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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Sep 05. 2019

정체성과 인정 사이에서  지위이론

처음읽는 영미현대철학_낸시프레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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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프레이저의 이론들을 살펴보면서 누군가를 정의내리거나 우리 스스로를 정의내릴 때 아찔함들을 느낀다. 낸시프레이저는 헤겔의 인정투쟁에서부터 시작해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학파 3세대 학자인 악셀호네트를 비평하면서 새로운 '지위이론'을 제시한다.

낸시프레이저를 넘어가려면 먼저 이전부터 제시되었던 분배이론과 정체성 이론을 살펴보아야 하고, 지위이론이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로써 대안을 살펴보아야 한다.

사상이 갈리면서 새로운 분류가 나오는 시기에 우리의 인식은 점점 세분화되고 고민해야할 것도, 생각해야 할 것도 많다. 그렇게 고민한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면서 우리의 삶은 '말하는 것보다 언제나 더 충만한' 것들이 현실에 도래한다.


인정투쟁, 인정이론




재분배 이론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 의하면 인정투쟁은 사실 분배이론에서 나온다. 헤겔이 이야기하는 대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의 관계이든 가족과 같은 인륜의 관계이든 타자에게 인정받는 싸움을 우리는 하고 있다. 인정투쟁의 한 지점에서 헤겔은 ‘정신현상학’을 꺼낸다. 정신의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까지 발전하는 교양을 쌓은 이들은 절대적인 지식을 얻게 된다. 절대정신에 이르는 과정에서 인정투쟁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가 구성되면 인정투쟁의 정상에서는 가장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 가장 높은 계급을 차지하게 되고, 그러한 계급은 가장 높은 보상을 받게 된다. 이러한 계급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이제는 자본주의방식 하에서 계급투쟁이 이어진다. 분배의 문제는 잉여가치가 축적되면서 ‘재분배’의 문제로 발전한다. 재분배의 문제는 당연히 재분배를 하는 주체에 대한 문제로 쏠리게 된다. 여기서 헤겔의 인정투쟁이 마르크스의 사회구성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헤겔은 절대정신으로 치환되는 국가의 논리를 개발했지만, 마르크스는 계급을 셋팅해주는 국가에 대한 불만으로 국가를 전복시키는 힘을 사회에서 보았다. 헤겔의 그림은 ‘가정-사회-국가’의 변증법이지만, 마르크스의 그림은 ‘인민-당’으로 치환되어서 ‘국가’에 대한 소멸론으로 ‘사회주의’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재분배 이론은 다시 말하면 이러한 계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어지기 때문에 경제 환원론적 관점에서 인권의 문제와 혐와와 차별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비판을 받게 된다.


정체성 이론


계급이론과 반대로 정체성 이론은 주체들끼리 모여서 집단을 형성하는 논리이다. 자신들의 인권을 인정받을려면 우리는 모두 어느 집단에 속해야 한다. 자신을 맞이해주는 조직과 집단에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정체성 이론의 핵심은 모든 인간이 물건처럼 취급받는 존재의 타락에 대해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논리이다. 루카치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물화’를 통해서 자본주의는 인간자체를 물건으로 만들고 있음으로 물화의 결과로 빚어진 인정투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했다.

정체성 이론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집단 이기주의, 집단고립주의, 가부장제도, 쇼비니즘과 같은 것들을 양산한다. 자신과 결이 맞고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신을 함브로 할 수 없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이 자신은 그 그룹에서 인정을 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정체성이론은 당연히 문화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분법적인 사고가 깔려 있는 정체성 이론은 또 다른 인정과 무시의 그룹들을 양산하고 새로운 문제들을 연결시킨다는 우려를 가지고 낸시 프레이져는 다른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지위 이론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영국과 미국의 철학적 배경은 계속해서 프로세스, 절차의 정당성을 제일 우선으로 본다. 소위 말하는 ‘기회의 평등’에 이은 ‘절차적 평등’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재분배의 논리나 정체성이론보다 오히려 ‘지위’의 동등함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지위에 맞는 인정을 받고, 그 지위는 적법한 절차와 과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정투쟁을 국가나 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과정에 맞기자. 그리고 공정한 과정을 최적화 시킬 수록 지위의 합법성은 증가할 것이고 그에 따라서 더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말이다.

지위이론은 낸시프레이저가 그전까지 존재하던 패미니즘 논쟁과 인권, 정체성, 재분배,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고 이것은 이제 분배냐 인정인냐 보단 약간은 비껴서 인정이냐 지위냐의 문제로 치환하게 된다.




악셀호네트의 낸시프레이저 비판


악셀호네트는 프랑크푸르트 3세대 학파이다. 1세대는 호르크하이머와 마르쿠제, 아도르노였고 이들이 고민한 것은 자본주의로 망가져가는 1차원적 인간의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1세대는 인간의 타락은 사실 ‘이성의 도구화’에 있다고 보았고 이러한 이성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 ‘이성을 도구로 해서 분석하는 일들’을 진행한다. 도구화된 이성을 비판하는 움직임의 핵심에 2세대 비판학파인 하버마스가 있다. 하버마스는 새로운 이성의 개념을 유동적으로 창조하는데 다름 아닌 ‘의사소통합리성’이다. 공론장에서 만들어지는 이성의 창조성을 제시한 것이다. 하버마스는 체제와 생활세계의 대립에서 점점 체제에 전복되어 가는 생활세계를 구하기 위한 이성의 창조 방식을 ‘의사소통합리성’으로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3세대 학파들이 등장하는 데 클라우스 오페와 악셀호네트가 바로 주인공이다. 특히 악셀호네트는 사회구성에 대한 하버마스의 구성이 너무 ‘거대한 담론’이라서 구체적인 사회적 문제들을 다룰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사회심리학자 미드의 이론을 가지고 새로운 사회 구성 이론을 제시한다. 그것은 인정과 무시의 대안으로서 ‘사랑’, 지위와 정체성의 구성으로서 ‘권리부여’, 새로운 사회적 구성체들의 대안으로서 ‘연대’이다. 인간의 내면에 살아 있는 ‘사랑’의 본능을 사회로 끌어내는 방식은 권리부여이고, 그 권리부여를 받은 사람들의 연대에서 ‘미래의 조건’들을 현실화 시키는 기획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악셀호네트는 먼저 낸시프레이저가 야심차게 구분한 재분배와 정체성, 지위 이론의 테두리를 허문다. 원래부터 사회는 구분될 수 없는 방식으로 인정투쟁을 해 왔고, 낸시프레이져의 구분은 어느시점에서 맞지만 통시적인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있던 것들의 구분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거대담론으로 나누어 버리는 하버마스의 방식을 동일하게 가져오는 낸시프레이저의 이론은 오히려 아무런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결과에 다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헤겔의 인정투쟁에 대한 해석, 마르크스의 재분배이론에 대한 다른 방식의 대안, 지위와 절차보다 더 중요한 주체의 문제를 가지고 낸시프레이저와 악셀호네트는 여전히 싸움중이다.




사회혁신과 지위 이론








지난 30년 등한 페미니즘의 젠더 이론은 준 맑스주의적quasi-Merkist 관점, 노들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점차 탈-맑스주의적post-Marist: 관점, 문화와 정체성에 기초한 관점으로 바꾸어왔다. 이 변화는 재분배에서 인정으로 정치적 관심이 변화해온 추세를 반영한다. 그런데 그것은 양날을 가진 변화다.

한편으로 이 변화 는 페미니스트 정치의 폭을 넓혀주었다. 다시 말해 이 변화는 페미니즘으로 하여금, 합당하지만 그 동안 간 과되어 온 여러 문제들, 특히 정체성이나 차이 difference 와 같은 이슈를 포괄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다 른 한편, 페미니의 이런 인정투쟁 인정을 향한 정은 신자유주의의 심화 상에서 재분배 트정재 위 한 투쟁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그것을 대체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면 페미니스트는 재분배와 인정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패러다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하나의 러다임을 다른 불완전한 패러다임으로, 즉 불완전한 경제 환원주의'를 불완전한 '문화원 주의'로 바꾸는 플이 된다. 이에 나는 페 미니스트의 본래적 관심 모두를 아드르는 폭넓은 젠더 이론, 즉 기존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의 관심사뿐 아니라 문화적 전환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관심사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름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들 시에 '분배'와 '인정' 드두를 포괄하는 폭은 정의 이론을 제안하는 것이며, 정체성에 기초한 기존 인정이 른을 넘어서서 재분배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인정이론 non-identitarian account of recognition 을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프레이저, Abstract of Recognition without. Ethics?”. Theory Culture Society,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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