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과 우연 사이
에티카에서 보여지는 스피노자의 정의 ‘호감’
하나의 호감은 여러개의 충동에서 시작되었다.
충동하는 것들이 모여서 호감을 만들어 내었다
스치는 우리의 감정선 어딘가에
충동이 자리를 틀고 내려 앉기 시작하면서
우연이 마치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이성의 마비가 찾아온다
우연들이 잔치를 벌이는
축제의 분위기에서
우리는 호감이 전복시킨
사람들의 이해하지 못할 선택을 경험한다
사랑이라는 자유의지의 완성체는
호감을 넘어 선택을 넘어
지난한 시간 속에서
마침내 우리 영혼에 자리 매김하는
하나의 나무와도 같다
민들레 홀씨가 아니라
계속해서 뿌리를 내리는
나무와도 같다
그러니 비바람도 이겨내야 하고
처음 시작에는 말라 죽는 것을 버텨야 하고
뿌리가 내릴 고간이 필요하고
자라기 위한 양분들도 필요하다
햇빛의 도움도 필요하고
병충해를 이겨내는 끈덕짐도 필요하다
충동에 의한 호감은
한번의 어려움이
그 동안 쌓아 놓은 허상들을
모두 날려 버려도
‘그럼 다른 사람 만나면 되지’라며
가볍게 영혼의 무게도 리셋을 눌러 버린다
이럴 때 이런 이야기가 시작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충동으로 살 때가 지나가고
사랑의 깊음을 완성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일까
우연들에게 영혼을 맡기기에
이 영혼 자체는 너무 존엄하기에
나는 다시 내면을 돌아보고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중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