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캄캄해서
더 나아가기엔 너무 힘들어서
잠시 뒤를 돌아봤을 땐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아서
다시 한걸음 내디뎠지만
사실 나도 그리 강하진 않아
보이진 않아도 상처투성이야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거야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나의 아픔을 마주하면
무너져 내릴까 봐 지켜주는 거야
또 견디어 보는 거야
사실 나도 그리 강하진 않아
보이진 않아도 상처투성이야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거야
나의 간절했던 바람들과
때론 이기적이었던 기도들이
흐르고 흘러 그곳에 닿을 수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언젠가는 결국 끝이 나겠지
그 뒤엔 무언가 날 위로해주겠지
많은 걸 잃어서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나를 맞이하겠지
그보다 나은
내가 기다리겠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낭떨어지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
뒷걸음질도 칠수 없고
떨어질 용기도 없는 그를
사람들은 자꾸만 재촉했다
얼른 떨어져보라고 어떻게 되나 보자고.
그렇게 떠밀치는 사람은 항상
낭떨어지에 서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공감이라고 말하면서
감각하지 않은 것들로 재료를 삼아서
'불쌍하다'라는 값싼 동정으로
다른이의 미래를 짖밟는 일이 매번 반복된다
비겁한 이들이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사이에
용기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낭떨어지로 뛰어내려 버린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매번
비겁한 이를 승자로 기록하는 우를 범해왔다
용기있는 자들이 가슴에 흘린
눈물들을 기억하는 밤에.
또 다시 나는 잠을 쉽게 청하지 못하고
한 없이 그들이 뛰어내린 역사의 낭떨어지를 본다
수많은 이들이 매워온 계속이 쌓여서
점점 낭떨어지가 아니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이 된다
그 길을 한 발짝 한 발짝 밟으면서
그들의 눈물을 헤아리고 멈춰선다
누군가의 장난같은 입김에
상처를 입었을 이를 생각하면서
당신의 눈물과 인내를 쓸어낼리면서
이 낭떨어지가 매워진 길 위에서
이 노래를 당신들께 바친다
뒷걸음질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갔던
그 용기를 노래하며,
흥얼거리며 잠깐 멈춰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