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유동성은 우리의
정체성을 바꾼다
칼폴라니 거대한 전환 15장
20190521_거대한 전환
칼폴라니 거대한 전환_15장 시장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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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토지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의 여러 제도와 떼어낼 수 없도록 엮여 있는 자연의 한 요소이다. 그것을 따로 고립시켜서 그것으로 시장을 구성한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 선조들이 행했던 모험 가운데에서 가장 괴상한 모험이었다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토지와 노동은 분리되지 않았다. 노동은 인간 삶의 부분을 형성하며, 토지는 자연의 일부인 채 남아 있고, 삶과 자연은 함께 뭉쳐 유기적 전체를 구성한다.
거대한 단일시장은 경제생활 장치로 볼 때 여러 생산요소들이 시장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생산요소 시장들은 인간사회의 제도들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인간 및 자연과 구별 불가능한 것들이다. 따라서 시장경제는 새로운 종류의 사회, 즉 그 내부의 제도들이 시장 메커니즘의 요구에 종속되도록 조직화하는 사회를 이미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계획은 노동에 대해서나 마찬가지로 토지에 대해서도 실현이 불가능한 유토피아와 같은 것이다. 토지는 인간 존재에 대해 절대적 기능들을 여러가지 수행해주고 있으며 경제적 기능이란 그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토지는 인간의 삶에 안정성을 가져다 준다. 토지는 인간의 삶의 터전이며, 그의 육체적 안전의 조건이며, 계절도 아름다운 경치도 모두 거기에 감뎌 있다. 토지가 없이 삶을 영위한다는 말은 차라리 손발 없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상상하는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토지를 인간에서 떼어내고 사회 전체를 부동산 시장의 작동 조건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이야말로 시장 경제라는 유토피아적 아이디어의 절대적 핵심이다.
토지, 산업사회
농업주의, 상업주의에서도 보여지는 것은 노동력을 착취했을 지라도 토지는 빼앗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식량과 원자재가 산업도시를 위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될 필요가 생겨나게 되었다.
피장적으로 이러한 여러번의 도전들에 대해 각 시대의 사회가 취했던 대응들 사이에 유사성이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가 지구의 표면을 산업사회의 필요에 종속시켜 가는 장기적 과정의 여러 단계들이었던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경작지의 상업화로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봉건적 형태의 각종 수입들을 유동화하는 단계였다. 두번째 단계는 급속히 증가하는 산업 인구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전국 규모에서 식량과 유기물 원자재의 생산을 강요하는 것이다. 세번째 단계는 그러한 농산물 잉여 생산 체제를 바다 건너 식민지 지역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를 완성하면서 비로소 토지와 그 생산물은 세계적 규모의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계획에 맞아 들어가는 한 요소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벤담주의, 토지유동성의 시작
역사적으로 토지의 분리는 시간차를 두고 진행이 되었는데, 가장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혁명, 그리고 1840년대의 벤담주의 개혁이다.
“농업이 번성하는 데에 가장 좋은 조건은 장자상속권entails, 양도할 수 없는 상속토지, 담보로 잡혔다가 빚으로 넘어간 토지를 되착을redemption권리, 일정 토지에 대해 교회가 십일조를 가져갈 권리 등이 일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재산 특히 토지 재산을 처분하는데에서의 자유야말로 벤담주의에서 개인의 자유개념의 본질적 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자유를 가지가지 방법으로 확장하는 것이 예를 들어 토지취득 시효법Prescriptions Acts, 상속법Inheritance Act, 벌금 및 재산 회복법Fines and Recoveries Act, 부동산법Real Property Act, 1801년의 일반적 종획법Enclosure Act와 그 후속 법률들이다.
또한 1841년에서 1926년에 이르는 등본 보유관련법Copyhold Acts등과 같은 입법 활동의 목표이자 결과였다. 프랑스와 대부분 유럽대륙에서는 나폴레옹 법전이 도입되면서 토지가 매매 가능한 재화가 되었고, 토지 담보가 사적인 민법 계약의 문제가 되는 등 중간 계급적인 소유 형태가 제도화되었다.
토지종속, 도시성장
첫번째 단계가 개인과 토지를 분리시키는 법률적 사회적 태동이었다면, 이 분리에 의해서 발생한 유동성을 도시에 맞추는 작업이 두 번째 작업이었다. 토지 자체는 물리적으로 여기저기 움직일 수 없지만, 토지의 생산물은 교통 시설과 법률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여러 생산요소들에는 지역차가 있으며 또 그 지역을 넘어 이동할 수 없다는 결점이 있지만, 이는 그 생산 요소들로 만들어진 재화들의 이동성을 통해 상당정도 보완할 수 있다. 즉 같은 말이지만 생산의 각종 자원이 적합하지 않게 지리적으로 배분되어 있는 불리한 상태라면 무역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보면 이러한 분리는 매우 이상한 것이었다. 잉여 곡물은 그 도시나 공동체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연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에는 산업도시로 인구가 몰려 듬에 따라서 전국 규모로 그리고 곧 세계규모로 곡물시장이 확장되었다.
자유무역의 진정한 의민느 이러한 변화를 현실로 이루어내는 것이었다. 이제 토지 생산물의 이동은 인근 농촌에서부터 멀리 열대 및 아열대 지역으로 확장되었고, 산업-농업이라는 노동 분업이 전 지구적 규모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멀고 먼 여러 지역드르이 다양한 인종들도 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었지만 그들로서는 이 변화의 근원을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곡물시장, 변화의 속도
이 곡물시장 형성이라는 공세는 사회 전체에 걸친 혼란을 낳고 말았으니, 그것으로 부터 사회를 지키려는 행동의 범위도 그 공격의 전선만큼 넓을 수 밖에 없었다. 영국의 보통법과 의회는 때로는 그러한 변화의 속도를 울리는 역할을 했지만, 또 어떤 때는 그것을 늦추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어떤 주어진 시정메서 보통법과 성문법Stature Law이 반드시 같은 방향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었다.
노동시장의 도래에 대해 보통법은 주로적극적 역할을 수행했으니, 노동을 상품으로 보는 이론을 처음 강력하게 제기한 것은 경제학자들이 아니라 바로 법률가들이었다. 노동자 단결이나 공모 금지법 등의 문제에 이어서 보통법은 조직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자유로운 노동 시장에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보통법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자유계약에 의한 토지의 매매를 반대하기도 했고, 부분적으로 수용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1830년에서 1860년 사이에 결국 벤담주의자들이 승리하여 자유계약의 원리가 토지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만다. 이러한 강력한 경향은 1870년대가 되어 입법의 경향이 근본적으로 또다시 바뀔 때가 되어서야 겨우 역전된다. 그 이후로는 다시 ‘집단주의’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OHzfiRDjzE
민네이션, 생각
기지의 기지, 기지의 미지, 미지의 미지, 미지의 기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사회를 데카르트식으로 이해하면 기지의 기지로 미래를 본다. 그래서 분할과 생성에 의해서 사회는 유동적이고 유기체가 아니라 균형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이 된다. 그러나 미래와 과거 사이에 합리적이지 않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인간’이다.
기지의 미지를 조심하자. 이론으로 세상이, 미래가 이렇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내 생각 안에서 다른 변수들이 없을 때, 인격체 자체가 나 하나밖에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생각이다. 인견체가 늘어날 수록 방법론은 여러가지로 변화하고 바뀌로 결과도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러므로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기지로 예언하고 그것을 다시 기지의 기지로 연결하는 정책이나 이론 속에서 우리의 사회는 무책임한(사실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그런데 책임진다고 하는게 정말로 거짓말이다) 이들의 장사꾼의 놀음판이 되는 것이다.
리카도의 낙수효과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비혹한 토지부터 먼저 경작되고 그렇지 못한 주변 토지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세계화 이후에 더 싼 곡물이 철도와 배, 항공을 타고 여기저기서 날아든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미래인데 리카도가 시작했던 정책에서는 이러한 변수를 예상하지 못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