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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11. 2020

감사해요와 훌륭해요

말이 담겨 있는 생각그릇

훌륭해요라는 칭잔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좋아서, 사람들을 생각해서 어떤 선한일 했는데 그 혜택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한가지 기분이 나쁜 포인트가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의 글을 쓸 만큼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얼음이 녹을 까봐서 냉장고에 얼려 놓았는데, 그 얼음을 다시 꺼내 먹는 사람들이 말한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생각해줘서", 그런데 "훌륭해요! 잘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순간 마음 속에서 이건 머지?라는 생각과 함께, 훌륭함을 판단하는 성과의 시대에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훌륭하다고 판단하는 그 기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을 표현으로 이끌어내기 까지 그 사람의 마음 속에서 수 많은 경험들과 자신이 그 경험에 의미를 두고, 잘했어라는 말을 꺼낸 사건들까지 연결해야 나오는 것. 많은 이들은 아니 그렇게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라고 물어보겠지만, 무엇인가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재미나기도 하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니깐.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한다.


예전에 우리는 아주 유명한 책을 온 국민이 돌려서 보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자기개발서였다. 칭찬의 효과와 칭찬이 어떻게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조종하고 통제'하는지 자세하게 나와있는 책이었다. (사실 책에서는 좋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조종의 한 방식으로 '칭찬'이 사용되고, 그 칭찬을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는 무기가 된다는 딴지거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고로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하고, 칭찬을 못들은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가져다 준다.


나에게 훌륭해요!라고 말한 사람은 칭찬을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잘못한 일에도 칭찬을 해주라는 이야기를 가끔했다. 물론 그 칭찬을 자신에게도 해 달라고 여러번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이 잘못한 것이나, 자신이 실수한 것들에 대해서 머라고 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 아주 가볍게 삶을 살고 싶다고 하면서 '너와 나의 거리는 칭찬정도면 충분해!'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았다.


사람들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어떤 기준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있는가?


자기중심성에서 나오는 '훌륭해요'라는 판단


자발성은 자율성에서 나온다. 자율이란 스스로 규율을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자율적인 합의가 있어야만 자발적인 시민들의 움직임이 행동으로 발전할수 있는 체계이다. 누군가가 다 정해놓고서 자발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노예근성을 부활시키는 메타포밖에 되지 않는다. 자기 중심성에서 나오는 판단은 '훌륭해요'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훌륭하다라는 판단이 일어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적어도 10번 이상은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해야만 아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자신이 방식으로 정하고,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판단하고, 자신도 그 판단에 자유롭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분이 나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기준에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해내는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내가 너를 판단할 자격이 있어'라는 것을 깔고 있는 것이다.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자신에게 들어오는 행위들을 판단하고 그것들을 평가하여 표현하는 방식은 사실은 방어기제의 한 방식이다. 감정에 의한 반응이 아니고, 이미 인식작용을 거친 표현은 우리의 뇌의 판단과 경험들이 뭉쳐진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이 방식으로 정하고,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판단하고, 자신도 그 판단에 자유롭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사해요라는 수용성


같은 방식이라면 오히려 '감사하다'라는 표현은 타자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이 나에게 어떤 이익이나 보람이나, 기쁨을 주었다는 것을 말한다. 당연하다. 그런데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훌륭하다'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생각한 후에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 다음인 '기준' 자체는 그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감사한 것이라는 수용성의 관점으로 들어가게 된다.


감사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복잡다양한 일들에 대해서 나에게 상대방이 어떻게 해 주었는지에 대한 감정과 이해와 공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반면에, 훌륭해요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이미 그 휼륭함의 지표에 자신이 들어 있고 그 영역에 상대방이 들어왔으니 환영한다는 의미와 비슷하다. 물론 이것은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조금만 주의깊게 돌아보면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과 사람이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의 특징이 바로 보일 것이다. 훌륭해요와 감사해요는 그렇게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나중에는 거대한 역사의 강물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조금만 주의깊게 돌아보면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과 사람이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의 특징이 바로 보일 것이다. 



말 한마디에 열길 물 속에 보인다


말한마디가 담겨 있는 인생, 그 안에서 우주 보다 깊은 사람의 의도와 생각과 감정과 경험들을 들여다 본다. 훌륭해요에 대한 복수심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결국은 나 자신이 그러게 있는 것을 발견할 때의 처참함이란. 어떤 사람에게 그 모습이 보인다면 그 모습이 나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했는지 알아볼려면 그렇게 하는 사람을 미워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마음, 혐오나 배제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차별하고 싶은데 못하면 혐오가 생긴다. 그러니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가만히 '그런데 훌륭하다는 표현보다는 감사하다는 표현이 더 부드럽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방어기제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방어기제는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키우지만, 방어기제가 없는 사람은 쉽게 상처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가볍게 튕길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결국은 '나는 여전히 방어기제로 사람들의 말이 불편하니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가 된다.


우리는 계속해서 판단을 한다.


근본적으로는 마음의 구조를 바꾸는 성찰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평가하는 짓을 그만두어야 겠다.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도 그만두어야겠다. 성품에 대한 칭찬이든 일에 대한 칭찬이든. 그대신에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오히려 더 맞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이것 역시 의도적으로 그 말을 해야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 속에서 흘러나오면 좋겠다. 근본적으로 마음의 구조가 바꾸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내가 저 사람보다 잘 난게 없고, 저 사람도 나보다 잘난게 없고 오히려 잘났다 못났다라는 식의 비교우위가 아니라 함께 걸어간다는 친구같은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리라. 나에게 말이다.


거뭇거뭇한 마음의 정원에 찾아오는 성찰의 감정'이 중요한 손님이다

 

내일은 '훌륭해요'라고 말했던 사람에게 '감사해요'라고 반응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날이 되었음 좋겠다. 몇일 전에는 '휼룽해요'라는 말에 '그거 사람을 판단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는데 말이다. 성철의 시기가 왔을 때 얼른 더 깊이 들어가야겠다. 깊숙히 깊숙히. 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현실을 깨닫고 마음을 바꾸는 중이다. 조금은 행복하다. 다른 사람을 판단함으로써 행복한게 아니라 나의 문제를 발견했다는 것에서 감사하다는 말이다. 


어느순간부터 계속해서 위대한 게츠비의 '닉'의 그 '판단하기 머뭇거렸기 때문에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말이 가슴에 계속해서 박힌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영혼의 무덤에 하지 못하는 말들이 쌓여져 가는 중이다. 다른이의 영혼의 무덤에 실수하는 말들을 쌓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성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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