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호수_정지용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은
마음 한 켠이 그 사람의 자리를 마련해 두는 것
누구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마음에서 몰아내고 싶은 사람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누구나 사랑을 하고
호수처럼 차오르는 열정을 느끼다가
말라 비틀어진 가뭄철
호수의 바닥을 들여다 보곤 한다
인간이 이것밖에 안되었나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허무한가
보고싶어서 미칠 것 같은 그 마음도
여름한철 내리쬐는 햇빛에 다 말라 버린 것처럼.
다시 마음 속에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면
이제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라면 좋겠다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가득채워놓고선
썰물처럼 빠져나가도 내일이면 다시 들어올테니
호수 바닥 말라비틀어질 걱정하지 않고
오늘은 이렇게 기다리면 내일은 채워지겠지 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