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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Nov 10. 2018

단풍과 가을

내장산 단풍놀이와 변산반도

6개월 만이었다. 이모와 혜림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이번에는 변산반도와 내장산으로 출발하였다. 내장산근처에서 숙박할 곳이 만만치 않았기때문에 정읍역에서 내려서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어반하우스에서 숙소를 잡았다. 내려가는 길 가을은 어느덧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고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고, 어머니는 인생의 조그마한 시름들을 창밖으로 던져내시면서 달콤한 잠이 들었다 말았다 하셨다. 이번 여행은 어떤 자연들을 만나고, 어떤 이미지들이 다가오고 어떤 관계가 생겨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는 ‘친절한 민기사’로 변신했다.



1. 곰소시장

우리나라에서 젓갈하면 가장 유명한 곰소시장. 정읍역에서 차를 빌려서 20분정도 변산반도로 이동하자 아니다 다를까 빨간색의 관광버스로 가득한 좁은 도로가 나온다. 사람들이 저마다 손에 한가득 미역이며 멸치며, 소금이며 갈치 말린것들을 집어 들고서 바쁘게 돌아다닌다. 곰소젓갈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머니와 이모는 여기저기 어릴적 전라도 해남에서 경험했던 ‘맛’을 찾아다 분주해지셨다. 나는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름의 감성과 낭만으로 곰소의 역사를 찾아보고, 시간의 무상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이런 시간이 좋았다.

비록 물회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갓 잡아서 튀긴 새우튀김을 20개나 사고 병어를 16자리나 샀다. 바로 튀겨서 먹으니 바삭바삭해서 머리까지 다 먹고 말았다. 아주 맛났던 기억만 남았던 곰소시장의 별미였다. 이제 우리는 10분여정도를 지나서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들어갔다.


2. 변산반도, 내소사

내수사하면 1000년이나 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고 한다. 백제의 문화권에서 보면 전통이라는 것은 이런 백제의 혼과 숨이 깃들인 것들이다. 그런데 경주같은 곳은 전통이라고 하면 신라의 향기가 느껴지는 첨성대나 고분과 같은 것들이겠다. 각자가 생각하는 전통이라는 상상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생각들을 하는 것일까? 실재의 문양, 패턴, 구조물, 맛, 이용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상상계가 달라진 것이 아닐까? 아무튼 상징계에서는 ‘전통’이라고 말하고 전통적인 것이 친숙하게 다가오기는 한다. 아쉽게도 2시에 이미 홍진영씨가 다녀갔다고 한다. 산사 음악회를 했다고 하는데, 아쉽다.


절에 가면 시간을 조금 천천히 흘려 보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이렇게 느린시간으로 걷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지 모르겠다. 운전을 해서 울금 막걸리에 파전은 힘들었지만, 도토로묵과 파전은 너무나 신선하여 그냥 꿀보다 더 달더라고.



3. 채석강

숙소가 변산반도 동쪽에 있어서 가는 길에 여러가지 장관을 만나게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중에 구름과 아름다운 해변의 경치가 들어 온다. 어머니는 해가 지는 저 곳에서는 너무 뜨거워서 고기들이 익어 버린다고 해학과 풍자를 넘겨 주셨다. 귀여워지고 있는 어머니. 그냥 조용히 감상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다 예술이다. 맞다 맞아.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우리 주변에 풍부하게 넘쳐나고 있었을 것이다. 30분을 더 가니 그 유명한 채석강의 강변에 주상절리가 나온다. 저녁즈음이라서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더 운치있고 감상적이었다. 이것들을 보면서 들뢰즤의 탈지층화, 탈영토화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 그런것인가?




4. 내장산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내장산이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것과 거의 10만명 이상은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10만명 정도가 11월 3일 토요일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주차장까지 이르는 8킬로를 가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오히려 걸어가는게 더더욱 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장산은 역시 단풍이 내장들처럼 고이고이 쌓여서 아름다운 광경을 선물했다. 내장산 안에는 내장사가 있다. 나는 특히 풍경소리를 좋아하는데, 내장사에서 단풍과 함께 감상하는 풍경소리는 기가 막혔다. 아 좋다!




5. 동학농민운동 기념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정읍에서 유명하지만 잘 관리가 안되는 것 같은 동학농민운동 기념관에 왔다. 멀리 평야가 보이고 그 사이에 크지만 허술한 박물관이 있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저녁시간에 잠시 들렀다. 동학이 가지고 있는 운동성과 농민들 안에서 스스로의 개혁의 씨앗을 발견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어느덧 나는 서울에 도착했다.



0. 다음은?

다음은 아마도 내년 2월에 거제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거제도와 한려해상 국립공원에서 또 부모님과 아름다운 시간을 가져야 겠다. 역시 아름다웠나보다. 아름답다는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기대하는 맘으로 일상을 또 열심히 살아보고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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