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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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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12. 2021

생각할 거리가 없는 길

요한복음 12장_메시지 성경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를 섬기는 사람은

나를 따라 오너라


나를 섬기는 사람은 내가 있는 곳에

있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는 사람은

아버지께서 높여 주시고 상 주실 것이다


내 마음은 몹시 흔들리고 있다

그러니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아버지 나를 여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라고 말해야 하겠느냐?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이것 때문에 온 것이다

나는 '아버지,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 보이십시오'


라고 말하겠다

라고 말하겠다!


요한복음 12장_메시지 성경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철없이 군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 이유가 있었다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생각할꺼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생각할거리를 스스로 부정하기도 하는가 하면


역사적으로 스토리가 별로 없어서

생각이 깊이있게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깊이가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깊이가 없는 시간은 리듬감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살아온 역사에 대해서도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해서도


리듬감이 아니라 어떤 사건 주위에

똘똘 뭉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그 사건은 자신 삶의

영역으로 한정되고 축소되어서


결국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라는


생각으로 정리된다

그래서 어떤 주제를 말해도


자신과 관계가 없는 주제이면

으레이 그런건 철학자들이나 하는 소리라 한다.


우리시대에 철학자들이 사라진 이유는

자기중심성이 강해진 문화 때문이 아니라


생각할꺼리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의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생각할 꺼리가 별로 없는 기독교인들을 본다

그리스도를 따라가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스도처럼 몹시 흔들리는

고통과 번뇌의 연속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조금 더 좋은 삶, 남들보다 멋진 삶

험난한 세상 속에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요즘은 그런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스스로 생각할 꺼리가 없어서

역사의 편린들을 가져다가 끼워맞춰주는


이들의 망상을 기억으로 삼고 있는

소위 어른들을 본다


사회주의가 어쩌고, 주사파가 어쩌고

기독교가 대세를 이루어야 한다고.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이야기들이

왜 바리새인처럼 느껴지는지.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나에게는

왜 산헤드린 공회에서 손씻고 있는 빌라도 같은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매번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들어가야하고

사회의 변화에서도 앞장서야 한다


나만 여기서 잘 버티다가

간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리스도가 굳이 이땅에, 역사의 한 시점에

오실 이유가 없었다


오늘 본문처럼 예수님은 처음부터

이것때문에 오셨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신다

자기자신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사실은 맞다, 예수님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라고 하시면서 결국은 십자가를 이야기하셨다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그래서 결국 제자들은 다 도망갔다

오늘날 기독교가 욕 먹는 이유는


예수쟁이라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길을

따르지 않고, 생각할거리가 없는 길을 가기 때문이다


고난이 축복이다라는 자조적인 혹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을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그리스도의 길은 험난하다는 것이다


생각할거리들 투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것이다


드문드문 찾는 그 길에서

그리스도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기쁨은 오히려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흘러넘치고

외부의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죽어라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린다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서

후대에, 아주 소규모의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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