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시선이 절반의 사선으로
떨어지는 날들이 많아 질수록
인생의 여드름은
아무 소득없이
주렁주렁 여문다
더러운 시궁창
안좋은 옛일들이
시선을 어지럽히는 동안
아찔한 현기증과
어지려움이 찾아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낮의 태양을 피할 그늘도 없이
인생은 그렇게 땀과 물로
뒤범벅 된 아스팔들을 걸어간다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인간이 무엇을 바꿀 수 있으랴
인생은 한낱
인생이란 고윤섬유에 묻은
보프라기 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다가간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는
함께 거하는 것만으로는
생명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삶은 그런게 아니다
함께 만나서 걷는 것이다
다만 방향이, 어디로 갈 것인가가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것이다
시궁창의 어지러움을 뒤로하고
이웃들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앞으로 걷는다
나는 아직 여러사람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없지만
우리의 정신
인간의 마음
서로에 대한 사랑
거기서부터 나는 다시 시작하리라는
다짐으로
오늘도 말도 안되는
아스팔트를 가로지른다
절반으로 떨어진 시선이
다시 지평선을 바라보고
인생의 여드름이
사춘기가 지난 어느날 아침
깨끗한 님의 얼굴 되듯이
나는 다시
걷고
묻고
사랑하며
배우고
살아간다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나의 시간은
공간을 넘어서서
온 우주를 배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