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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23. 2019

신뢰와 불신

어려운 마음을 가지고서 관계가 끊어진 곳에서


#1


마음이 무거운 일이 있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무거운 짐 같은 체증이 가끔 올라오면 한참을 서서 심호흡을 하고 돌아선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신념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깐 신념을 포기하면 그만인 것을, 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해결될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소개해줬고 그곳에서 많은 일들이 발생해서 결국은 일자리를 강제로 그만두게 되는 일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책임이 어느 정도 소개를 해 준 사람에게 돌아가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나의 문제인듯하다가 시간을 지내면서 그 관계 안에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관계를 잘 맺고 있는 것일까? 나는 너무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고민까지 하게 된다.


#2


신뢰의 속도는 항상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뢰는 잘 만들어지기 하지만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흔히 신뢰는 성실함, 의도의 순수함, 충분한 역량, 최대한의 성과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중에서 어부분이라도 맞지 않는다면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나는 잘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은 내가 가진 신뢰의 수준이 아니라 내가 소개해준 친구, 그리고 그 친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지점에 있는가였다. 나는 반대로 그들을 신뢰하고 있었으니깐 서로를 소개해줬을 텐데. 내가 어떤 부분에서 놓치고 있었을까? 그냥 쉽게 그건 그들의 문제야~라고 넘기기에는 토요일 오후가 계속 우울해져만 간다.


#3


사람 사이에서 참 신기하면서도 불편한 지점들이 많다. 내가 저 사람을 믿고 신뢰하고 일을 하면 즐겁게 만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고 희생이 따르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자유의지로 선택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문제도 끌어 앉고 갈 것인지 아니면 이걸 그만하기로 선언해야 하는지? 또 다른 이가  나에 대해서 혹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생긴다. 일단 한번 깨어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물론 행동의 변화가 생각의 변화까지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들어서 겨우 바뀌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속적인 만남에서는 가능한 회복이지만, 지속적이지 않은 관계에서는 다시는 회복되지 않은 체로 사회적인 연결고리는 끊어져 버리고 만다.


#4


미성숙함에 대해서 고민해 본다. 어른이 되면 대부분 머라고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어진다. 그리고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신의 미성숙함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버리는 합리화의 과정이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 이렇게 방어적인 삶의 기술이 늘어가면서 내면은 텅 비어있거나 엄청 꼬여 있고, 외부는 아주 매끈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꼬여있는 내면으로 어떤 자극이 들어가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매우 복잡 다단, 임시적인 것들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예측할 수 없는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미성숙은 사실은 자기반성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지점에 서 있다. 나는 나의 내면에 어떤 미성숙이 있기에 이렇게 힘들어할까라는 생각 말이다. 미성숙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성숙함으로 대처하기도 하지만 미성숙함으로 똑같이 대처하는 방법도 있다. 슬픈 지점은 ‘대처’라는 기술적인 차원으로 인간을 대한다는 것에 있다. 여기서 나의 신념과 부딪히는 지점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고 판단이나 비난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보자고 할 때, 자연스럽게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5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나의 비전이었는데 ‘내일의 절망이 이미 정해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여기서 변혁적인 세계관이 작동하면 끼어들겠지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너무나 가벼워지는 영혼의 한계를 느껴버린다. 누군가는 애매한 충고로 그건 너의 손을 떠났으니 더 이상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서 쉽게 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불편한 상황에서 계속 서성이면서 고뇌하고 아파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열릴지를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 뒤집어서도 생각해본다. 조금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6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겠지, 인간에 대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긍정을. 그렇지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제적인 대안에 대한 탐구는 반드시 있어야겠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과 내가 그 가운데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인생의 나이테는 계속 늘어가고 가끔씩 마음의 벌레가 먹어서 나이테가 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성숙과 성장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다 잡아 본다. 마음을 다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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