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이면 이육사에겐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지만
우리 가족에겐 돌아기신
외삼촌을 기리는 날이다
1968년 김신조일당과 대치한
23살의 청년, 외삼촌은 전사하셨다
곧 청년의 죽음은 해남어귀의 외갓집으로
전해지고 울음바다가 된다
이렇게 한 사람들의 죽음이
애국으로 변해가는 사이에
가족들의 울음은 역사의 한켠
쓸쓸한 묵념을 남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어가는 시간
그들이 묻혀 있는 현충에 벌써 36년째 발걸음이다
6월의 호국영령들을 생각하면
전쟁과 안보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그늘에 가려진 죽음과
사람들 사이에 잊혀진 전쟁 사이에
진보와 번영이
보수와 안정이 겉치레를 두른다
68년 김신조일당의 침투로
목숨을 잃은 청년들
50년이 지나도 청년으로
여전히 거기에 있는 영혼들
외삼촌의 빈자리가 컸던
외할머니는 평생 우울증을 앓고 사셨다
외할머니의 우울증을 어머니가
물려받으신듯
인생의 빈자리는 이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지.
그래도
살아간다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견더내고 때론 희망으로.
고향에는
청포도가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