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해봄_철학해봄 발제자료
철학은 어떻게 보면 삶의 표면적을 늘리는 일일 것이다. 다만 그 표면적을 늘리는 방법이 여러가지일 뿐이겠다. 진리가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면 내면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으니 경험해보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경험철학이 발달하게 된다. 만약 내면에 진리가 존재한다면 인간은 교양을 쌓는과정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절대이성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관념철학이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진리는 지금 여기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더군다나 나와 너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우리가 지금 '만나는 이 시간'이 바로 진리가 창조되는 시간이리라. 그래서 이것은 프랑스의 생철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영미철학에서 프로세스를 만들어 메뉴얼로 단계를 정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진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발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프로세스는 어떤 조건들이 있고 그 조건들이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서 구조화되면서 점점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조건을 만드는 실용주의가 발달하게 되고, 그 조건들이 일정한 사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퍼실리테이션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물을 보고, 인간을 보고, 세계와 사물이, 그리고 세계와 인간이 만들어져가는 관점을 투영한 것이 '과정철학'일 것이다. 어떤 프로세스에 의해서 진리가 만들어지고, 인간이 규정되는가? 먼저 화이트헤드가 보았던 과정과 실재, 조건과 기회에 대해서 알아보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1861년 잉글랜드 켄트주의 램즈게이트에서 태어났다. 19세가 되던 1880년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하여 수학을 전공했고, 졸업후 1898년 '보편대수론'을 출간했다. 이 저술을 인연으로 1910년에서 1913년까지 러셀과 '수학원리 1, 2, 3'을 공동으로 저술한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원리'했는데 이때 '공간, 시간, 그리고 상대성'이란 책을 출간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시공 이론을 전개했다.
1919년 '자연인식의 원리에 관한 연구', 1920년 '자연의 개념'을 잇따라 출간하고 물리학의 철학적 기초를 제시한다. 1924년 64세에 하버드대학교에 초빙되어 첫 저술로 '과학과 근대세계'를 출간하는데, 이 책은 그가 초기의 수학연구와 중기의 과학철학에서 후기의 형이상학 연구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놓인다고 간주된다.
1929년 대작 '과정과 실재'를 출간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에게 가능한 모든 유형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모체로서 거대한 사변적 우주론을 구축하고 있다. 1933년에 나온 '관념의 모험'은 이 우주론에 토대를 둔 문명론을 담고 있다. 74세가 되던 1938년 마지막 저작 '사고의 양태'를 출간하여 가치가 충돌하던 세계대전의 현실을 철학자의 시각에서 진단하고 처방한다. 그리고 86세가 되던 1947년 12월, 하버드의 교외에서 눈을 감는다.
영국태생이지만 하버드대학교에서 강의를 주로 했던 화이트헤드는 영미철학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증과 언어분석에 기반한 영미 현대철학의 일반적인 사조와 상당한 거리감을 두고 있다. 화이트헤드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헤겔, 니체, 베르그송, 하이데거와 같은 사변철학자들과 더욱 잘 맞는 듯해 보인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과정과 실재'(2003, 민음사)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존재를 관통하는 생성의 세계가 온전히 이성의 언어로 기술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는 있으며, 생성의 사건으로 존재가 부분적으로 구성적 기술을 허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성 자체에 도전하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시 말하면 이성의 세계로, 언어의 세계로만 담아낼 수 없는 것이 존재의 세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경계의 철학이다. 구성과 해체의 '경계 위에서' 구축된 개방된 실험 체계로 나타나 있다. 화이트헤드는 모든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해진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비합리성의 세계를 ‘유기체’철학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사실 경계를 나누어서 위와 아래, 전과 후, 좌와 우로 구분하지 않고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지속’이라는 개념에서
연결된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의 목적은 이러한 경계들 사이에서 부단히 넘나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관념론의 철학과 프랑스 심층철학은 각각 위에서부터 존재가, 아래에서부터 존재가 생성됨을 이야기했고 이 둘의 배합이 어떤 의미에서는 엘리트나 우월성을 만들어낸다고 믿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바로 이 경계에 인간, 우리가 있다. 그렇기때문에 인간은 처음부터 텅 비어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지고 창조되는 것처럼 보인다.(칸트는 물론 부정할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이러한 경계의 철학자들 가운데서 플라톤의 이데아를 실재화하고, 그 실재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연의 신비함들도 합리화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을 표현했던, 구분했던 언어들의 한계를 지적하기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범주론의 계열에 있었던 ‘실체와 속성’, ‘단순 정위하는 물질’과 ‘절대 시공간’, ‘자기 동일성 주체’과 같은 기존의 개념들은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실체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더군다나 자연을 신비로만 놓고 숭배의 대상이나 지배의 대상으로 여겼던 시대가 지나가고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과 같은 불확정성의 원리가 세계를 휩쓸던 때 화이트헤드는 개념의 해체를 줄기차게 시도합니다.
개념과 이념이 먼저 있지 않고 경험하는데 주체가 된다. 그리고 경험하는 주체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객체가 되어서 다른 경험에 참여하게 된다. 주체가 되는 경험은 다양한 생성 속에서 계기를 만나기 때문이다. 생성과 퇴화는 연결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어떤 완성을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경험한 만큼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재를 합리화할 수 있는 과정은 바로 경험을 합리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과정을 통해서 느끼게된 것들을 통해서 새로운 합리화하는 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과정이 결과과 되고 또 결과과 과정이 되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 많은 사회혁신 단체와 방법이 있지만 우리가 처음 시작해야 할 것은 바로 인간과 사회를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인간과 사회가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따라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공동체가 경험하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로운 경험들을 해 나가야 한다.
화이트헤드에 의하면 존재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 있고, 그 과정에서 계속 존재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발생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바로 주체들이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있는 사회실험, 사회적 계기들이 필요하다. 완성된 계기나 결과가 아니라 계속해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변화를 시도해보고, 피드백을 하고 다시 계기를 만드는 작업들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과정에 대한 평가와 목적, 효율성과 효과성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서나 필요한 작업이기는 하다. 그러나 핵심은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합리화한다는 부분이다.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합리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실재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혁신의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어내고, 그 경험들이 합리화된 결과로 축적되는 가운데 우리가 어디까지 왔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질들이 무질서를 넓혀가는 것을 엔트로피라고 하고 질서를 잡아가는 것이 네트로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혁신을 해 나갈때 네트로피를 하기 위해서 엔트로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엔트로피를 만들어내는 분야는 기존에 사회혁신이 필요한 주제, 단체, 이념과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티컬씽킬과 비판적 계기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체시키는 것이 먼저이다.
그 다음 엔트로피로 만들면서 경험한 것들을 현실에 맞게 합리화 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기존의 혁신을 막아오던 것들을 해체시키고 새로운 방법, 생각, 프로세스로 합리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체계를 갖추어가는 것과 운동을 확산시키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다음 실험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운동을 만드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