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대학원 공공정책과정_사회과학의 이해 특강
현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종학위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정치학박사
전공분야 : 국제정치, 외교안보
국제관계 안보 전공 주임교수
한반도안보를 위한 대한민국의 첫 번째 대전략(大戰略)이야말로 북한의 비핵화이다. 어떤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북한정권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들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북한정권의 핵보유를 어쩔 수 없이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재인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당장 남북한 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남북한 긴장완화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동맹국 지도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 김정은정권이 스스로 비핵화 협상테이블로 걸어 나왔는지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김정은정권이 진정한 북한 비핵화 단계에 착수하지 않는 한, 한국정부는 남북교류의 속도를 미국정부와 조율하며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카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한반도안보의 첫 번째 대전략은 바로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간스키(A. F. K. Organski)가 주도한 세력전이론은 세력균형이론에 대 한 이론적 불만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 이론은 위계질서, 경제성장, 불만족, 추월, 평형의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지배국가가 등장하여 질서를 유지할 때 세계 체제에 평화와 안정이 오며 지배국의 쇠퇴와 도전국의 융성 이 맞물릴 때 체제 불안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오간스키는 세계 체제를 지 배국(dominant power), 강대국(great power), 중간국(middle power), 약소국 (minor power)으로 구성된 위계적인 권력의 피라미드로 보고 있다. 세계 체 제의 정점에 오른 지배국은 자신의 이념과 성향이 담긴 세계 질서를 설계하게 되고 다른 국가들은 지배국에 편승하게 된다. 세력전이론의 주요 변수는 권력과 만족도이다.
즉, 부상하는 도전국이 현 상태에 불만족을 갖고 지배국에 도전하게 될 때 세계 체제의 불안정이 찾아 오게 되는 것이다. 불만족스러운 도전국의 국력이 지배국의 국력을 추월하 는 시기인 전이시기에 양자 사이의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가장 높게 된다. 오 간스키는 권력을 1인당 GNP, 인구, 상대적인 정치적 능력의 합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정치적 능력은 정부의 정책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자신의 국 민으로부터 자원을 추출해 내는 정부의 능력으로 정의된다.
세력전이론은 세 계 체제의 정상에 선 지배국과 이에 도전하는 주요 도전국 사이의 경쟁만을 이론의 대상으로 삼으며, 이 구도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쪽은 도전국으로 상 정되고 있다. A. F. K. Organski, World Politics (New York: Alfred A. Knopf, 1958); A. F. K. Organski and Jacek Kugler, The War Ledger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0). 이후 연구에서 학자들은 평형과 전쟁의 상관관계의 연구를 강대국 하위 체 제의 수준까지 분석의 범위를 넓혔다.
이제 전이는 세계 질서의 정상에 있는 패권국과 도전국만의 게임이 아니라 강대국 체제의 메커니즘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세력전이의 범주가 유럽 질서의 분석에만 적용되던 것을 세계 질서 의 분석으로 확장시킨 것은 렘키(Douglas Lemke)였다. 그는 세력전이의 다위 계모델(multiple hierarchy model of power transition)을 통해서 지역 수준의 권력 위계질서를 상정한 후 각 지역 단위의 무력 갈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간스키와 그의 제자들은 세력전이라는 용어 자체를 대중화시킨 선구적 인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오간스키가 세력전이의 불안정성과 위험성의 측면 을 부각시킴으로써 ‘세력전이=전쟁’이라는 인식이 대중 사이에 폭넓게 자리잡 게 되었다.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일지 형태로 단순히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현 사태의 구조적 배경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 론’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표층적인 사건의 영역보다 더 밑에 존재하는 국제정치의 장기(長期) 동학을 이해해야만 현재의 세계사적 국면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조지 모델스키(George Modelski)와 윌리엄 톰슨(William Thompson) 등이 발전시킨 ‘리더십 장주기 이론(Theory of Leadership Long Cycle)’은 오늘날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왜 무역 분쟁, 그중에서도 첨 단 기술을 둘러싼 갈등의 형태로 두드러지게 표현되는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장주기 이론은 근대 세계사에서 패권국의 교체와 기술혁신의 관계에 주목하는 거시적 국제정치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콘트라티에프 주기(KWave)라 불리는 장기적 경제 사이클이 국제질서에서의 리더십 주기와 긴밀히 연관되는데, 이 경제순환은 근본적으로 선도 부문(leading sector) 에서의 기술혁신에 연동되어 움직이게 된다.
즉, 세계사의 특정 시기에 혁신적인 기술혁명이 일어났을 때, 해당 기술에 기반한 선도산업을 주도한 강대국이 그 시대의 지도 국가로서 부상하여 국제정치경제의 질서를 주도한다는 것이 장주기 이론의 골자이다. 언어 선택 가령, 면직물과 증기기관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으로 발생한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의 패권국 부상과 긴밀히 연관되며, 중화학공업에 기초한 2차 산업 혁명은 기성 팍스 브리태니카에 대한 독일과 미국의 도전, 그리고 양차 대전을 통한 ‘미국의 세기’ 건설로 귀결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20세기 후반 의 정보화 혁명은 냉전에서 소련이 몰락하고 미국이 결정적 승기를 잡는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오늘날의 미중 관세분쟁의 본질이 단순한 무역수지의 문제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기술 패 권 경쟁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갈수록 밝혀지고 있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표준을 장악하는 국가가 21세기의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예측이 오늘날 패권 경쟁이 테크놀로지 영역을 둘러싸 고 벌어지고 있는 주된 이유인 것이다.
사태의 촉발 지점은 대테러전쟁의 실패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 패권의 하강이 뚜렷하게 감지되는 상황에서, 신창타이(新常态)의 돌파 구이자 중국몽 실현의 수단으로서 시진핑 정권이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사업’을 발표한 2015년 시점으로 여겨진다. 이는 베이징이 4 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총체적 국력을 기울여 기술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명시적 선언이었고, 이에 대한 우려 혹은 두려움을 키워오던 미국은 트 럼프 정부가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통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주지하다시피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중국의 경제정책을 거친 언어로 비판해왔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여러 주요 정책 텍스트들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중대한 국가적 사무임을 지적해왔다.
가령, 현 행정부 안보전략의 대강을 담은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17)’, ‘냉전 2.0 선언문’이라고까지 불리는 2018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 연구소 연설문 등에서는, ‘수정주의’ 강대 국인 중국이 각종 사기와 불법행위를 통해 미국 패권의 근간인 첨단기술영역의 토대를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트럼프 백악관 내의 보 호주의 세력을 이끌고 있는 피터 나바로의 ‘무역제조정책국(Office of Trade and Manufacturing Policy)’이 2018년 6월 발간한 ‘중국의 경제적 공격이 미국과 세계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위협하는가(How China’s Economic Aggression Threatens the Technologies and Intellectual Property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는 대중 정책의 핵심 목표가 단순히 무역적자 축 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에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1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이 중공(오늘날의 중국)군 또는 미군에 의한 것이었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발발한다면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석좌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중 갈등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미·중 무력 충돌은 한국전쟁 이상으로 한국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을 통해 개념화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 주장의 근거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원인을 분석한 데서 따온 개념이다. 패권 세력과 새로 부상하는 세력 간 극심한 구조적 갈등을 뜻한다.
앨리슨 교수는 책의 집필을 위해 지난 500년간 신흥국가의 부상이 기존 패권 국가와 강하게 충돌한 사례 16개를 선정했다. 이 중에서 제1·2차 세계대전, 중·일 전쟁을 포함해 12번은 전쟁으로 끝이 났다. 미·소 냉전을 포함, 단 4차례만 전쟁을 모면했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관계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적용되는 17번째 사례로 본다. ‘예정된 전쟁’에서 아테네는 중국으로, 스파르타는 미국으로 변주(變奏)된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안보·국방 분야의 석학이다. 특히 핵확산과 테러리즘 그리고 정책 입안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77~89년까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맡아 수많은 석학과 정계 인물을 배출하는 세계 최고의 정치행정대학원으로 키웠다. 레이건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각각 국방장관 특보와 국방성 차관보를 역임했다.
‘미·중 갈등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한 기자의 이메일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인터뷰”라며 며칠 뒤 상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뉴스위크〉 2018 올해의 책,〈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매체가 강력 추천한 책이자, 민주주의 붕괴 패턴을 통찰한 하버드대 정치학자의 역작.
트럼프 당선 직후,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주의조차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칼럼을 썼다. 그 글은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출판사의 요청을 받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로 거듭났다.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두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두 저자는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매우 유사한 패턴으로 무너졌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 패턴 속에서 ‘후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내던진 정당’,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을 공격하는 선출된 지도자’ 등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들을 찾아냈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임을 이야기한다.
들어가며: 모든 민주국가에 던지는 경고
1장 민주주의자와 극단주의자의 치명적 동맹
2장 무력화된 정당
3장 왜 정치인들은 잠재적 독재자를 방조하는가
4장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
5장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규범
6장 민주주의에 감춰진 시한폭탄
7장 규범의 해체가 부른 정치적 비극
8장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
9장 민주주의 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