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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an 01. 2021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스토브리그 #1_중요한건 우리가 하나라는 거야

드림즈가 강해지길 바라십니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정규시즌 최하위의 불명예를 뒤로 하고 단장은 그만둔다. 새로운 단장을 뽑기 위해서 운영팀장인 세영과 고강선 사장은 여러 후보들 중에서 3명을 뽑는다. 한명은 행정학과 인사관리를 잘하는 박사, 다른 한명은 선수를 거쳐 감독까지 올라간 경험치 만랩. 그리고 나머지 한명이 바로 지난시즌 핸드볼팀 우승을 이끌고 팀이 해체되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백승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백승수는 드림즈의 문제점만 골라낸다. 코치들끼리 파벌싸움에, 힘없는 감독, 효율성을 중시한다면서 버릇없는 구단주 조카 김경민 상무까지. 그런데 이상하게 프로야구를 잘 모르는 백승수가 단장이 된다. 백승수는 세영에게 묻는다. "드림즈가 강해지길 바라십니까?" 그러자 세영인 아주 열정적인 애사심을 드러내며 "당연하죠!" 라고 말한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까요?"라고 말하는 백승수가 세영은 얄밉기만 하다. 


과거의 영광으로 살아가는 드림즈, 말그대로 꿈 속이다.


항상 바깥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바깥에서 안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깥에서 안을 바라보면 안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바깥으로로 나가봐야만 전체가 보이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사람들은 항상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보는 것을 가지고 전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드림스는 과거의 영광이 만들어 놓은 허구의 신화를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진리라고 믿고 있다. 만년 최하위 꼴찌 팀이지만 누구하나 문제점들을 들여다 보거나 해결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런 조직은 금방 망하지는 않지만 암에 걸린 사람의 몸처럼 시름시름 앓다가 조직은 허물어진다. 


저 아직 아무 이야기도 안했는데,
벌써 거기서 할 이야기를 걱정하십니까?


백승수는 선수출신이 아니다. 그래서 물론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지만,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항체가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내쫓아야할 박테리아 같은 존재이다. 드림스는 이미 왕년에 볼좀 던지고, 홈런 좀 쳤다는 감독들이 두 패로 나누어져서 서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스스로 분열하는 나라는 바로 설 수 없듯이, 어쩌면 드림스가 무너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분열때문일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분열할 때 망가진다. 오른손이 몸통하고 분리되면 서로 기능이 없어지고, 조직과 개인이 떨어지면 개인은 더이상 조직으로부터 어떤 것도 얻지 못한다. 친구들과 분리되면 외로워지고, 어떤 주제와 분리되면 스스로 소외된다. 어디한둘인가? 스스로 분쟁하는 곳에는 항상 이권다툼이 있다.


어이 없어하는 백승수, 그러나 비밀의 숲의 조승우처럼 무엇인가 가려진 듯 냉소적이다


백승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로 자신의 편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편가르기가 한창이다. 마치 정글에 와 있는 것 같은 백승수는 아주 달변가로서 그 밀림을 해집고서 자신의 길을 간다. '정글전투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세상을 정글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한의 경쟁을 해 나가는 타잔처럼 모든 것이 경쟁이고, 내기이고, 이기기 위한 달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조직에 한 사람만 있어도 그 곳은 싸움판이 된다. 그 사람 덕에 서로 편이 갈라지고 싸울테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주위에 이런 사람 꼭 한 두명씩은 있다.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힘이 부족하거나, 내면이 견고하지 않거나 다른 꿍꿍이 속이 있다. 한 사람 덕분에 지역감정이 생기고 100년전쟁이 일어나며,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할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백승수라면 어떻게 할까? 감독은 허수아비에 본사 사장은 구단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고, 코치들은 패를 나누어서 싸우고 있고 선수들은 부상에, 의기저하에,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고 있고.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이 없는 단장으로 내가 부임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내이야기다. 백승수의 고민과 망설임은 내 고민과 망설임이다. 백승수가 이기면 내가 이기는 것이다.


감독님은 3년 유임입니다


만년꼴찌의 성적은 당연히 모두 감독탓이다. 그러나 감독은 그 어느것 하나 자신의 뜻대로 결정한 것이 없다. 매번 고개를 떨구고 있는 감독. 그러나 백승수는 단장으로 취임한 뒤에 가장 신뢰한 사람은 바로 감독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허수아비 감독을 몰아내려고 했던 코치들은 서로 눈치를 본다. 어디나 존재하는 일이지만 어디서나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파벌싸움에 몰입하느라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는 곧 서로를 향해 깍아내리거나 막아내는가에 사용되어 버린다. 그래서 가만히 놓아두면 '그 때는 그 사람 때문에 못했어!'라던지 '그 때는 사이가 안좋았어!'라는 식의 책임전가를 해버릴 수 있다. 책임전가는 책임지지 못하는 자신이 바로 그 순간의 '주체'가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심지어 책임을 지어야 하는 존재임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시간이나 장소, 상황이나 사건에 전가 해 버린 책임은 공중으로 분산된다. 


백승수는 바로 이 지점에 들어와 있었다. 연기로 날아가려는 에너지를 잡아서 제도로 된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 그것이 책임지는 사람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파벌싸움 하세요


"어른싸움 어떻게 말립니까? 그런데 실력으로 하세요! 선수 때는 좀 하셨다면서요?" 파벌싸움을 오히려 부축이나 싶더니 "코치님들 정도면 이 바닥에서 공무원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따끔히 꼬집는다. "절반만 따르는 감독 만들려고요?" 백승수는 큰 그림이 있었다. 지금 하나로 마음을 모아서 해결해도 모자를 판에 4년연속 꼴찌팀에서는 다 꼴찌인 이유가 있던 것이다. 어디나 그렇다. 서로 자리다툼하며 위로 올라가려고 '경쟁'하는 순간 그 곳은 서서히 망한다. 경쟁이라는 것이 단지 능력이 좋은 사람이 올라가는가? 소위 말하는 '정치'라는 것은 '경쟁'이 낳은 아이들이다. 이간질이나 파벌만들기나 네거티브 팩트 공격과 같은 것은 인간을 매우 이상하게 만든다. 다른 한 쪽이 시작하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반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럼 이 사이에서 리더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냥 자기에게 마음에 드는 한 쪽을 선택하면 되는 문제인가? 아니다. 해답은 '그 경쟁의 그라운드'를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가가 능력이다.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 하겠습니다


"임동규라고요? 우리팀 4번타자?" 깜짝놀란다. 타격감으로는 거의 손가락에 꼽는 임동규를 트레이드 한다고? 임동규 때문에 그나마 지역주민들이 구장을 찾고, 심지어 임동규 버거까지 있는데? 그러나 백승수는 결국 임동규의 폭력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내최고의 투수 강두기를 데리고 온다. 



와 미친놈이네~


골든글로브 외야수까지 석권한 임동규를 '반드시' 내보내겠다는 단장.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임동규는 반드시 드림즈에서 남는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준비해온 방망이를 가지고 백승수 단장을 찾아가서 그의 차를 때려 뿌신다. 그러나 백승수 단장은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참는다. 


어떤 팀이든 조직이든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스타플레이어는 왠만한 조직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고, 연봉도 많이 받기 때문에 굳이 조직도 이 사람 눈치를 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스타플레이어는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잘한다는 것을 믿고 점점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는 것을 포기한다. 핵심적인 인재가 시간이 지나가면 점점 평범해지는 이치가 바로 이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 때문에 그 조직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그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 의존성이 커지기 시작하면, 마치 그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될 것 같고, 그 사람만이 우리의 구원인 것처럼 보인다. 스타플레이어는 사랑, 회장, 팀장, 본부장, 혹은 신입, 유학파, 서울대, 카이스트 등등 아주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 스타플레이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시도할 수 있었던 것들을 시도하지 않는다. 처음에도 찬사를 보내다가, 자신과 점점 비교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깍아 먹은 다음에는 비판과 혹평으로 등을 돌린다. 스타플레이어 지킬려다가 결국 다 등을 돌리게 만드는 조직이 한 두개인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조직이 되길 바라고, 팀이 조금 더 성장하길 바라고,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조직과 일터.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거기에 머물러 있고 싶어하고, 어떤 이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조직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머 하나 가져갈게 없나 두리번 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밥벌이니깐 하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 좋은 조직은 더 피곤해지는 길이며, 성장하는 것을 '조직'에서, '일터'에서 한다는 것은 낭만주의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조직은 그들이 딱 원하는 만큼만의 '리더'와 '리더십'을 갖는다. 여기에서 새롭게 부임된 리더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스토브가 점점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것처럼 '드림즈'의 꿈이 서서히 달아 오른다. 리더십에 의존하는 것은 나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리더'를 제대로 정의하고 그 '업'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것은 필요하다. 스토브 리그 시작이다. 


나의 아저씨 리뷰에 이어서 스토브 리그를 하나씩 곱씹어 보면서 리더십, 조직문화, 동기부여, 동료애, 성과에 대해서 고민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BHaJRBa8lTM


https://brunch.co.kr/brunchbook/minnati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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