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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27. 2019

갈릴리와 공동체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할 공동체

1.

금요일 오후의 나지막히 깔리는 해를 뒤로 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은사님이 계신 곳, 그리고 포근하고 아름다운 학교가 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개발의 땅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추억과 기쁨이 서려 있는 고. 포항에서 조금 떨어진 조그만 교회에서 우리들은 모였다. 모이기를 힘쓰는 이들에게 축복을. 우리는 다함께 모여서 작은 대화들을 시작했다. 다른이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도 아니고, 다른 사람보다 잘할려고 경쟁하는 것도 아닌, 시간이 잠시 멈춘 채로 우리는 다른 시간을 걷고 있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조그마한 공백을 즐겼으며, 가슴 속에 쌓여 있는 삶의 숨소리들을 씩씩 거리면서 내뿜기도 하고, 한꺼번에 상대방의 아픔을 들이마시기도 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공동체로 모인 우리들이 한 일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어려움과 슬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뜻밖의 도전들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 아픔의 깊이 만큼, 고민의 농도도 짙어지는 법이다.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친구가 되고, 걸어가는 길에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한동을 떠난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계속해서 마음 속에 뜨럽게 하는 어떤 감동을 오늘도 느낄 수 있었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하나님 나라의 현현을 몸으로 감당해내고 계신 목사님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진짜 좋은 것은 항상 마지막에 나오니까, 내일은 더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




2.

오랜만에 후배들과 치킨을 시켜먹으면서 새벽3시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아침에 늦잠을 잤다.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다시 모임 장소로 갔다. 이미 모임의 핵심은 사실 텃밭에서의 바베큐 파티이지만, 아침시간에는 각자가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를 나누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대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대안들을 조심스럽게 나누면서 우리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각자가 자신이 맡은 만큼의 고민을 하나라도 해결해 보기 위해서 때론 머뭇거리고, 때론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가다가 잠시 만나서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한걸음씩 걸어가는 시간들. 토요일 아침에 신선하고 즐거운 대화였다.





3.

오늘의 하이라이트. 기계면으로 30분 정도 들어가니 아담한 텃밭이 약간의 언덕과 함께 나타났다. 꽃이 피고, 하늘은 어제의 비를 떠나보낸 후에 맑게 게였다. 50평 남짓의 언덕 위의 텃밭에서는 여러가지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이윽고 미리 준비해 놓으신 매실나무가지를 자르시더니 프로메테우스와 같이 불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사모님은 가마솥을 준비해주시고 삼겹살과 목살과 소세지가 노릇노릇 자신의 색깔을 잡아갔다. 푸르른 4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에 그렇게 우리는 모여서 주섬주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맛깔나는 음식들을 흡입하면서 낭만을 만들어 갔다. 손을 걷어 붙이시고 아낌없이 내어주시고 섬겨주시는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수에게도 너무나 감사했다. 환대와 이해와 사랑의 공동체에서만 피어난다는 그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후배들도 모두 너무나 기쁜 나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구 쏟아 놓았고, 그렇게 몃시간을 우리는 쉼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또한 후식까지 챙겨 먹으면서 개그까지 시현했다.



선우의 너무 즐거운 '메롱잔치'
노릇노릇 김치와 함께.
수의 능숙한 고기자르기 솜씨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져 간다
매화나무를 준비해주신 목사님, 섬김의 아이콘이시다 ㅠㅠ
정말 너무나 맛나게 익어가는.
축복과 환대를 담은 기도를.




4.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학산 자연휴양림에 들렀다. 알록달록한 숙소와 여기저기 피어있는 봄꽃들이 너무나 화사하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의 기운에 마음도 가벼워지고 삶도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그렇게 1박 2일의 짧은 시간들을 마무리 했다.







5.

사람들이 함께 자신의 깊은 부분을 내려 놓고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공동체 안에서의 경험은 혼자만의 경험보다 오래 간다.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그리고 함께 '의미, 재미, 성장'을 찾아가는 사이에 우리는 함께 땅에서 하늘을 짓게 될 것이다. 이제 '갈릴리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조금은 열정을 가지고 사람들을 불러야 겠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어울려저서 봉사활동도 하고, 기도도 하고, 책도 읽고, 삶의 깊은 고민들도 나고, 때론 이렇게 소풍도 다녀올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며, 누구든지 '갈릴리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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