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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11. 2019

체계와 발명

아트렉쳐연재시리즈_체계적발명사고

-1. 지난시간

지난시간 우리는 존재의 확장을 module에서 model로, model에서 mode로 가는 과정으로 알아봤었다.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까지, 개인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것까지, 과학적인 것에서 예술적인 것까지 이러한 존재의 확장은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mode에서 반대로 module로 가는 방식이 존재하기도 한다. 데카르트는 '분할과 통합'을 통해서 가상의 공간에서 존재들을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다시 해석해 내기도 했다.


(물론, 예술사 전체를 P오비탈로 나누어보는 작업이 마블의 인피니티워 2처럼 기다리고 있다. 마블의 큰 그림처럼 일단 여러가지 요소를, 방법론을 열거해보고 나중에 이것들을 하나로 예술사를 정리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지금은 세부적인 방법론과 방향성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자.)



0. 들어가기


오늘 우리는 존재의 확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체계적발명사고라고 하는 방식을 통해서 알아볼 것이다. 체계적발명사고Systematic Innovative Thinking란 구 소련의 발명가였던 겐리히 알츠슐려의 발명적 문제해결이론을 토대로 개발되었다. 요즘들어 창의성을 위해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은 브레인스토밍이지만 브레인스토밍이 꼭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box에서 더 많은 창의성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틀안에서 사고하기in the box가 틀 바깥에서 사고하기보다 더 창의적일 때가 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가는 사이에, 또는 추상에서 구상으로 가는 사이에 우리는 이러한 체계적 발명사고를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model을 중심으로 확장과 통합, 제거와 분할을 알아보자.

체계적 발명사고는 닫힌세계에서 창조적 작업하기 위한 도구이다. 세상이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닫혀 있다고 생각하면 처음에는 답이 없을 것 같지만,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태와 소유, 존재와 관계에서 더 큰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는 기능이 형태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 말은 필요에 따라서 기능을 만드는데 그것이 결국 형태를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너무 많은 발명과 창의성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형태가 기능을 만든다'라고 말이다. 형태가 이미 주어지고 그 안에서 기능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언뜻, 이렇게만 생각하면 매우 난감해 질 수 있는데, 일단 이렇게 방향을 정하고 나면 체계적 발명사고의 5가지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은 핵심제거, 요소분할, 다수화, 과제통합, 속성이론이다. 각각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고 흔히 예술에서 사용되는 module인 '선, 색, 그림자, 빛, 감정, 재질, 시간'을 사용하여 표현한 작품들의 예시를 알아보자.

    

1. 핵심제거, Substraction


체계적 발명사고의 방법론 중에 가장 첫번째는 핵심제거substraction이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가장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 여러개 중에 한 개를 뽑으라면 뽑았을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바로 '핵심제거'이다. 헤드폰에서는 귀를 덮는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이어폰을 만들 수 있었고, 유성마커에서는 폴리머를 제거함으로써 화이트보드 마커를 만들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뺐을 경우에 오히려 더 혁신적인 사고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들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핵심을 제거했기 때문에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체 대상, 기능, 운영에 있어서 완전히 혁신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핵심제거를 하기 위해서는 기능적 고착화와 구조적 고착화를 넘어서야 한다. 기능적 고착화는 사용하는 기능 중에서 꼭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기능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구조적 고착화는 항상 거기에 있기 때문에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핵심제거는 이렇게 기능적이나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것들을 제거하여 혁신을 이루는 방법이다.


몬드리안은 회화가 갖추어야할 중요한 요소인 '감정'을 제거함했다. 기능적으로 작품의 심상을 만들어내던 '감정'이 제거되면서 사람들은 절제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작가들이 이끌어내던 감정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가지 심상을 만들어 내게된 것이다.


 

몬드리안의 선과 면, 색은 핵심제거 덕분에 오히려 더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 냈다.



2.  요소분할, Division


체계적 발명 사고의 두 번째는 요소분할이다. 하나로 합쳐진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나누어보면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통은 일반적 정의를 '조작적 정의'로 나누는 것이 요소분할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큰 덩어리여서 비판하거나 판단하거나 분석할 수 없을 때, 하나씩 쪼개어 보는 것이다. 모드에서 모델로 나누어 보고, 모델을 모듈로 나누어 보는 작업이 이에 해당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리모컨은 계속해서 요소분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혁신적이고 편리해졌다. 덤벨도 사용자의 조건에 맞게 무게를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가 있다. 컴퓨터 프린터 잉크는 원래는 모든 색이 하나였지만 지금은 잉크 카트리지로 분리할 수 있어서 편리해 졌다. 요소분할을 통해서 작게 나눈다음 다시 합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가 '비판적 사고'를 할 때는 비판하는 대상을 잘게 잘게 쪼개어 보는 요소분할을 통해서 나누어 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언맨의 슈트도 요소분할을 통해서 나노 수준까지 쪼개어 진다고 할 수 있다.

세잔에게서부터 시작된 입체파들의 움직임은 기존에 하나로 묶여져 있던 자연과 인물들의 요소들을 분할하기 시작했다. 세잔은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패턴들을 읽었고, 패턴들을 쪼개여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세잔에게서 시작된 요소분할 방식은 피카소에게 와서는 캔버스 위의 모든 것들을 분할하기 시작한다. 이후 섹시옹도르와 들로네의 오르피즘까지 요소분할은 계속해서 혁신을 만들어 간다.


파블로 피카소, 남자의 두상, 1912
조르주 브라크, 여인의 두상, 1909


3. 다수화, Multiplication


다수화는 복제와 반복을 이야기한다. 하나의 요소나 모델을 여러개로 복제하여 각각을 연결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장소에 여러개의 복제품들이 나타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어린이용 자전거는 바퀴를 다수화 시켜서 보조바퀴가 2개나 달린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자전거가 되었다. 텔레비전의 경우 한 화면에 여러개의 채널이 다수화되어 나타나면서 동시에 여러가지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다. usb 충전단자는 다수화를 통해서 하나의 선에서 여러개의 입구를 만들 수 있었다. 완전히 똑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수화를 통해서 복제된 요소들은 나름의 시스템을 이룬다. 아이언맨에서도 파티 프로토콜이 진행되자 아이언맨의 다수화가 진행되어 다양한 슈트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앞에서 하나의 요소를 반복 복제함으로 리듬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사례들이 있다.

클림트의 작품은 다수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주로 기하학적 무늬들을 복제하여 배치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시스템을 형성화한다. 하나씩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복제되는 기본 무늬들이 하나의 패턴이 되고, 패턴이 모여 형상을 이루면서 새로운 형식이 창조되는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 1905~1909



4. 과제통합, Task Unification


과제통합은 2개 이상의 기능이나 분야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제품이 2가지 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냄새도 잡아주면서 향균기능까지 있는 깔창이 있고, 자외선 차단이 되면서 bb크림 기능이 되는 화장품도 있다. 영화 트렌스포머에서 범블비는 로봇이면서도 달리는 기능이 있다. 처음에 트렌스포머를 기획할 때 자동차에 새로운 과제를 통합함으로써 자동차 로봇이 나오게 되었다. 그 전에 건담 애니메이션에서는 비행기에 로봇을 통합하여 다리만 로봇에 몸체는 비행기인 독특한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다. 과제통합은 일상에서 매우 많이 쓰이고 있다. 흔히 Convergence라고 하는 융합이 바로 과제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혁신은 '융합'에만 있지 않고 분할에도 있고, 복제에도 있고, 제거에도 있다는 것이 체계적 발명 사고가 가진 인사이트이다.

그렇다면 과제통합을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피카소의 작품 중에서 '무용'이라는 작품은 1925년에 유화작품을 1975년에 테피스트리tapestry로 만든 것이다. 테피스트리는 다채로운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벽걸이나 가리개, 실내 장식품 등으로 쓰는 것을 말한다. 피카소는 회화로만 존재하는, 그래서 관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작품들을 생활속으로 꺼내어 과제통합을 시켰다. 그리고 '무용'과 같은 작품을 만들면서 이제는 작품들이 실제로 가리개나 바닥에 까는 카페트와 같은 느낌으로 사용되는 혁식적인 길을 열었다. 이후로 많은 작품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용품들과 결합해서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편리한 기술의 연결을 가지고 왔다. 피카소의 작품은 재질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여 과감한 과제통합을 시도한 것이다.


피카소_무용, 1975(1925년 유화작품을 테피그트리로 제작)



5. 속성의존, Attribute Dependency


전혀 상관이 없었떤 두 가지 이상의 속성들이 서로 연결되어서 동반해서 작동하는 것이 속성의존이다. 하나의 요소가 연동되어서 다른 요소에 변화를 자동적으로 가지고 오는 사례는 많이 있다. 자동차에서 비가 오면 와이퍼가 작동하고 그 양에 따라서 속도가 속성의존된다. 또한 터널에 들어가면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나오면 꺼지는 것도 속성의존의 하나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예가 아이들이 사용하는 젖병이 뜨거워지면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의존을 통해서 하나의 기능은 다른 기능들과 연쇄적으로 반응하면서 혁신을 가지고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바로 같은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속성의존을 사용한 작품들을 무엇이 있을까? 속성의존을 사용한 작품들은 최근들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은 시간에 따른, 온도에 따른 변화를 속성의존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보통은 재질의 변화를 통해서 속성의존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섬유재질을 이용하여 온도나 날씨에 따른 변화를 주어 생동감있게 만들어내는 시도들이 늘어 나고 있다.

정다운 작가의 속성의존을 사용한 작품, 햇빛에 따라 천들의 색깔과 느낌이 달라진다.


0. 나오기


오늘은 체계적 발명 사고를 통해서 '모듈-모델-모드'로의 전환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방법론을 알아 보았다. 혁신이란 박스 안에서, 닫힌 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나며, 그것은 그 자체로 시스템 적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체계적 발명사고는 제품생산, 서비스 생산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과 작품을 구상하고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요긴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혁신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자신과 친구들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혁신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지금부터는 새로운 시기를 열어낸 작가들은 그 이전시대에 대해서 체계적 발표사고의 어떤 부부을 사용하여 판들을 뒤집었는지도 보이게 될 것이다. 


+1

다음시간에 우리가 해야할 과제들은 많이 남아있다. 관점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고, 지식과 정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디자인씽킹과 비주얼씽킹, 비주얼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찾아보고 알아보고, 고민해보자.


다음시간에 알아볼 5가지 작품을 볼 때 관점들의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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