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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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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18. 2020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민수기 머리말_메시지 성경

우리 가운데 상당수는 낭만적으로 묘사된

영성을 마음속에 그리며 좋아한다


'하나님께서 하늘에 계시니 모든 것이 세상과

제대로 어루어지네!'라는 식의 생각말이다


일에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탓하고,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상황을 헤쳐 나가고, 종종 성질을 부리고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거룩하게 사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생각일 뿐이다


하나님께 지음받은 인간이 되어 순종하는 믿음과

희생적인 사랑의 삶으로 부름 받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보여주는 기본교재인 성경 어디에도

사는 것이 쉽다거나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암시하는 대목은 없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지낼 때

우리는 관계의 측면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수를 세는 일과 다툼이 민수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것들은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데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세부사항을 받아들이도록


우리의 상상력을 훈련시켜서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가는 데

꼭 필요한 책이 바로 민수기이다


민수기 머리말_메시지성경






삶을 말그대로 이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들에게

현실은 즐거움과 재미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된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조건들은

굳이 내일을 희망으로 두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설레이고 신나고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고

나의 의지'의 한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삶을 자연적인 삶의 형태

기본적인 인간의 삶으로 전제하는 한


그 사람은 자기 중심성을 벗어날 수 없고

대부분의 경우 하나님도 자신의 실존으로 끌어내린다


그래서 나의 의미가 먼저 있고

하나님이 그 의미의 중심을 차지하는 듯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자아'가 소중하고

그것을 지키시는 분으로 하나님을 격하시킨다


그럼 자연스럽게 번영주의는 삶의 모토가되고

하나님이 나를 축복하셨다고 간증을 하게 된다


물론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조건들이 계속 유지되는 한에서만 말이다


인생은 마치 여러 장애물을 피해서

결승점에 도달해야 하는 거대한 마라톤과 같다면서.


그 결승점에 도착한 자신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임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상처를 받아본 만큼 다른 사람의

상처의 깊이를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이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 힘들어 한 만큼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데

마치 그런것처럼 대하는 태도를 위선이라고 한다


위선으로 가득찬 기독교의 한 단면이 보여지는 순간

교회예배를 위해서 도로에 불법주차로 가득채우고


'주여 믿지 않은 자들을 위해서 은혜를 내리소서'라면서

음악소리와 통성기도 소리가 온 도로를 가득 메운다


우리동네 3층 상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이 이 교회 때문에 주일마다 몸살을 앓는다


좋은차와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유명한 목사님

설교 들으러 아침부터 그 좁은 도로를 가득 메운다


성공과 번영이 하나님의 일인 것처럼

세상과 구별되었다고 하면서 구분짓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부감을 느끼게 만든다




삶이 힘들다는 것

조건적으로 구조적으로 어려움에서 태어난 이들이


지금도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제한된 선택에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


모두가 하나님의 셈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것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시작된다


그렇게 되면 내 조건이 나만의 것이 되지 않고

우리의 조건으로 엮여들어가면서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쉽게 단정지을 수 없으며

희망적이지도 않고 갖은 고초를 겪게된다


차라리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공동체는 끔찍한 곳이 된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는 그래서

더 자본이 많을 수록 더 개인주의적이 되어 간다


더 나누기 싫어지면서 더 성공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유지하는 조건이 되어간다


그럼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타나는데

하나님도 그 사람과 엮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비교우위에 의해서

좋은 조건에 있었기 때문에 남을 밀어낸 것처럼


하나님은 완전하시고 모든 것을 가지신 분이니

굳이 비교적으로 더 가진 조건의 나와 상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한 신앙은 곧

하나님을 떠나고 자신의 성을 쌓고 들어가게 된다




구약의 내러티브, 민수는 더더욱

이러한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 이웃과 한데 묶여서


오만가지의 힘듦을 걸어가는

광야의 삶을 보여준다


공동체가 무엇인지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준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결국은 '우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항상 '~이다'라는 서술어는

'~해라'가 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각각 셈으로 세어진 존재이면서

함께 불려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 이제 조건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할 수 밖에 없다


광야로 들어선 것이다

광야에서는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만이


우리가 우리되게하는 정체성이 된다

나의소유와 나의 어떠함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하게 될때

비로소 공중부양하던 우리의 두발은


살포시 지상으로 내려와서

하얀 양말을 벗어재끼고


진흙 투성이의 현실에 뿌리박은

깊은 영성을 빚어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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