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두가 잠든 순간 혼자서 시간을 걷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다들 모두 자신의 무의식으로 돌아갔는데 나는 아직도 또렷한 의식을 부여잡고 미래와 과거를 넘너들면서 현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느낄 때이다. 요즘들어 2시를 넘어서 잠드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지만 잠드는 시간이 늘어지는 이유는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다는 조바심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러다가 죽을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무엇인가를 남기고자 이렇게 글이라도 남기고 있다. 시간 위의 존재에서 새로운 시간이 찾아오는 것은 '목적격 자아'들이 모두 잠든 사이에야 비로소 '주격 자아'가 부활하기 때문이겠다.
2.
시간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시간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어느순간 '아 벌써 퇴근 시간이네!' 혹은 '아 벌써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네!'라고 말하는 때가 온다. 시간이 빨라지면 시간 위에 있는 존재의 느낌도 빨라지기 마련인데, 너무 빨라지는 시간 위에서 존재는 스스로를 반성할 시간없이 시간 자체에 매몰되어 버린다. 그러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보다, 이 시간에 나는 무엇을 했나로 자신을 규정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빠른 시간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자신의 성과를 문제삼기 시작한다. 시간의 흐름에서 리듬은 사라지고, 목적만 남아서 우리가 누구인지 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만을 보여준다.
3.
많이 경험했다. 비판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자신도 말하면서 대안은 없지만 마음 속에 쌓여 있는 울화통을 꺼내어 놓는 것 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사람들을. 나도 때론 영혼의 무덤 속에 잠자고 있는 이 사회를 향한 분노와 적폐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한 없이 끌어 올려서 증오의 열매를 낳기도 했으나, 사실 그런다고 세상이 바꾸지 않는다. 적폐 세력이 물러 간다고, 혹은 그들이 누리던 특권을 누리지 않게 만든다고 해서 세상이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뻔하게 굴러가는 시간의 부패를 정지시킬 수는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할 일은 옳은 방향에 맞는 미래 가치를 현재로 끌어 오는 일을 해야 한다. 대안은 어떤 방향에 발을 들여 놓는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러므로 방향에 대한 고민이 먼저이다. 무엇을 하려고 하기 전에 이 방향이 맞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먼저이다.
4.
거버넌스를 고민하고 있다. 미래 정부의 가치를 그려보고 있다. 어떤 정부여야 할까?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우리 안에 가장 소외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건들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회학적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이 현실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 나는 한 발작 앞으로 걸어야 한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면 사랑한다는 뜻이라는데, 요즘들어 어르신들의 뒷모습에 눈물을 감추는 날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