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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19. 2020

읽는 것이 먼저다

유진피터슨 메시지성경 머릿말

읽는 것이 먼저다. 일단 성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읽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새로운 말의 세계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하나님께서 시작과 끝을 쥐고 계신 그 대화에 우리도 참여하고 있음을 곧 알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하니만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성경을 읽는 사람들은, 서경이우리에 고나해서 기록된 책일 뿐 아니라 우리를 향해 기록된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성경 속에서 우리는 대화의 참여자가 된다. 그 대화를 통해,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를 만드시고 복 주시고 가르치시고 인도하시고 용서하시고 구원하신다_'모세오경' 메시지 성경 머릿말 1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대화가 시작된 지점 말이다. 하나님이 절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초기 신앙에서 어느덧 벗어나게 된 시점에서였다. 처음에는 하나님읜 두려운 절대자였지만, 점점 하나님 아버지가 되시고, 결국은 친구가 되셔서 내 안에 오셨다. 그런데 이 과정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성경읽기였다. 메시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첫 문장을 완전히 공감한다. 그냥 읽기다. 여러가지 주석이나 어떤 전문가의 설교보다 먼저 읽기가 중요하다.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골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오로지 하나님과 나와의 대화이다. 그래서 남들을 위해서 보여지는 금식이나 기도가 아니라 철저하게 세리의 기도가 되고, 다윗과 같은 울부짖음이 된다. 중학교 2학년부터 3학년때까지 매일 1시간씩 저녁 10시부터 11시까지 성경을 읽었다. 아무런 주석도 설명도 없는 빨간색 책등이 다 새어지도록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그 성경이 오래전부터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함께, 어떤 성경의 인물들도 하나님과 이야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비로소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 감격의 시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읽는 것이 먼저이다. 먼저 가만히 앉아서 이해를 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읽는 것이 먼저이다. 그럼 우리 안에서 말씀이 일을 하실 것이다.


 먼저 가만히 앉아서, 이해를 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읽는 것이 먼저이다. 그럼 우리 안에서 말씀이 일을 하실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반면에, 설명이나 지시나 감동이나 즐거움을 주는 책을 읽는 데는 익숙하다. 하지만 성경은 다르다. 성경은 계시의 세계다. 하나님은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남녀들-에게, 그 분이 일하시는 방식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실상을 계시해 주신다. 동시에 하나님은 우리를 이끌어 그분의 일하시는 삶에 동참하도록 초청하고 명령하신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일은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하신 것과 같이) 이땅에 사랑과 정의의 위대한 통치를 세우시는 것이다. 우리가 그 일의 주체임을, 우리는 서서히 (혹은 갑자기) 깨닫는다. '계시'란 우리 스스로는 알아내지 못할 일, 짐작하지도 못할 내용을 읽고 있다는 뜻이다. 성경의 독특성은 바로 계시에 있다. _'모세오경' 메시지 성경 머릿말 2


Why not change the world?


라는 구호에 이끌려,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포항에 조그만한 언덕에 있는 한동대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때 반에서 거의 뒤에서 손가락을 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성경을 읽으면서 공부에 대한 깊은 관심이 생기면서 성적이 계속 올랐다. 친구들 전도도 20명은 족히 한 것 같다. 하나님 믿으면 공부 잘하게 된다는 유행어가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은 성경이었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창조의 순간과 인간의 죄악이 담긴 창세기 3장을 읽으면서 그럼 인간의 죄 때문에 이렇게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사회문제들이 생겨나는거야? 하나님은 그럼 머하시는거지?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과학을 배우면서는 신생대 중생데 암모나이트와 공룡의 멸종이 그럼 에베레스트 위에 까지 차오른 노아의 홍수 때문이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신약성경을 1장을 읽으면서 왜?라는 질문들이 연이어서 달렸다. 예수님의 족보에서 보여지는 특이점들은 무엇이지?이러다가 결국 한국사와 세계사에 맛들려서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계속 정리하다보니 시험기간 2주전에 모든 걸 정리한 노트가 만들어지고 반 칭구들과 돌려가면서 공부했다. 성경을 읽으면서 세계관이 바뀌고 고민하는 지점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왜 만들어졌지에서부터 그럼 이 세상의 끝은 어떻게 되는건가? 그리고 나서 한동대학교에 진학했다.


https://prezi.com/view/72g6vsl9UThVQ6EQIa3U/


한동대학교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처절한 외로움속에서 방황하는 1학기를 보냈고 이윽고 2학기에는 이스라엘을 위해서 기도하는 '오르'라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결국은 이스라엘과 카자흐스탄의 유대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한동대학교에서는 계속 중첩되었다. 케냐며 일본이며 중국이며, 그리스며 하나님이 일하시는 곳으로 가서 사역도 하고 훈련도 하고 여행도 했다. 기도회는 일주일에 평균 8개를 참석하고 1곡으로 30분동안 찬양인도도 여러번했다. 생활관 동장도하고 하고 여러가지 모임에서 섬기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하나님이 계속 부르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자신이 하시는 일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자리에서 계속 우리를 초청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부르심에, 그 명령에 응답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했다. 물론 결정하면 거의 죽을 뻔할 것 같은 어려움 투성이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욥기의 저자와 같이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 내가 정금과 같이 나아오리라'라는 고백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니과 함께 걸으면서 들려오시는 음성은 대화에서 '계시'의 세계로 나아게 되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과 하나님이 하려고 하시는 일들 사이에서 '계시'는 나의 비전과 목표에 척도가 되었다. 말씀 안에서의 계시와 이 세상에서 계시가 겹치는 순간에 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계시는 항상 '자유의지'의 결과로 내가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하나님은 보여주시고, 우리는 행한다. 그 안에 인격적인 대화와 하나님의 계시로 인해서 인생은 더욱 풍성해 진다.


일단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할 시간은 나중에 얼마든지 있다. 우선은 그냥 읽는 것이 중요하다. 서두르지 말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성경의 이야기와 노래, 기도와 대화, 설교와 환상이 우리를 보다 큰 세계로 초청하는 방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그 큰 세계에 계시면서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개입하신다. 이 땅에 사는 것-그냥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산다는 것-의이미를 일깨워 주신다. 읽다보면, 우리는 "알아듣기" 시작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의 작업을 계획하여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계, 인과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예측가능한 세계가 아니다. 모든 일이 우리의 미숙한 바람대로 이루어지는 꿈의 세계도 아니다. 고통과 가난과 학대가 있다. 그 앞에서 우리는 분개하여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하고 부르짖는다.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우리의 꿈의 세계가 성경이 제시하는 실제 세계로 바꾸기까지. 길고 긴 세월이 걸린다. 그 실제 세계는 은혜와 자비, 희생과 사랑, 자유와 기쁨의 세계다. 하나님께 구원받은 세계다 _'모세오경' 메시지 성경 머릿말 3


미친놈 아냐?


시편을 보면서 계속해서 느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을 죽일려고 혹은 죽여달라고 기도하다가 결국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할렐루야'를 외치는 다윗. 이 사람은 제 정신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다윗뿐인가? 아브라함은 자식을 죽이려고 했고, 느헤미야는 52일만에 성벽을 제건하고, 모세는 홍해바다를 가르고, 호세아 선지자는 간음한 여인을 계속해서 찾아다닌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을 많이 겪었다. 경전이라는 것은 원래 닮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덕적인 부분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성경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적인 윤리가 아니라 절대적인 윤리였는데, 이윽고 성경을 여러번 읽은 후에도 신약의 윤리와 구약의 윤리가 서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선후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행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는 답이 없었다. 그것은 그냥 길이었다. 만약에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그 사람의 인생에서는 하나님과 그와의 비밀인 그런 인생이었다. 그러니 그 현장에 있지 않고 그 상황이 어쩐지 모르는 나는 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사골국을 끓이면 끓일수록 더 깊은 맛이 우려나듯이 하나님의 계시와 대화와 충만한 성경읽기는 계속해서 깊은 인생의 맛을 우려내었다. 결국은 길이 달라졌다. 인생의 길이 달라지고 나는 이제 여러곳에서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성경은 우리의 기분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경은 더 쉬운 삶을 약속하는 어떠 것도 우리에게 팔려고 하지 않는다. 성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형통이나 쾌락이나 짜릿한 모험의 비결을 내놓지 않는다. 성경을 읽으면서 뚜렷이 부각되는 실체는, 하나님께서 구원을 위해 사랑으로 행하시는 일이다. 우리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그 하나님의 일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죄와 문화 속에서 위축되고 너저분해진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사뭇다르다. 성경을 읽는 것은, 여러 우상을 소개하는 우편주문용 카탈로그에서 우상 하나를 골라서 우리의 환상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만물과 우리를 창조하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 속으로 들어오셔서, 우리를 도우시고 복주시고 가르치시고 훈련하시고 책망하시고, 징계하시고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현실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희생이 따르지만, 시종 훨씬 더 나은 삶으로 말이다._'모세오경' 메시지 성경 머릿말 4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질 수록 하나님은 책망도 하시고 징계도 주시고 때론 완전히 대화를 닫으시기도 한다. 그럼 한참을 다른 길로 갔다가 뒤 돌아보면 하나님이 거기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외로움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시기에는 내가 다른길로 갔을 때가 많았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의 복잡한 관계 속으로 들어오시고 그 관계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 가시는 놀라운 일들 가운데서 나는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들에, 미래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서, 세상의 변화와 사회의 흐름에 대해서 점점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고 준비를 하게 된다. 따뜻한 대화와 날카로운 책망 가운데서도 오롯이 하나님의 사랑이 흘러 넘치는 것을 경험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 이길을 계속 가고 있고, 또 다른 길로 가면 하나님이 책망하시겠지만, 그 사랑에 이끌려 다시 동행의 길로 돌아오게 된다.


그 사랑에 이끌려 다시 동행의 길로 돌아오게 된다.



하나님은 이 가운데 어느것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격적인 부름이기 때문에, 초청하고 명령하고 도전하고 책망하고 심판하고 위로하고 지도하지만,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 결코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대화에 참여해서 응답할 자유와 여지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무엇보다도 성경은 하나님의 일과 언어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초청하는 책이다. _'모세오경' 메시지 성경 머릿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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