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그대가 걸어 올 것 같아
기억 속 아득히 몇번째 서랍인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그 모습 그대로
눈물이 날 것 같은 가을 하늘 아래서면
당신이 날 안아 줄 것 같아
추억 속 우울함 가득한 시선에는
잡히지 않는 당신의 모습이
나의 어깨를 감싸고 안아 주는 날이면
실컷 울고 나도 개운한 다음날을 기대할 수 있었으니까
당신이 걸어오는 새벽 녘
그 토록 차갑고 스산했던 밤의 기운이 달아나고
함께 손 잡고 거닐
아름다운 동산이 벌써 내 미소에 어리웠으니까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여전히 당신과 포개어졌던 숨결이 생각나
입술과 입술이 마주하는 사이사이
우리는 미래로 여행을 떠나고
과거의 한숨들을
한번도 돌이키지 않았으니까
숨결숨결마다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감정의 흔들림없는
세찬 감동들이 막 가슴을 두들겼으니까
그 때만큼은
역사의 뒤안길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
세월이 당신을 가두어두지 못하고
시간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가리지 못하더라
그렇게 당신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빛나고
계속해서 세상을 밝게
비추어 주고 있었지
가로수 등불 아래에 서면
당신의 빛이 생각나는 이유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인가봐
당신의 아름다움이 고여 있는 빛들이
내 마음 속에서
환하게 비추이고 있으니까 말야
언젠가 당신이 그랬지
우리가 만약 같은 공간에 있지 못하게 될 때
한 가지만 기억해 달라고
우리가 함께 흥얼거리던 그 느낌
그 감각이 생의 감각임을
그 여운이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했지
소중하게 간직해 달라고 했지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밤이 맞도록
당신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정말 당신의 말처럼
생의 감각이 더욱 활활 타올라서
다시 무엇가 내일 아침에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거든.
사랑이 시간을 가득 매운 사이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인생의 그림자에서
나는 희망을 보고
당신을 빛을 기다리는 것 같아
어둠이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이 있어야 하니
당신의 빛이 반드시 있다는 게
내 마음 속에 어두움들이 기대하는 것들이겠지
언젠가 우리가 만나는 날
그 때는 나도 당신에게 사랑스런 빛이 되고 싶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들을
깊이 간직하고 다듬고 있는 것일꺼야
아름다움은 항상
아름다움을 알아보니 법이나
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기 위해서
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아 갈테야
우리 이제 만나자
빛들의 잔치로
찬란한 숨결로
미래를 향한 호흡으로.
당신은 한번도 내게 오지 않았어
도래하는 것 같다가 언제나 안개처럼 사라졌지
그래서 나는 안개를 붙잡으려고
그렇게 여름한철을 다 보낸 적도 있었나봐
한번도 만나보지 않은 당신
이걸 '자히르'라고 하던데
언젠가 당신을 진정으로 만났을 때
더 고민하지 않아도 더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의 온기가 그대로
나의 시린 가슴을 적시어 줄 때
나는 되살아난 봄의 여운처럼
당신이 가는 모든 앞길을 밝혀주고 싶어
당신이 걸어오는 길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이 길에서 나는 계속 이 길을 갈께
당신이 언젠가 걸어와서 우리가 만나는 그 시절에
당신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당신을 떠 올리고 있을께
호흡이 점점 빨라지는 시간이
오고 있으니깐. 당신이 거의 다 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