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의 시에 덧붙인 이야기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_정호승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 지루하게 삶을 살 수 있다
그늘이 없는 이의 마음은
한없이 고요하고 안전하지만
그 안전함을 지키기 위해서
눈보라가 치는 겨울 밖을 나가길 피한다
내가 누리던 것들은
밝은 태양가운에서만 빛나리니
내가 누리던 것들을 지키느라
나의 모든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어린시절의 눈물은 30년은 지나야
그 빛을 발휘한다
그늘 속에서 빛나는 눈물은
조개 속에서 빛나는 진주와 같다
처음에는 이물질처럼 삶의 그늘들이
인생의 시련들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을 묵묵히 지키고 버틴 이에게
인생의 지혜라는 진주가 반짝거리리
삶의 긍정이 충만한 인생에서는
모든 것들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스로 그들을 만들고 있음에도
그 그늘을 욕하는 위선을 보인다
부정성이 우리 내부에 침투하면
아프고 쓰리고 지치지만
결국은 그 부정성이
우리의 우리됨을 만들어낸다
눈보라치는 겨울 밖을
담대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용기가,
그늘에서 빛나는 눈빛에서
인생의 시련을 응시할 수 있는 희망이 된다
피부에 느껴지는 고통을 피하려다
고통을 주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그 고통을 함께 경험하면서
그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길
영혼의 깊이가 점점
사막의 마른물처럼 말라갈 때
시인의 감성은 한줄기 빛처럼
마음 속 깊숙히 다가온다
지친 이들에게 한 모금의 생수를 전하면서
그늘에 앉아 잠시 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여유와 깊이와 넓음이
눈물안에 담기길 손모아 본다
풍요의 시대에 가난한 외침을
이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