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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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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02. 2016

추억과 기억

지금 여기, 나라는 존재

인생은 추억을 먹고 자라나는

유추프라카치아 같다


인생은 해석학의 나선형이라서

항상 지나간 일을 반성하거나 기억할 때

자신을 지지하는 토양이

비옥하게 되는 듯 하다




어릴적, 동네에서는 항상

삼삼오오 모여서 놀이를 했다

여느 아이들의 놀이에서처럼

자본주의 망명정부가 남겨놓은

몇장의 지폐처럼

'경쟁'이라는 개념이 담겨 있는

비석치기와 잣치기 같은 것들인데,

항상 끝날 때 쯤이면 싸움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이긴 팀은

의기양양 세상을 마치 다 가진 것처럼

거들먹 거렸고, 진 팀은 이내 분에 겨워서

한번 더 하자고 팔을 걷어 붙이고

달려 들었기 때문이다


승리하고 패하고

어린 나이에 함께 무엇을 했을 때

그 결과는 누군가가 우세하게 된다는

경쟁의 도식을 살아내는 동안

나는 매일 외로웠다


그렇게 연희동 산동네의 삶은

아이들에서 부터 어른까지

항상 부족함과의 싸움이었고

자본의 결여는 자신감의 결여로

나타나는 길목에서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인간 근본의 추구함이

나를 인간으로도 만들었다가

물건으로도 만들었다가

아무런 의미없이

겨우 구석에 조금 보이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항상 달리기하면 중간쯤 달리다가

옆사람이 얼만큼 달리고 있지하고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 때 바로 뒤 쫓아 오던 사람이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같이 뛰고 싶었는데

레이스를 시작한 순간 같이 뛸 수는 없고

누군가와는 비교가 된다는 것을 안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맥박이 느려졌던 것 같다


결국 결승점에는 항상 꼴등 아니면

두번째로 도착했고

나는 달리기를 못하는 아이로

친구들로부터, 또한 스스로에게도

낙인찍혀버렸다


*나중에 군대가서 알았지만

나는 달리기를 곧잘하는 친구였다.

군대에서 함께 구보를 하는 내내 나는

하나도 지치지 않았고

함께 달리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항상 즐겁게 달렸던 것 같다


중학교 시험시간.

13과목중에서 8과목이나 만점을 맞았다

친구들은 부러워했고

나는 나 조차도 신기해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처음에는 부러워하는 것 같아서

나름 우쭐거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내가 앞선다는 것

혹은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기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계속 외로웠고


성적으로 사람됨을 인정받거나

시험점수로 나의 미래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여간 못 마땅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시험을 볼 때면 매번

위염과 같은 것이 있었고

어머니는 1등하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못내 맘에 들지 않아하셨다


나는 무엇인가 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내내

거울 속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고민을 연신 내맽으며

스스로의 눈동자와 마주치곤 했다


고등학교 모의고사.

과외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학원도 수학학원 고작 2개월에

영어는 60문제중에 10개찍어서 맞고

수학은 40문제중에 고작 몇개 맞았던 시절


모의고사가 끝나는 시간은

지옥과 같이 나에게는 암흑과 혼돈이

나를 낭떨어지로 밀어버리는 시간이었다


그렇다

학교 공부야 외우고 밤을 새우면 되지만

모의고사는 그렇지 않았다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인가 자유롭게 응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았던 시절


나는 수능을 보기 1개월전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고

공부와 경쟁 그리고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


다른 이들의 시선과

따라주지 않는 나의 역량과

집에 돌아가면 집안의 문제때문에

항상 울고계신 어머니와

마주하는 내내


산다는 것은 고통이고

숨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죄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항상 시험결과에 따라서

나는 머하는 인간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나처럼 고생하는, 고민하는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헤르만 헤세

미우라 아야꼬

서머짓 몸

모파상


세계명작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존재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명작이구나 했다

고민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시간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높아갈 수록


아브라함

다윗

에스더

바울

예수님


성경 저자들의 고통과 아픔이 느껴졌고

나의 고민은

인간의 영혼의 문제까지 깊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고민하는 내내

나는 나의 생각의 나이테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깨달았고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세상이 줄 수 없는

가치관과 기준점들을

만들어갔던 시간대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통으로 본 시간적 역사 가운데

공시적으로 수 많은 사건들이 가득가득하다


한 사람의 인생은

누구도 머라고 훈수둘 수 없는

시간의 연속

공간의 연결

의미의 집합

이기에


한 사람 한 생명

하나의 기억과 하나의 추억이

소중하고 귀하다


해석학적 존재인 인간의 짧은 인생에서

거쳐갔던 수 많은 관념과 개념들

그리고 사람과 인상들


마음과 감정

기억과 추억


나는 수없이 부서지고

날마다 만들어져 왔다


내가 아닌 것들과의 싸움도

나를 나되게 만들었던 것들과의 화해도


모두

오늘

여기

다시 시작하는


조그만 뭉개구름같이

신선하다


인생은

기억과 추억의 나선형


나는 나의 기억에 감사하고

추억에 낭만한다


오랜만에 다시

기억속 서랍을 열어

추억이라는 책장을 펴냈다


이럴 때 항상

윤동주 시인이 생각나더라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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