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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21. 2020

질문들을 낚아챈다

허무와 의미 사이를 왔다갔다

세상이 흔들리고

삶이 불안정하면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은게

인간이다'라고 말하고서


이렇게 말하는 나이가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밤이다


하나의 주제로 고민을 한 100번정도하면

그 질문에 대해서 질리기 보다는


왜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된거지?

라는 자기 성찰에 도찰하게 된다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이지?

젊음이란 무엇이고, 늙는다는 것은 무슨의미야?


죽음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라고 수없이도 되내이던 질문을 던지는 나는.


사실 내가 버텨왔던 삶이 너무 버거웠던 게다

어릴적 좀 속 편하게 살았으면 좋았건만


세상은 정해진 궤도가 있으며

그 궤도를 벗어난 사람들이 숨어사는 곳에서


나는 태어나고 자라고 여전히 숨어살듯이

바깥의 삶을 동경하는 듯했다


100번정도 고민을 던지고 나니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질문을 던지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를 규정하고 정의내리기 전에

나는 왜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가?라는.




바람 소리가 유난히도

뼈를 태리며 영혼 깊숙히 박히는 날이 있다


음악도 시린 가슴을 채워주지 못하는 저녁

상처입은 영혼은 목마름을 축이러 우물가를 찾는다


그 많은 지식이 다 무엇이며

그 많은 돈이 다 어떤 의미인가?


인간은 거대한 흐름 앞에서

어쩔줄 몰라 핸들을 꺽으며


달려오는 시간의 굉음 앞에서

눈을 질끈 감고서는 뒷걸음질 치는 것을.


의지로 무지개를 만든 사람들은

그 무지개가 사라지고 난 후에 후회하기 일쑤였고


감정으로 자신의 모래성을 쌓은 사람은

시간의 파도가 휩쓸고 가면 다시 처음부터 긁어 모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은 이렇게 만들어져가고

이렇게 굳어져서 거대한 문명의 성이 되어 갔다


그러나 거기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그런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우울함과 두려움의 바닥을 쳐본 사람만이

행복함과 기쁨의 정적을 찍을 수 있으리


모두가 속이고, 나자신도 속이면서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라는 명령에 순종하는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다른 누군가에게로

책임전가를 할 것이고 그 시간만큼


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기에


뒷걸음치지 않고 수백번도 넘는 질문들에

다시 정면으로 응시하느라 눈이 멀 지경이다


메말라 가는 영혼이

21g을 채 넘기지도 못하는 사이에


의미의 논리가 아니라 논리의 의미를

어느순간 깨달아 버린다


사랑으로 산다는 것도

자유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대의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도


무두 하얗게 타버린 지난밤

빗줄기 속에서 또다시 천개의 고원들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


마음과 머리에서 증발하는 질문들을

낚아채서 글로 적느라 머리가 다 새었다




허무한 게다

자연에게 기댄 것도


인간에게 기댄 것도

지식과 철학에게 요구한 것도


어느순간 나 자신으로 축소된

인생의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은 순간들에서


허무와 실존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영혼의 울음이 계곡을 덮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과 다르고 서글픔과는 또 다르다

존재의 고통이라고나 해야할까?


아마도 죽을 때까지도

이 고뇌는 계속해서 가겠지




일단은 적어 놓고서 미래의 나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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