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May 07. 2019

일기와 일기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시간에서 향기가 났다

하루가 지나가는 사이에 깊은 향기가 났다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해가지는 저녁까지

시간에서 짙은 향기가 묻어났다


작은 삶의 편린들이 모여들어서

하루를 이루고 한달을 이루었고


그 사이에 향기나는 시간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 손에 쥐어 주고 있었다


가속화되는 삶 속에서

시간의 향기는 날아간다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를 만큼,

중력이 내게 23g의 무게를 지우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어디론가 가는

회색인간의 얼굴에서는


향기도 미소도

인간도 없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나만 그런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랬다


시간은 언제나 붙잡아 버리면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식물처럼


붙아서 소유하려고 들면

썩은내가 진동하는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일기를 쓰는 오늘은

어제의 기대감이 쌓아놓은 바벨이었다


어느순간 미래를 기대하는 것보다

과거를 회상하는 날이 더 기쁠 때


내가 그려놓은 인생의 궤적에

어떤 일기가 남을까 돌아가본다


시간이 가속되기 전에

시간위의 존재가 새로운 옷을 입기 전에


나는 일기에 나를 잘 적어 놓아야한다

나를 잊어먹지 않기 위해


내일도 같은 이름의

일기장을 찾기 위해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내가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뢰와 불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