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잠시 시간이 멈춘다
오로지 공간에 나만 남는 시간이 온다
잔잔한 음악이라면 낭만적이겠지만
음악도 없는 날에는 적막함이 세월 한가득이다
가막히 공간을 채우는 분위기에 젖어들면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누군가에게 잘못했던 장면들이
어떤 이에게 화를 냈던 감정들이
기억의 흐름 여기저기에 쌓여있다가
불쾌하다는 듯이 튀어 나온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소중했던 사람들과 아름답던 기억들이,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한없이 화폭을 늘어 놓는 시간이,
공간도 사라지고 의식도 희미해지고
어떤 감각에, 감정에 휩쓸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천일야화를 듣는 것처럼 흘러다니다가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무엇인지 어디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이
꿈과 의식의 중간 어디쯤에서
나는 내 자신의 증명하려는 노력을 버리고
완전히 무의식의 세계 한가운데서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하얗게 말라버린 내 자신을
보면서 훨훨 날아다니기도 한다
의식의 촛불이 꺼져버린 내면에서는
하루동안 일어났던 수 많은 감정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탑을 쌓고선
나를 초대한다
어떤 감정은 아쉬움으로
어떤 감각은 흥분으로
어떤 정서의 탑에서는
우울하고 싸늘한 냉기가 돌기도 한다
다른이들에게 쉽싸리 말못하는
무언의 언덕 언저리
비밀의 강가에서는
한 아이가 울고 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도 모르는
그 아이는 새벽 내내 울더니
달이 주섬주섬 옷을 입고
여백으로 나갈려고 하는 새벽녘에서야
눈물을 머금고
다시 영혼의 무덤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인간의 고통과
세상의 절망이 만나는 중간지대에서
그 아이는 태어났고
벌써 여러해 여러날을 이렇게 왔다 갔다가 한다
언제 끝날까하는 조바심도 나지만
그 아이가 나의 의식 속에 확연히 드러나는 날은
나는 마치 눈 앞에 선명한 그림자를 보고
누군가에게 이것이 나의 비전입니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 밤에는
무의식의 축제도 끝이나겠지만
세상에서는 절규의 호소보다는,
기다림의 옅은 미소가 허다가겠다만.
아직은 아직 축제를 끝내기엔 내가 걸어온 역사와
이 나라가 밟아온 동맥들이
퍼렇게 살아 있고
벌렁벌렁 뛰고 있어서.
나는 또 새로운 새벽을 맞이하면서도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고
무의식의 축제 속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양가감정 상태에서
깨어난 하루의 아침은
무엇인가 아쉬운 여운을 주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혹은
어떤 것이 나의 감정을 이렇게 내리 깔았는지도 모른체
하루의 아침을 맞으러
주섬주섬 나간다
누군가의 아픔이 진실로 해결되길
어떤 이의 절규가 진정으로 위로받기를
구조에 갇힌 아이들에게 희망의 자유가 오길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포기한 이에게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길
모두가 포기한 그 장소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시간을 열어내길
또한 그 아이가 걸어나와서
다시는 영혼의 무덤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기길. 없기를.
잠못드는 새벽녘에 엉거주춤
잠과 시름하면서
의식이 닿지 못하는
무의식의 손놀림에 나를 맡긴다
모두가 행복의 조각을 얻었음 좋겠고
그만 울었으면 좋겠다
그래!
그러니
삶을 낭만화한 신비주의로 회피하지 않고
삶을 규칙으로 채워버린 금욕주의로 억누르지 않겠다
철저하게 현실을 살아가면서
함께 울고 웃으리
영혼의 무게만큼
삶의 희망이 자리매김한 이시간
나는 내일을 불러올 새로운 희망을 잉태한 체
오랜만에 깊은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