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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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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Feb 15. 2021

새로운 기념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가복음 9장_초막 셋과 예수님

베드로가 끼어 들었다

"랍비님, 지금은 중대한 순간입니다!


기념비 셋을 세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나는 주님을 위해, 하나는 모세를 위해


하나는 엘리야를 위해서 말입니다."

일행과 마찬가지로 눈앞의 광경에 놀란


베드로가 무심고 뱉은 말이었다

바로 그때 빛럼 환한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 깊은 데서

한 음성이 들려 왔다


"이는 내가 사랑으로 구별한 내 아들이다

그의 말을 들어라."


잠시 후에 제자들이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 보니,

오직 예수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가복음 9장_메시지 성경





독일에서는 기념을 세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추억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경고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존경하기 위해서.


추억하기 위해서는 모누멘트monument나 뎅크말denkmal을 쓴다

뎅켄denken이 생각한다라는 뜻이며, 말은 표시와 표지이다


추억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것

기념의 생각의 한 형식이다


경고하기 위한 쓰이는 말은 만말Mahnmal이다

마넨Mahnen은 무엇인가를 경고하고, 주의시킨다


마지막으로 존경하기 위한 에렌말Ehrenmal이 있다

에렌ehren은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말이다


인간은 추억하기 위해, 경고하기 위해

그리고 존경하기 위해서 기념한다


이 책에서 베를린이 기념하는 방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어릴적에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나에게 은사님들이 많았다


그들은 살아 있는 천사 같은 모습으로

영적인 아버지가 되기도 했으며


진실로 굶주릴 때 먹여주고 등을 토닥거리며

세상이 무너져도 두 손을 놓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 분들의 존경을 기념하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도움을 청하면 응하려고 한다


4살 정도부터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연희동 아랫동네에 살때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의 가죽 붙이는 솜씨


동네 형들과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며

즐겁게 '꼴찌수색대'라는 이름을 붙인 일들


나중에 알았지만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집 근처였다는 것은 아주 쌤통인 것 같다


병깨기 놀이하면서 온 동네 병을 수거해서

모아 놓고 하루종일 놀았던 일들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시면

화해의 표시로 포장마차 꼼장어를 먹었던 일


그래서 어떤 때는 어머니 아버지가

언제 또 싸우시나 했던 모습들.


기억도 나고, 추억도 생각나고

사람들의 이름도 기억난다




그러나 가장 오랫동아 남는 기억은

'경고'가 가득 담긴 기억이다


기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저주스러운

내 인생에서 씻어 버리고 싶은 기억들이다


물론 모든 것들을 다 말할 수 없고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고하는 기억은

'다시는 그 길로 가지 말라'라는 문장이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내리치는 것 같다

경고가 가득 담긴 기억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다시 내가 잘 걸어가고 있는지

혹시나 잘못된 길, 마음을 쓴 건 아닌지 돌아본다


가끔 역사속에서 이런 기억을 만난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기억해야만 하는 기념들

우리 삶에 존재하지 말아야할 기념들


베를린이 유태인 학살을 기념하는방식




베드로에게 변화산의 기억은

과연 어떤 기억이었을까?


추억의 장소였을까? 아니면 존경하는

엘리야와 모세를 만난 기억이었을까?


혹은 다시는 그렇게 중얼거리지 말아야지

하는 경고의 기념이었을까?


추측해볼 수 밖에 없지만

때로는 베드로에게 그 기억은 경고였을 것 같다


사도행전에서 보였던 베드로의 말투는

"아니 하나님이 한 걸 왜 나한테?"라는.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을 왕으로 삼으려하고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에 앉을려고 하거나,


하나님을 자신의 초막에 가두어 놓고

우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고.


성전을 지으려는 다윗의 계획을 하나님은 왜 막았을까? 왜 움직이는 회막이었어야만 할까?




결국 예수님만 남았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시간의 흐름이 어느 정도 인생을 채우고 나서는

점점 기념과 추억이 빛을 바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 기억, 추억이

나에게 기념과 경고와 존경을 자아낸다


예수님만 남았고 결국

예수님과 함께 걸을 지를 결정해야 한다


초막 셋을 짓고 예수님을 기념하는게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면서


새로운 기념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는 경고와


매번 새롭게 깨달아가는 존경과

아름다운 동행으로 인한 기념이


인생을 감싸고

시간을 껴 앉아


새로운 삶의 의미를 주고

인생의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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