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선택이 주어지는 길에서
주일오후
아직 주일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시간
안식일을 즐기며
때론 지키면서 살아가는 시간대를 벗어나서
삶의 일상으로
삶의 자리로 다가가다보면
두가지 길이 있다
헤롯의 길과 예수님의 길
더 많이 더 충분히 더 다양하게
남들보다 빛나게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헤롯처럼
보이는 지금에 목숨을 거는
길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고 누추하기도 하고
험한 길이기도하고
비교할 수 없고 오솔길에 시냇물 흐르는
좁은 길이 있다
큰길을 가는 해롯의 길 내내
나는 더 많이 욕망하고
현실을 더욱 기대하고
미래의 욕망을 위해서 지금을 불태워야 했다
나는 똑똑하지 않았고
멋지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의 열정의 지프라기는
목적에 대한 성취였다
그럴 때 그 목적을 이르는 과정에서
이웃들이 보이지 않았다
밤새 청소하시는 지하철의 아주머니들
하루종일 앞에서서 상품을
홍보해야 하는 마트의 어머니들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작업장안의 아버지들과
밤새 널판지에 내일을
기대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보다
잘나가는 칭구들
티비에나오는 연예인들
포보스지의 50대
기업 CEO의 자산현황과
유행에 따른 여름철 돋보이는 법
같은 것들에 내 영혼을 쏟고 있었다
다른 길
보이는 대로 걷지 않아야 보이는 길
믿음의 길
삶의 목적을 다른 곳에 두어야 보이는 길
어려움에, 한숨에 아파하는 이웃들의
시름을 나눠서 지고
잠시 호흡을 멈추고
기다려야하는 길
삼위가 함께 기다리시는
그 길 내내
나는 삶을 돌아보고
생명을 함께 나누고
작은 웃음 하나에도
인생의 진리를 얻은 듯 했다
희망의 신앙
둘레길과 같은 여유로운 길 손잡고 함께 가는 길
예수님의 길로 간다
헤롯의 길을 뒤안 길로 넘겨놓고
나는 눈 먼 장님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으로 간다
저 멀리
저 멀리
꼬부랑 지팡이
걸어오시는 할머니
뒷 편에 부지런히 땀흘리며 손잡고
오시는 메시야의 그림자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