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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07. 2020

고민 고민 고민

요즘 고민하는 것들

1.

'나이를 먹으면서'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요즘이다. 살아온 인생이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더욱 큰 산이 버티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나이를 먹으면 그 때에는 무엇이 되어 있겠지 했는데, 거의 다 안되어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많은 이들처럼 빨리 이 길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든다. 계속 '국제개발과 통전적 선교'를 지향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 어머니는 아프시고 결혼을 위한 준비는 안되어 있는데?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보다 3배를 덜 받으니깐 시간이 지날수록 3배 만큼 인생의 주기가 늦춰지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이 과연 옳았던 걸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평탄하지 않은가?


2.

아직도 정치에 꿈을 품고 있다. 국회일지 정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100년정도 후의 미래 한국의 잠정적 유토피아를 생각하면서 오늘의 현실을 한 땀 한땀 꿰메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단은 시민사회의 역량부터 챙기고,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그에 맞게 두 가지가 잘 아우러지는 문화를 만들고. 이런 고민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20살 청년처럼 부풀어 오르고 두근두근 뛴다. 미래를 희망으로 두는 일, 누군가의 눈물이 씻겨져 나가는 일, 불평등 때문에 맘 졸이고 화나는 것이 사라진 세상. 이런 세상을 꿈꾸는데 아직도 포기할 수 없다. 누군가는 20대에 박사학위를 받고 일찌감치 성공가도 혹은 정치신인으로 등장했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나는 어떤 성과를 보였는가? 이런 질문들이 심장에 꼭꼭 박히는 요즘, 나를 다시 돌아본다.


3.

미련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최근에.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 이기적인데 중립적인 척 하는 사람, 지혜로운 척 하면서 자기를 먼저 챙기는 사람, 다른 사람을 이용해 먹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은 듯이 판을 까는 사람, 필요할 때만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 매너 있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전혀 존경의 의사가 없는 사람. 나는 그 미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방황을 했다. 한 한달정도 생각해보니 그 모습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에게 고스란히 있는 것을 발견한다. 흠짓 놀랐다가도 역겨워서 매번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현실이다. 계속 마주쳐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항상 지혜로운 사람들이 곁에 많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얼른 배제해 버리고 싶고, 인간 취급도 하기 싫어 진다. 그런데 이게 괴로운 거다. 그게 배제하는 순간 내가 추구하던 이상과 꿈, 미래와 비전, 사회와 국가에 대한 전체 판이 흔들려 버리기 때문이다. 어디 인간이 한 두번인가? 어디 사람이 이기적이지 않을 때가 있는가? 알면서도 나는 애써 외면하면서 큰 길로 널찍이 돌아 간다. 사실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었고,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이었으며, 조건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만났더랬다.


그러니 나는 여지껏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고,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감 있게 말해 왔던 게 아닐까?


4.

오랜만에 새로운 단어들을 들었다. 나를 표현하는. '민경인은 너무 보수적이야, 생각을 바꾸지 않아'라던가 '민경인은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20대에 수 없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요즘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원래 이랬는데, 내가 너무 사람들한테 나를 안 드러냈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너무 말을 아꼈나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당신들이 멀 알아?' 혹은 '나는 당신에게만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식의 정해진 답들이 목구멍에서 꾸역꾸역 올라와서 머리를 지배해 버리는 것을 많이 경험한다. 한병철의 심리정치나 피로사회를 읽으면서 '부정성' 자체가 사실은 타자가 나에게 주는 행복이라는 것을 지식으로는 기억하고 마음 속에는 새기지 않았나 보다. 고민들이 점점 깊어지고 나이테를 먹으면서 매우 굳건해지는 모양이다.


고민들이 개근상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다.


5.

이런 고민들을 쓰는 것은 극복하기 위함이다. 인지하고, 눈치채고 깨달은 이상 계속해서 이 고민들을 품고 살아갈 수는 없다. 내가 바뀌어야 하고, 변해야 하고, 결단해야 하고 결국은 행동해야 한다. 진실로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중심에서부터 하나님을 찾는다. 하나님이 원래 만드신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면, 나의 아름다움이 회복되길, 젠체하지 않고 속지 않고, 방황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소망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가운데 나는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만나게 된다. 돌아보고 멈춰서고, 생각하는 사이에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지를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회고로써 점친다.


고민은 깊이를 더해가고, 정신은 그 깊이 만큼 더욱 깊이 뿌리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6.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항암투병 중이시고 나는 애써 그 고통에 깊이 참여하지 않으려고 멀리 돌아가는 길이다. 그러는 사이에 그 많던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매번 독한 항암치료에 소화도 안되시는 상황을 만난다. 어머니와 시간을 더욱 많이 보내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난 아들인가? 나는 왜 이렇게 덜 떨어진 인간인가?라고 생각하는 최고 어두움 시기가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성실함과 진실함,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려고 하는 대범함을 본다. 어머니 같이 아픔을 겪고 있는 수 많은 암환자들, 우리 몸의 원래 것이 아닌 변형된 잘못된 것들과 싸우시는 분들의 뒷 모습을 본다. 예전엔 전혀 몰랐고, 생각해 볼 겨를 조차 없었던 아픔의 깊이가 살깣 아래로 파고드는 느낌을 받는다. 괴롭다. 힘들다. 그리고 실제로 몸의 아픔을 느끼는 분들의 사투와 고통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날 것 같다. 고민이다.


'사람은 왜 아프고, 왜 죽는가?' 낭만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현실에서 고통당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7.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었는데, 자유한국당이 미래 통합당, 미래 한국당으로 오히려 선거에서 이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예상이 나온다. 비참하다. 부끄럽다. 그리고 정말 화가난다.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이런 친일파, 독재세력의 잔당들이  국회를 장악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제대로 된 정책 하나가 없는 더불어 민주당도 별로다. 노동에만 목숨거는 당도, 환경에 기인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당도 고민이 된다. 왜 우리는 1930년대의 스웨덴의 혁신적인 정책들이 나오지 않는 걸까?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항상 앞서기 때문에. 미래는 도전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계략을 짜는 자의 것인 것 같다. 지금 국회에 들어가 봤자 아무것도 배울 게 없을 거란 생각을 한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에서 갑자기 '너는?'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럼 얼마나 준비하고, 어떤 대안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당연히 없다.아직! 2번째로 들어간 행정대학원에서 '공공정책' 과정 3과목을 듣는다. '정책 형성, 정책관리, 정책평가' 나는 그렇게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변변찮은 대안 하나가 없다. 나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이런 질문을 하루에 수 백개씩 던지면서 꾸역꾸역 대학원에 등록하고 수강신청을 하고 있다. 그래도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 끝에 '니가 뭘? 바꿔?', '꿈깨!'라는 메아리들이 되돌아 오는 것 같다.


8.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다가도 문득, 송곳처럼 생각의 해수면을 처들고 올라오는 의지가 있다. 그럼 이렇게 계속살래? 이런 질문들이 계속해서 심연의 바다에서 치고 올라와서 섬을 미루고 육지를 이룬다. 나는 겨우 그 육지에 표류해서 묻는다. '그럼 어떻게 살아?' 그러고 나면 들리는 음성은 '그러니깐 너의 인생에서 모든 것을 다 볼려고 하지 말라고!'라는 것. 다시 말해서 내 인생의 모든 끝이, 다 끝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넘어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많은 이들의 미래에서 어느 순간 도래할 공동체, 잠정적 유토피아, 꿈꾸던 삶이 꽃 피울 수 있도록 지금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내게 맡겨진 일종의 '사명'이었다.  잊어 버리다가도 문득 잠을 깨어 보면 포기할 수 없는 '목표'. 나는 그것에 목숨을 걸고 가고자 했다. 대한민국의 100년을 걸고, 지금 그 100년의 미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한가지를 여기서 해보는 것.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미래를 바꾸는 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지도 어언 몇 년이 지나갔다.


9.

방통대 4학기 교육학과, 행정대학원 2학기 공공정책 전공, 사회혁신해봄협동조합에서 '사회혁신포럼' 및 '사회혁신방법론 연구' 및 '철학스터디, 사회학스터디, 정치스터디, 조직개발스터디' 등 진행. 한림대 국제대학원 졸업시험 및 논문대체 시험, 출장(네팔, 잠비아, 에콰도르), 회사에서 9개의 스터디(정치, 경영, 국제개발, 데이타사언스, 신학, 기독교 철학),  철학아카데미 강의(들뢰즈, 알랭바디우), 아트렉쳐 글 연재 등등이 이번 년도 1학기 기다리고 있다. 좀 쉬어야 하지만, 쉬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서 처럼 나는 나머지 4단계가 다 채워져서 이렇게 된건가?


10.

그럼에도 나는 또 희망을 품는다. 고민이 언젠는 정답은 니어도 해답을 찾아내겠지. 일단 지금 내게 주어진 일부터 성실하게 해 나가자. 비교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오늘 맞이한 아침이 내일도 밝아올 테니. 이 어두저녁을 무사히 지나가 보자.


구름에 달가듯 가는 나그네의 뒷모습이 보인다.


고민이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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