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아이
이태원클라쓰_그 때 그아이(김필)
길었던 하루 그림잔 아직도 아픔을 서성일까
말없이 기다려 보면 쓰러질 듯
내게 와 안기는데 마음에 얹힌
슬픈 기억은 쏟아낸 눈물로는 지울 수 없어
어디서부터 지워야 할까 허탈한 웃음만이
가슴에 박힌 선명한 기억
나를 비웃듯 스쳐 가는 얼굴들
잡힐 듯 멀리 손을 뻗으면 달아나듯 조각난 나의 꿈들만
두 갈래 길을 만난 듯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무언가 나를 이끌던 목소리에 한참을 돌아보면
지나온 모든 순간은
어린 슬픔만 간직한 채 커버렸구나
혼자서 잠들었을 그 밤도
아픔을 간직한 채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직 허기진 소망이 가득 메워질 때까지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주 먼 훗날 그때
그 아인 꿈꿔왔던 모든 걸 가진 거냐고
쭉 늘어뜨린 긴 그림자를 남긴
하루의 햇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에
그림자에 눌려서 꾹 감춰놓았던
슬픔들이 커텐을 치고 달빛을 가리는데.
마음 속 한켠에 마련해둔
작은 눈물샘들은 차고 넘쳐 더 이상 담을 자리가 없네
어디서부터 닦아내야할까
아무리 닦아도 흘러넘치는 밧줄같은 기억들
기억들이 모여서 아래로 기운 탑이 되었고
탑의 깊이 만큼 고통의 깊이도 깊어졌지
나는 아직 어린아이인것만 같지만
세상은 눈물을 닦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네
아직 준비한 것이 없는 것 같지만
그 고통의 중심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었나봐
고통이 주름을 만들어 낸 만큼
그 주름에서 세상은 희망을 보나봐
시간은 나를 키우고
이제 나의 팔을 펼치라고 하는데
뒷 걸음질만 치는 나의 앞에
나의 꿈이 손짓하면서 부르고 있네
앞으로 나아가야지
비웃음들을 뒤로 멀리 보내 버리고선
환한 웃음음으로 미래를
찾으로 가야지
행복이 쓴 웃음이 되지 않게
한 순간 한 순간을 기쁨으로 맞이해야 겠지
그 길에, 가는 길에
너의 길과 만나면 좋겠다
혼자라면 외롭지만
함께라면 넉넉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