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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08. 2018

낭만인간

2020년 작품 준비_소설 낭만인간

#1

그는 그 지점을 찾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었다.


자신이 마음 문을 넣고 그녀를 받아들이던 그 지점 말이다. 다른이들보다 몇 배는 예민하다고 믿었던 그는 항상 암묵적인 경계심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릴적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민함이라는 독특한 감각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회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되는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서는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기 마련인 ‘예민함’을 그는 아무도 모르게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치에게 원래는유태인인 자신이 발각되듯이, 그의 예민함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나면 곧바로 처형되듯이 놀림거리가 되어서 남성성을 의심받게 되는 과정을 여러번 겪으면서 그는 더더욱 자신을 감추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데 있어서 진심으로 마음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문을 열고 다 받아들였다가는 자신의 내면이 상처입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대방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자신에게 감정이입되면서 전이된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어느순간부터 다른 이들의 말을 듣는 척하는 경우가 많았고, 혹시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깊숙이 들어와 마음문을 두드리면 괴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악몽 속에서는 세상이 위와 아래로 연결되어 있고 그 바깥에는 동일한 세상이 대칭으로 존재하는 다차원의 세계였다. 그래서 악몽은 끝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항상 시작점과 끝 점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무한의 지점에 사람들의 소리와 흐느낌, 상처와 아픔이 곳곳에 서려 있었고 들으면서 자기도 몰랐던 사실과 그 당시의 상대방의 감정들이 기나긴 트랙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한 삶의 여정 속에서 어느날 그녀가 다가왔다.


그에게 그녀의 존재는 처음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한명이었다가 어느덧 수 많은 인식의 갈래의 중심에 서 있는 존재로 변화되었다. 모든 것이 정지한 세계에서 오로지 그와 그녀만이 움직이고 있었기에 동질감을 느낄 수 밖에. 어떻게 그녀에게 그는 마음을 열게 되었을까? 그는 어느 지점에서 그녀와 만나게 되었을까? 그의 기억속으로 찾아들어가는 사이에 나는 인간의 본질을 만나고 나의 예민함을 돌아보고 찾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역사적인 낭만인간의 탄생 앞에서 나는 역사의 장막을 걷어내고 한 개인의 인생 내막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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