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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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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25. 2020

나귀와 광대

요한복음 12장_메시지 성경

이튿날, 명절을 지키러 와 있던 많은 무리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오신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들고

그 분을 맞으러 나가서 환호했다


호산나! 복되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복되다! 이스라엘의 왕이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예수께서

어린 나귀를 얻어 타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딸 시온아

너희 왕이 오시는 모습을 보아라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


요한복음 12장_메시지 성경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나가는 즈음

말씀을 하시던 목사님은 잠시 사라지고


정면에 '광대 예수'라는 글귀만

쓰여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무천도사 코스프레를 하신

목사님이 걸어 들어 오셨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즐거운 환호를 외쳤지만


오늘의 말씀인줄은

조금 시간이 지나고 곰곰히 앉아서


생각을 가다듬은 후에야

의미가 기억이 되어 갔다


향린교회에서 몇개월 예배에 참석했지만

이토록 짜릿하고 생각에 상처난 난 시간은 없었다


무천도사 코스프레로 광대예수를 시연한 목사님




아침에 출근하다가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는 청년을 보았다


골목을 지나니 일수광고를

붙이고 있는 청년을 만났다


언덕을 오를 때 쯤

멋진 정장에 고급 시계를 찬 청년을 만났다


나이는 같고 시대를 같이 살고 있지만

우리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아주 좋은 관점으로, 긍정적으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라는


구호로 퉁치고선 '맞아!나도 열심히!'라는

우리시대 보수적 기독교의 관점으로


이 사태를 낭만적으로 보기에는

나는 너무 밑바닥을 많이 보고왔다


주말내내 중학생 친구들과 멘토링을 하고

산을 다녀오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없는 시기가

오기전까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는 논지였다


그러나 아무리 말해도

부모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나지 않는듯이


"에이~선생님 우리는 안되요!"

연신 외치면서 그냥 놀자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이지만 World라는 단어를

읽을 줄 모르는 데


이미 해외 유학을 다녀온 중학생들은

고급영어를 구사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장미빛으로 투영시키고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가졌다




그리스도가 오셔서 우리에게

아주 휘황찬란한 미래를 선물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지금 이 척박한 땅에 발을 붙이고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정면 대응하라고 하신다


나귀를 타고 오신 예수님은

느릿느릿하게 모든 것들을 맞이하시면서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신다

장미빛 미래를 그리기 시작하면


예수님이 타고 오신 나귀새끼는 안보이고

예수님이 타야만 하는 마세라티가 눈에 보이는 법.


실패할 것 같고 무너질 것 같고

이미 쓰러졌고, 죽어가고 있는 이웃들


그 가운데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걸어오신다

자신들의 허영을 투영하여 '호산나!'라고 외치는


군중과 인파 속을 조용히 지나가시면서

그리스도는 결국 자기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다




광대 예수

노숙자 예수


우리를 섬기신 예수

함께 걸어가는 예수


오늘 나에게 걸어오신 광대예수

손잡고 조용히 삶의 문제 속으로 들어간다


누군가가 결정할 수 없는 갖혀진 현실에

담을 허물고, 천장을 무너뜨리고


원래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으로

누구나가 차별없이 기쁘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희망의 신학으로

타박타박 나귀 끄나풀 부여잡고


마음으로 생각으로

몸으로 나아간다


광대 예수

광대 메시야


우리와 함께 영원히

새롭게 열려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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