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서 한 편의 시를 꺼내어
허물어진 대지 위에
누가 새로운 성을 지을 것인가
모두가 포기했다고 하는
탈진의 공간 속에서
누군가 새로운 시간을
창조해낼 것인가
대지가 울고 있고
은하수가 빛을 바래 버린 밤
한 없이 쏟아지는 울음과
한탄섞인 흐느낌으로 하루를 접어낸다
나는 무엇인가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사랑이 그 답이라면 왜 이렇게 찾아보기 힘든가?
두리번 거기를 수백번
아무도 그 길을 가지 않는 것 같다
진보와 빈곤을 연신 외쳐 보지만
빈곤의 다른 편에도 빈곤이 존재해 버린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이 처음이 되도록 만들어야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늘 지고 내일 다시 피는 들꽃이 되어
한 사람이라도 희망을 가지기를.
오늘 잡은 두 손처럼
내일도 붙잡고 달려야지
어제 떴던 태양이
내일을 향해서 지고 나면
밤에는 다시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
은하수들의 천지가 되겠지
나는 최후의 인간처럼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미래를
혼자 조용히 마음 속에서 꺼내서
두들겨보고 흔들어 본다
물 속에서 숨이 멎어 버린 것 같이
희망하기를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우리의 잡은 손은
우리가 가는 길이 꼭 힘들게만
느껴지게는 안 할 것이다
함께 걸어가는 길
마주치는 두 눈을 바라보고
서로의 따스한 체온으로
내일을 기대해보자
무한정 떨어지는 나락 속에서
긍정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중간을 짚어서
다시 뛰어 올라보자
꺼져가는 우울증의 한 자락
나는 한 편의 시를 마음 속에서 꺼낸다
그 누군가를 위한 것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한 한 편의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