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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Oct 02. 2020

가면증후군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기

'나는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

0. 가면증후군?


우연히 테드 영상을 보다가 우리에게는 '트렐로'로 알려진 아틀라시안(Atlassian)의 회장 마이크 캐논 브룩스의 강연을 들었다. 웬만한 호주사람의 비주얼과 말투와 억양을 가졌지만, 그는 대부분의 진성 리더십을 가진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진솔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진정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가면증후군 때문이라고 한다. 테드 홈페이지에서 보면 사기꾼 증후군이나 가면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지만, 루이자 메이 올컷의 '가면 뒤에서'를 즐겁게 읽었던 터라서 '가면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글을 쓰는 이유는 강연을 정리하려는 것은 아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다.


https://www.ted.com/talks/mike_cannon_brookes_how_you_can_use_impostor_syndrome_to_your_benefit


1. 가면증후군!


가면증후군은 '자신이 그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마치 다른 사람인양,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말한다. 더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표현도 있겠지만, 마이크 캐논 브룩스의 정의가 맘에 든다. 어느날 정장을 입은 사람이 사장실로 들어와서 "이보세요~ 거기는 당신 자리 아니니깐 이제 나오세요"라고 하면 가면을 벗고 바로 기쁘게 달려나가겠다고 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 깊은 자유를 얻는다. 자산규모 10조원이지만 지금도 슬리퍼에 티셔츠, 단발머리에 모자를 엉성하게 눌러쓴 동네 아저씨 같은 그다. 그의 이런 모습이 바로 가면을 쓰지 않은 모습이라고 한다.



자신이 그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마치 다른 사람인양, 그 자리에 있는 것


짐캐리의 마스크 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2. 가면꾸미기


무엇인가, 어떤 자리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니깐, 이렇게 대우해줘'라고 말할 때 우리는 옷이라는 가면을 쓰고, 화장을 하고 먼가 자신의 학벌과 경험과 업적을 통해서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이 쓴 가면에 여러가지 색을 칠하고, 문양을 넣고, 글씨를 쓴다. 그리고 누군가 이 가면에 먹칠을 하거나 덧칠을 하거나 글씨를 쓰거나 벗길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방어기재가 나오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 자신의 맨얼굴이 보여지지 않기 위해서 전투적이 된다.


학력으로 가면을 만든 사람은 자신이 '나 하버드 컴퓨터 공학과 나왔고, 주커버그가 친구야~'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계층인걸 선포한다. 돈으로 가면을 만든 사람은 가면에 온갖 보석들을 박고, 가면 모양도 아주 값비싼 것으로 꾸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면에 투사해서 꾸미고 나면 사람들과 가면 자체만으로도 다른 존재가 된 기분을 가진다.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몸이 가면인 사람도 있다. 몸 자체가 가면이라서 이런 사람은 최대한 가면을 투명하게 만들고 신체가 돋보이도록 가면을 꾸민다. 이것만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산다. 그리고 그 가면이 무엇인지 자신은 알지만 남은 몰라야 하기 때문에 가면이 벗겨질까봐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우리는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있다



3. 가식쟁이


어릴 적의 기억이 몇십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다. 교회를 처음 다니던 시절에 나는 정말 교회의 문화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었다.  낯설은 교회의 환대와 친절때문에 기존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가면을 썼다. 착한 가면과 당당한 가면을 쓰고 그 속에 부끄럽고 무엇인가 속이 빈 것 같은 맨얼굴을 보여주기 싫었다. 그래서 믿음이 있는 척, 공부잘하는 척, 말 잘듣는 척, 이상한 비디오는 안 본 척, 나쁜 마음은 안 먹는 척, 이런 척척척을 하면서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았다. 그 때는 가정의 문제가 많아서 이 모든 것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친구들이 떠나갈 것 같았다. 그 두려움이 다양한 가면을 제조하게 만들었고, 어느덧 내 머리속은 가면 공장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에 나의 미세한 옆 모습의 틈 사이에서 가면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틈을 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잠시 스쳐가는 나의 본 모습을 보면서 씨~익 웃고 있었고, 언젠가는 폭로해 버리겠다라고 복선을 깔뜻이 나에게는 "가식쟁이"라고 가끔 면박을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내 가면을 나로 봐주는데, 그 친구는 나의 가면이 가면인지 알았고, 자꾸 그 가면을 모든 사람들 앞에서 벗겨내고 싶어했다. 마치 데미안에서 싱클레어가 돈을 훔치지 않았지만 허세로 돈을 훔친것처럼 꾸며대다가 자신이 가진 모든 가면을 드러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필사적으로 들키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은 결국 허사로 돌아갔고, 아직도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다. 자신은 스스로 모든 것에 자유롭다는 그 칭구는 여전히 몇 십년이 지났지만 다른 사람의 가면벗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럴수록 자신의 가면은 더 두꺼워지고 있다는 것은 모른체 말이다.



4. 어울리지 않는 사람


오랜 종교의 전통은 '겸손'을 미덕을 삼았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낮게 여기고, 잔치에 초대를 받으면 항상 끝자리에 앉아서 다른 이들이 추천을 해 줘서 무대 중앙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것을 추천했다. 겸손이라는 것이 목적이 되기도 했고, 과정에서 겸손은 성공하고 지혜로운 사람의 본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겸손이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두는 방식이 '가면증후군'의 자아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은 여기에 맞는 사람이아니고 항상 부족해서 누군가 찾아와서 '이제 자리를 비워주세요'라고 말하면 바로 뛰처 나와야 한다. 그러니 그 사람은 자신이 떵떵거리면서 권세를 사용할 이유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섬겨주는 것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를 할 수 밖에 없다.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대우해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이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 행한 일을 보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사실은 그 조직이, 그 모임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그 조직은 여전히 안전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나 이런 사람이야~', '왜 이래 나 본부장이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그 조직은 엉망이 되어 간다. 가면증후군이 없는 이들이 오히려 시간이 갈 수로고 자신들의 민낯을 꺼내놓고 권력의 포르노같이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꺼내 버린다.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이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변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들을 돌아본다. 대부분 가면 증후군이 있는 것 같다.



5. 정적으로 가면증후군 사용하기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에서 '캐스피언의 왕자'라는 시리즈가 있다. 나니아에 등장한 주인공 4남매와 함께 적군을 물리친 캐스피언의 왕자는 아슬란 앞에서 엎드리며 자신은 이 자리에, 이 영광에 자리에 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니아의 왕인 아슬란은 '너가 너 스스로 이 자리에 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그 태도 때문에 너가 여기에 함께 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캐스피언 왕자의'가면증후군'이 자신의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겸손을 만들어 냈다.


캐스피언의 왕자는 결과적으로 겸손함을 인정받았다


가면증후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것을 방어기제로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나의 욕망과 실수를 감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생각의 차이는 커다란 삶의 형태를 가지고 올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같은 것을 다른 방식으로 취한다. 민감함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 어릴적의 경험들을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오히려 단점이 장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질 것이다. 사회는 그런 사람들이 삶의 저변에서 든든하게 받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것이 아닐까?



같음에서 다름을 찾아내면 두려움이 되지만,
다름에서 같음을 찾아내면 선물이 된다



방어기제를 넘어서, 전쟁터가 아닌 놀이터가 되기 위해서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가면증후군을 이제는 지혜롭게 삶의 방식으로 가져와보는 연습들을 해야 겠다. 그러면 겸손은 결론적으로 얻게 되는 선물이 될 것이다.




http://emmanueluniversity.org/%EB%B0%A9%EC%96%B4%EA%B8%B0%EC%A0%9C%EC%9D%98-%EC%A2%85%EB%A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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