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Feb 26. 2020

낮은 관계와 깊은 관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 #1

1.

연애의 감정을 오랫동안 가지고 살아오면서, 결혼직전에서 다시 연애의 감정으로 돌아가면서 자유와 질서의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을 본다. 연애에서보다는 결혼을 하면 새로운 질서가 탄생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연애의 감정이 자유를 준다면 결혼을 하려고 하는 마음은 질서를 품은 책임감을 쥐어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서 질서를 만들어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다시 생각해 보는 사이에 여러 사람들의 얼굴과 행동이 스쳐지나가고, 나의 잘못이나 한계도 나의 등을 두드림으로 이제는 좀 바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연애의 감정과 결혼의 질서에 대해서 드는 몇 가지를 적어 보았다.


2.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잘못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에 따른 관계의 질서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얉은 관계로만 연애의 감정을 이어온 사람에게는 상대방은 내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메뉴판 같은 느낌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 내가 섬기거나 도와줄 수 있는 일 보다는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 내가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서기에 바쁘다. 그래서 결혼 즈음에 가면 연애의 감정이 자신의 질서를 잡아가는 차원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방편으로 상대방을 끌어 들이는 경우가 많다. 돈이 없거나, 외모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존감이 낮거나 하면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상대방에서 보상받을려고 한다. 관계의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는 이렇게 등가교환도 안되는 교환적인 관점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니 이런 관계가 결혼관계로 발전하면 결혼은 정글의 전투와 같이 된다. 대부분의 문제는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서 계속 문제를 찾는다.


지옥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관계라는 게 말이다


3.

수준 낮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주 싸우고 자주 문제를 만들어낸다. 누구도 이해해 주려고 하지 않음으로 서로 다른 반대방향으로 돌아간다. 깊은 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관계'의 양상이라고 생각하고 '인간' 자체에 대한 부정성이나 좌절감을 그대로 등에 업고서 남은 인생을 걸아간다. 그래서 세상은 점점 더 우울해 지는 것 같다.



4.

낮은 관계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사람은 주위의 사람들도 낮은 관계의 수준으로 끌어 내린다. 교환대상으로 팀 사람들을 대하고, 자신이 딱 생각한 것 만큼만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유형화하고 어떻게 이용할까를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에게 그 잣대를 들이대면 '저 사람은 자꾸 나를 유형화하려고 해~ 비인간적이야!'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 이러한 사람이 연애를 하게 되는 경우 처음에는 숨기고 있던 속 마음이나 자신의 낮은 수준의 관계의 경험을 1달 정도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되어 있다. 집착이나 고집, 조종이나 복수와 같은 낮은 단계에서 나오는 조각들을 상대방을 향해서 계속 날린다. 그래서 상대방은 1달이 지나면 점점 시들시들 해졌다고 2달정도가 지나면 진절머리가 난다면서 떠나게 된다. 그런데 당사자는 잘 모른다. 자신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이미 자신을 결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는 계속 힘들고 결혼은 더더욱 힘들어진다.


5.

심각한 의존형태로 몸과 마음이 결정되면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은 그 사람의 심정에는 잠재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그 무게를 달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을 자신에게 적임자로 생각하게 된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욕구가 논리를 만들어내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자신을 견딜 수 있는 사람과 견딜 수 없는 사람으로 나누고, 그 중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 그런 굴레가 계속 돌아가면서 연애의 감정보다는 지배의 감정이 온 몸에 가득 퍼지게 된다.


관계는 결국 난파될 것이다


6.

어느정도 이러한 감정과 상태가 지나가서 온 몸에 독처럼 퍼지기 시작하면서 성격은 점점 빨라지고, 빨리 붙잡아서 결혼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상대방은 더욱 피하고 싶어하지만 그 자신은 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관계는 더욱 더 얇아지고, 관계의 정도는 너 낮아진다. 결국에는 만나는 사람들과 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관계로 항상 깨지기를 두려워하는 정도가 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대도 외롭고 기운이 빠지고 무엇인가 세상에 자신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내면의 수준은 외부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7.

가끔 이런 낮은 관계에서도 결혼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연애의 충분한 감정과 질서가 잘 잡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깨지기도 한다. 설령 높은 관계의 질을 만들어내는 상대방을 만나도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끌어내려 자신에게 맞추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아주 쉽게 이혼도 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 때에도 잘못은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으로 끝난다.


8.

높은 관계,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매우 지혜로운 사람들인데, 대부분의 특징은 '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여유, 그리고 자신의 장점들을 상대방을 위해서 헌신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관계를 만나면 나의 얉은 관계를 청산하고 싶어지고, 무엇인가 내가 잘못 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얉은 관계에서는 화만 나다가 깊은 관계로 부름을 받아서 가보면 그렇게 여유와 낭만이, 질서와 기다림이 아름답게 맺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9.

낮은 관계를 가진 사람과 깊은 관계를 가진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은 잘 산다. 깊은 관계인 사람이 잘 포용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은 관계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상대방에게 불만이기 때문에 결국은 낮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떠나게 된다. 자신이 경험한만큼 자신이 변화되는데, 새로운 경험이 왔다고 하더라도 '자기중심성'은 자신의 경험을 제한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깊은 관계의 사람들이 이별을 하고서 혼자 사는 경우를 많이 본다.


10.

연애의 감정과 결혼의 질서를 생각하다가 보니깐. 내가 정말 더 많이 주고, 더 잘 섬기고, 먼저 어떻게 상대방을 배려할 것인지 생각하고 연습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깊은 관계의 관계를 많이 경험했지만, 나 스스로 그 한계를 짓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봐야 겠다. 주위에 만나고 싶은 깊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 분들을 만나면 마음 속에 봄이 온 것 같고,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 같은 환상을 느끼게 된다. 그 분들처럼 시간을 늘어뜨려 놓고서는 마음에서 올라오는 충돌들을 돌담에 잘 새겨 묶어 놓고서 봄을 만끽하는 그런 낭만적인 삶을 살고 싶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유와 낭만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에게 더 많은 여유와 낭만으로 다가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보다 미련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