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예술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an 14. 2021

눈감을 수 밖에

호수_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호수_정지용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은

마음 한 켠이 그 사람의 자리를 마련해 두는 것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은

마음에서 몰아내고 싶은 사람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누구나 사랑을 하고

호수처럼 차오르는 열정을 느끼다가


말라 비틀어진 가뭄철

호수의 바닥을 들여다 보곤 한다


인간이 이것밖에 안되었나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허무한가


보고싶어서 미칠 것 같은 그 마음도

여름한철 내리쬐는 햇빛에 다 말라 버린 것처럼.


다시 마음 속에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면

이제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라면 좋겠다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가득채워놓고선

썰물처럼 빠져나가도 내일이면 다시 들어올테니


호수 바닥 말라비틀어질 걱정하지 않고

오늘은 이렇게 기다리면 내일은 채워지겠지 할 수 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