표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유권자가 각각의 후보에 대해 갖는 기대효용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임.


❍ 한편 대안적 정치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사회의 정치현실을 둘러싼 특정한 변화의 요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함. 그리고 정치개혁을 지향하거나 특히 정치제도를 개혁하고자 할 때 사회적 에너지가 모아지는 것은 통상 선거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다.

  

❍ 선거제도 개혁을 말하게 되는 맥락은 나라마다 동일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같은 제도라 하더라도 적용되는 나라의 사회적 조건의 특성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낳기도 함.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특정 유형의 선거제도를 개척하거나 도입하게 된 데에는 당시 해당 사회가 직면했던 사회, 정치적 갈등과 균열이 그 배경이 됨.


2) 오늘의 한국 사회, 선거제도 개혁은 무엇을 위한, 무엇을 고치기 위한 것인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정치 변화의 목표는 무엇인가?


❍ 한국의 현행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제도(mixed electoral system)임. 현행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는 경쟁 후보자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한 후보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법으로, 이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는 비례성이 낮아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큰 정당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줌.


또한,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의석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중이 낮음. (299석 가운데 54석, 18%) 따라서 소선거구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그 문제점을 비례대표로 보완하려는 현재의 우리나라의 혼합제는 혼합제 자체의 의미를 살리기 어려움.


❍ 이 제도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까닭은 ‘기존의 지역정당체제’의 재편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임. 지역구도에 의존해 정당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정당체제에서 진보정당 등이 살아남기 어려워, 정당체제의 대표성이 협소할 수밖에 없음.

  

❍ 따라서 현재의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계급계층을 대표하는 정책중심 정당체제를 목표로 다양한 계급계층과 세대, 시민사회의 요구가 안정적으로 반영되도록 정당제제의 대표성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것임.



  

3. 왜 비례대표제 확대인가?  

1) 선거제도 개혁의 기본관점과 평가기준

  

❍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기본관점으로는


① 정당-의회-선거제도의 결합관계를 고려한 속에서 당면 가장 중요한 정치 변화의 목표를 설정하고 선거제도에 관한 계획은 그 아래에 배치되어야 함.


② 선거제도는 각 구성요소(의석할당방식, 선거구제, 투표방식...)별 장·단점이 직접 발현되는 것이 아니므로 구성요소들 간의 ‘조합효과’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함.


③ 인구(유권자)규모, 유권자의 역사적 경험, 정당정치의 현황 등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판단 속에서 제도변화의 효과를 예측하고 평가해야 함.


  

❍ 선거제도에 관한 일반적 평가기준은, 득표의 의석 전환 과정에서의 비례성(득표율과 의석율의 격차로 측정)과 정치적 안정성(정당체제에서의 유효정당 숫자로 측정) 등 두 가지임. 그리고 ① 유권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도, ② 유권자가 자신의 선호를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제도, ③ 유권자의 선택이 왜곡되지 않는 제도가 ‘좋은’ 선거제도라고 할 수 있음.

  

❍ 위의 여러 사항들을 고려할 때 현행 선거제도의 개혁에서 비례대표제 확대는 필수적이며, 특히 독일식 선거제도로 대표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가 좋은 선거제도하고 판단됨.


    

2) 비례대표제 확대가 필요한 이유

  

❍ 현재 가장 중요한 정치변화의 목표가 ‘지역주의 극복’으로 협소하게 설정되는 것은 잘못된 것임. 오히려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개혁의 중요한 목표는 지난 50여년간 독점적으로 지위를 누려온 정치엘리트 중심의 기성 정당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되어야 함. 이 과정에서 그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계급, 계층과 청년 등 세대, 여성, 사회적 약자의 정치적 참여와 대표성 확대가 실현되어야 함. 선거제도의 개혁은 참여, 대표, 책임성과 같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강화하는 방향, 다시 말해 민주개혁의 보편적 내용과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함.

  

❍ 그간의 논의를 볼 때, 한국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는 지역주의-지역구도 극복에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임.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는 ‘지역주의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협애하고 노동배제적인 보수독점적 정당체제 때문에’ 나타난 문제이며, 지역정당체제는 이러한 문제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함.



    

4. 어떤 비례대표제인가?


1) 비례대표제 확대의 방향


❍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당체제는 사회적 요구와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으며, 그 결과 유권자의 저항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음. 우리의 경우 유권자가 정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통로는 크게 제약되어 있음. 즉 유권자가 가진 ‘종이돌(paper stone)’은 기성 지역정당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당들이 대표하고 있는 정치적 대안에서 자신의 이해와 선호가 대변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차선의 대안을 선택하거나 투표 불참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 행위임. 민주화 이후 기권층의 급속한 증대는 지역정당체제가 시민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정당체제의 정치적 통합력이 대단히 취약함을 의미함.

  

❍ 한국정치를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결국 선거제도 개혁, 나아가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수용은 한국정치가 직면한 이와 같은 비민주적 대표와 왜곡된 참여나 책임성 구조를 바꾸는 방향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임.

  

2) ‘혼합형 비례대표제’ / 독일식 선거제도 도입의 의미

  

❍ 혼합형 비례대표제, 그 상징인 독일식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와 단순다수제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로 평가되면서 정치제도를 둘러싼 논의에서는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 옴.


독일식 선거제도의 핵심 특징은 각 정당의 총 의석수가 정당투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즉 독일식에서는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수와 관계없이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총 의석수가 결정됨. 이에 따라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율이 거의 일치하며(비례성의 증대), 이는 우리나라의 현행 선거제도가 가진 대표성 왜곡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함.

  

❍ 독일식 선거제도를 통한 정치개혁의 방향은 전후 독일이 새로운 선거제도를 통해 발전시키고자 했던 방향, 즉 극우파시즘 주도 정당체제의 극복과 노동통합적 사회구조를 개척하고자 했던 그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임.

  

❍ 독일식 선거제도가 직접적 대표성과 높은 비례대표성을 가지면서 새로운 선거제도 모델로 평가될 수 있었던 핵심은, 그것이 정당체제의 이념적 대표의 범위를 넓혀 보수독점적 정당체제를 해체하고, 노동배제적 정치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사회의 생산적 자원의 할당과 재분배에 있어 조직된 노동의 광범한 공적 역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 때문임.


❍ 독일식 선거제도가 안내하고자 했고, 또 뒷받침하고자 했던 이 두 요소, 즉 ①정당체제적 차원에서 구체제의 정치세력을 해체하고 민주적 헌정체제의 범위 안에서 (파시즘 체제 하에서 억압되었던) 자유로운 이념적 대표의 체제를 발전시키는 것, ②사회적 하부구조의 차원에서, 구체제 하에서 배제되고 억압되었던 노동의 시민권을 정치, 경제, 사회의 넓은 영역에서 허용하고, 이들이 정책결정과 집행의 과정에 참여하여 공적 기능과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도 긴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음.


❍ 한국정치에 있어서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한국적 현실에 튼튼히 기초해야 하고,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의 구조에 깊이 천착해야 한다는 것임. 즉, 유권자의 대표성과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고, 사회경제적 균열이 제대로 반영된 정당정치체제에서 사회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우리사회의 정치적 통합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함. 이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지역정당체제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길이 될 것임.


3) 석패율제 도입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 석패율제란 기본적으로 1인 소선거구에 출마한 다수의 후보자를 비례대표 명부의 동일 순위에 중복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고, 선거결과 비례대표 동일 순위 후보 가운데 소선거구에서 가장 작은 득표율 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 당선자로 결정하는 제도임.


  


❍ 석패율제 도입 논의의 핵심 문제는 무엇보다도 이 쟁점이 과거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와 거의 흡사하게 지역구도 탈피를 기본 목적으로 해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임. 결국 석패율제의 도입은 정치적 대표체제의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 방향과 관련하여 역작용이 우려됨. 즉 석패율제의 도입은 비례제 고유의 취지인 대표성을 약화시키고 비례제에도 지역대표성을 접목시키는 것으로 사회적 대표성의 강화라는 선거제도의 개선방향에 전혀 부합하지 않음.


❍ 석패율제 도입으로 지역정당구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기성 정당의 지역적으로 편중된 엘리트 충원구조가 극복된다고 보기는 어려움. 석패율제를 통해 지역구 탈락후보를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범위는 3~5석 정도이며,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석패율제의 지역정당구도 완화 효과 역시 이 정도 수준인 것으로 보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호남이나 영남에서 몇 석을 얻는다고 지역정당의 이미지가 바로 사라질까? 실제 민주당의 경우 경남에서 의석을 얻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의 지역정당 이미지가 약화되었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임.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는 설령 3~5석 수준의 의석 확보가 지역대표성에 기반하고 있느냐에 관한 문제. 즉 석패율제 찬성론에 따르면 마치 지역구 출마 자체로 지역대표성이 보장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 즉 특정 지역구에 대한 지역대표성은 엄연히 지역구 당선자에게 있으며, 지역구 탈락자는 지역구 탈락자일 뿐 그가 비례명부를 통해 구제받았다고 지역대표성이 바로 부여되지는 않는다는 것임. 여기에 설령 석패율로 당선된 후보의 지역대표성을 인정하더라도 특정 지역은 2인이 대표를 하게 되어 지역구 선거 당선자 1인 지역을 대표하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음.

  

❍ 반면, 현재 의석 규모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한다면, 비례대표제를 통한 소수대표성 확보나, 정당의 정책 및 이념적 지향을 정책화해나가는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오히려 거대 양당의 중견 정치인들의 안정적인 정치진출 통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석패율제로 구제된 의원들, 이른바 ‘좀비 의원’들은 명목상 비례대표이지만 사실상 해당 지역구를 대표하는 의원인 셈이며, 이들로 인해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농후함.


  


❍ 아직 공천제도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뿌리내리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석패율제의 도입은 보스나 파벌에 의해 공천권이 독점되거나 담합식 거래의 대상이 됨으로써 유권자 이해 요구에 부합되지 않은 보스중심 혹은 파벌간 담합정치를 가져올 수 있음. 정치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스중심 혹은 파벌간 담합정치라는 틀 속에서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음. 그로 인해 사회적 요구에 대한 정당의 반응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


❍ 더구나 오랜 역사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대표체제가 ‘양당 우위 다당제’라는 특성을 지녀왔음을 고려할 때, 석패율제는 비례성 진작보다는 양대 정당의 의석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음.

  

4)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의 쟁점 : 의원정수 조정 문제

  

❍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우리 정치현실에 도입한다고 할 때, 쟁점은 첫째, 제2투표인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총 배분의석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 둘째 전체 의석수를 어느 정도로 하고, 그 가운데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임.

  

❍ 첫째, 제2투표인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총 배분의석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의 지지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됨. 이러한 제도 설계는 전체의석수,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의석수 배분비율에 연동해서 논의되는 것이 타당함.


❍ 둘째 전체 의석수를 어느 정도로 하고, 그 가운데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 현재 299석(지역구 245석, 비례의석 54석)인 현재의 의석수는 인구수에 비해 규모가 작음. 주요 국가별 비교 차원에서 유권자 수 대비 국회의원 수를 볼 때, 한국의 적정 국회의원 수는 345석에서 365석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진단임.


❍ 물론 의석수를 늘리는 문제는 정당과 정치인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집단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임. 그럼에도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진지하게 자신들의 문제를 성찰하고,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이해를 대표하고자 하는 정치혁신에 나서는 것을 전제로, 정치적 경쟁과 사회경제적 갈등을 조정하는 좋은 정치제도 만들겠다고 한다면 국회의원 의석수 증가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함.


뉴질랜드 사례가 있음. 1위 대표제였던 뉴질랜드에서 정치적 대표성이 왜곡되는 선거제도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과 실망이 높아지면서 군소정당,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시작했고, 그 결과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제도 개혁을 이루었음.


❍ 기본적으로 정당득표율에 의한 전체의석의 배분이라는 기준을 갖고, 국회의원 의석수를 대략 345석에서 365석 정도로 늘린다는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지역구의 획정과 비례대표 의석수의 결정은 보다 구체적인 세부기준과 국민적 참여에 기반해 실현가능한 방안과 절차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임.

  


  

4. 맺는 글 : 어떻게 관철시킬 수 있을까?


  

1) 선거제도 개혁의 현실적 출발점

  

❍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는 나름대로 엄청난 변화는 있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실질적인 민주화의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려움. 정치적 권위 구조의 약화, 정치적 투명성의 증대, 전문성 증대 등은 더욱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의 참여 확대, 대표의 포괄성, 책임성의 증대 등 민주주의의 여러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정치는 여전히 정체상태라고 할 수 도 있음.

  

❍ 정치적 대표체제(정당체제)가 민주주의의 가치와 병행하여 발전하는 것이 정치발전의 핵심임. 중요한 것은 정당들의 배열구조라고 할 수 있는 정당체제의 계층적․이념적 기반을 확대하는 민주개혁에 있는 것이지, 개별 정당조직 내부의 권위 구조를 분해하는 것이 핵심은 아님.


그런데 현실에서는 정당과 지지자를 지속적으로 결속시키는 공동체적 연대감 내지 충성심의 발전을 희생시키는 정당체제를 만들어왔고, 정치체제 전반의 사회적 기반은 계속 취약해졌으며, 정치참여에 대한 욕구는 축소되어왔음. 결국 정치의 세계와 시민의 세계 사이의 직접적이고 일상적인 연계망은 더욱 더 국면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되고 말았음.

  

❍ 오늘의 한국정치에서 선거제도 개혁, 혼합형 비례대표제 또는 독일식 제도를 논의해야 할 만큼 변화가 요구되는 특정한 현실은 무엇인가? 기성 정치, 정당체제의 불만과 다양한 계급계층별, 세대별 정치참여욕구의 확대 등 정치현실을 둘러싼 특정한 변화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함.

  

❍ 이런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과, 새로운 제도선택의 합의에 참여한 주요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존재하는 현실이 선거제도 개혁의 구체적인 출발점임.


2)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위한 이중의 로드맵

  

❍ 혼합형 비례대표제(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한국정치판) 도입을 위한 이중의 로드맵이 필요함.

  

❍ 하나는, 국민적 명분 확보와 국민들 설득 문제임. 기성 제도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불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의 공존이라는 이율배반적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제도 개혁방안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광범위한 계급계층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연합기구’가 형성되어야 함.


❍ 다른 하나는, 정치권 내의 선거제도 개혁, 혼합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위한 ‘선거제도개혁 의제연합’ 형성 문제임.

  

❍ 지금부터 국회의원 의석수 확대와 혼합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개혁을 한 축으로 동의하는 정당간 또는 정치인들 사이의 의제연합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계급계층 및 세대, 시민사회의 압박을 통해 정치개혁의 핵심 이슈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중요함. 총선에 임하는 정당과 후보들이 이러한 의제연합에 참여해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19대 총선 이후에도 본격적인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며,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함.


하나의 방안으로, 뉴질랜드 사례처럼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과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함.

  

❍ 끝으로 청년의 정치세력화와 비례대표제 도입은 ‘1+1=2’가 아닌 그 이상이 될 정도로 한국정치 발전의 쌍두마차임. 독일 녹색당의 20대 국회의원 배출은 개인의 정치적 진출이 아닌 정치체제의 결과임. 청년세대는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다른 계층이나 세대에 비해 자신의 정치적 대표성을 실현하지 못했음. 청년의 정치세력화, 청년세대의 정치적 대표성을 실현하기 위해 올바른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청년세대의 사회경제적 이해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길이 될 것임. 그런 점에서 청년세대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 참여는 한국정치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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