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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Oct 20. 2018

소년과 세계

내안에 살고 있는 소년과 만나기

언제까지 나는 소년이었을까?

언제까지 나는 정말 나다움을 느꼈을까?


아니 처음부터 나 다웠을 때가 있었을까?

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나는 온전히 나였을까?


사람은 누구나 내면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그 정원에는 우리의 일상들이 하나하나 뿌려진다


깊이 있게 뿌려진 어떤 일상들은

때론 뿌리를 내리고 삐쭉삐쭉


무의식에서 의식속으로 고개를 내밀고서는

‘안녕 나는 너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면 나는 그 기억들을 기점으로해서

여러가지 이미지들을 가져다가 붙이고


어떤 형상을 만들어낸다

‘나’라는 자아를 생각할 때면 항상 찾게 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거기에

꿈, 낭만, 별, 바람, 바다와 같은 배경이 덧입혀지면서


아름다운 정원이 때론 대륙이 되고

때론 산맥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과 역사가 쌓아 놓은

내면의 세계는 점점 확장을 해 나간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내면의 공간에는

정원이, 산맥이, 바다가, 대륙이 펼쳐져 있다


거기에 어떤 날씨가 불어닦치는가가

그날의 기분이 되는 것이고


때론 내면의 전쟁이 일어나면

흥분되는 과정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인사이드에서 생기는 일 중에

어떤 것은 아웃사이드로 나와서


실제를 구성해 내기도 하고

아웃사이드의 일들이 내면으로 들어와서


세계를 파괴하기도 하고 더욱

낭만적인 정원을 이루기도 한다




그 세계에 소년이 살고 있다

소년은 나름의 감성으로 하루를 살아 간다


내면의 세계는 나름의 규칙과

체계들이 있어서 소년은 지나다닐때마다


어떤 통과의례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끝없는 초원이라서


달리고 걷고 즐기면서 소년은

나름의 기쁨들을 느끼고 있다


가끔 그 소년을 밖으로 불러내어서

함께 이야기를 하면 금새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또 언제는 그 소년이 침울하다면서

술을 한잔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말없이


그냥 같이 앉아서 세상의 시름과

인생의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소년이 들려줄 때는 나도 너무 잼있다


그럼 나는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

그 때 이런 일이 소년에게 이런 아픔을 줬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 또 위로도 하면서

폭풍이 지나간 내면의 정원을 같이 정리하기도 한다




헤밍웨이의 소설을 읽을 때면

소년은 벌써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주인공이 되어서


내면의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나는 소년의 공연을 보면서 그건 아니고, 이건 맞는데?라고


자연스레 감독처럼 지시를 한다

소년은 또 잘 받아서 진짜 헤밍웨이는 무슨 고민이 있었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소년과 함께 지내면서

때론 세상의 일들을 알려주고


많은 시간은 소년의 감성을 들으면서

‘어머니, 시, 별, 노래’와 같은 소중한 것들을 배운다


진짜 내가 나 다울 때는 그 소년과 내가

같이 손잡고 걸어가면서 즐거울 때이다


소년의 말이 곧 나의 말이 되고

소년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되고


그럴때는 얼굴에서 빛이 나고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발걸음은 절로 춤을 추고

어떤 것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내면의 소년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쑥쓰러워 한다


자기는 사실 그렇게 멋져 보이거나

대단한 탐험가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말한 ‘감성’하나 만큼은

누구 못지 않는다고 한다


소년의 감성으로 바로보는 밤 하늘은

별들이 이야기가 천일동안 지속되고


바람들의 걸음걸이가

80일간의 세계일주를 하는 은하수 천지다


나는 소년과 대화하는 내내

이렇게 수다쟁이가 되어서 내 친구를 소개한다


진짜 내가 되어서 쓰는 글은

글쓰는 내내 아빠미소가 어리었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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