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Dec 01. 2019

가슴만 알죠

당신이 걸어간 길


언제부턴가 당신 뒤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

홀로 쓸쓸히 걸어가는 길에서


나는 당신의 뒤에 있었고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걷고 있었지


나는 당신으로 뛰는 가슴에 묻고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어


영혼의 잠들어 있던 곳 옆에서

고이 간직하고 있어던 그 마음은


때로운 세찬 소나기깥이

마음 속을 쓸어 내리다가


언제는 산들바람처럼

선선하게 마음을 적혀주었어


가끔 우리의 시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날이면

마음이 봄바람을 맞은 것처럼


벌컥벌컥 봄비를 들이키고는

당신의 길을 따라가자고 졸라대었어


나는 이상하게도 당신의 뒷모습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하고 들떠있던 마음을 진정시켰어


언제가부터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머리가 멈추라고 하는 곳에서 멈추게 되었나봐


그래서 나는 당신과 길을 함께 걷지 못하고

당신의 손을 잡지 못했던 것 같아


당신이 그립다

당신과 함께 갈껄 그랬다


함께 걸어보고 눈을 마주치고

함께 발을 맞추며


살며시 당신과 포개어

햇살을 나눌 껄 그랬다


우리가 교차한 시간이 아득해질 수록

당신의 뒷모습도 아득해지는 것 같아서


나는 그 시간을 애써 기억으로 남기지 않고

지워놓고서는 다른 글자들로 덮었던 것 같아


모두가 정적해지고

사물들의 시간이 그림자의 빠르기로 돌아간 지금


나는 조용히 그 때 기억을

당신의 추억을, 당신의 뒷모습을


마음 속에서 꺼내어

가슴아픈 한편의 시를 적어 내는 것일지도.


인간의 영혼에도 사계절이 있다면

나는 지금 아마 겨울일 꺼야


당신을 알게되고 당신의 뒷모습이

스쳐지나가던


당신이 불어오는 봄날이 지나고

당신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던


여름날의 열정도 지나가고

교차한 시간이 낙엽과 함께 바람타고 사라져버린 지금


나는 겨울을 걸어서

당신을 묻어 놓은 마음 속 한 켠으로 걸어가는 것일지도.


아주 가끔

아주 오랜만에


이 공간에 오니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반쯤 감긴 눈으로


여기를 빠져나가고 있나봐

나의 영혼도 빠져 나가겠지.


당신이 없는 삶은

까막 밤하늘에 아무런 별도 없는 날과 같으니.






가슴만 알죠


그대 그리움에 또 하루가
그대 보고 싶어 눈 감아요
자꾸만 내 곁을 멀어지는 그대 모습
안돼요 안돼요 안돼


우리 사랑하면 안되겠죠
정말 사랑은 이기적이죠
그대 바라보는 하루가 또 힘드네요
가슴이 가슴이 아파


사랑한 만큼 아픈가 봐요
사랑하면 안될 사람이라서
눈이 멀어도 귀가 막힌 데도
그대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가슴만 알죠 내 소중한 사람
그댈 바라보면 내 맘이 아파
사랑한 만큼 아픈가봐요
사랑하면 안될 사람이라서


그대 기다림에 또 하루가
나는 그리움만 품고 살죠
내겐 상처 따윈 아무래도 괜찮아요
아프고 아프고 아파


사랑한 만큼 아픈가 봐요
사랑하면 안될 사람이라서
눈이 멀어도 귀가 막힌 데도
그대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가슴만 알죠 내 소중한 사람
너만 바라보면 내 맘이 아파
사랑한 만큼 아픈가봐요
사랑하면 안될 사람이라서


사랑한 만큼 아픈가 봐요
사랑하면 안될 사랑이라서


_소향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이제 만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