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May 10. 2021

조그마한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한복음 10장

나는 양이 드나드는 문이다

다른사람들은 모두 못된 일을 꾸민다


그들은 하나같이 양도둑이다

양들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문이다

나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보살핌을 받고 마음껏 드나들며

풀밭을 찾게 될 것이다


도둑은 오직 훔치고 죽이고

멸명시키려고 올 뿐이다


내가 온 것은 양들로 참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고


그들이 꿈꾸던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선한 목자다

선한 목자는 자기보다 양들을 먼저 생각해서


필요하다면 자기를 희생하기까지 한다

삯꾼은 참된 목자가 아니다


삯꾼은 양들을 하찮게 여긴다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급히 달아난다


그러면 양들은 이리에게 잡아 먹히거나

뿔뿔히 흩어지고 만다


삯꾼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돈 밖에 없다


삯꾼은 양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요한복음 10장_메시지 성경




존번연의 천로역정에는 주인공 크리스천이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무거운 짐을 해결하려고


그 먼 길을 떠나다가 만나는

다양한 인생의 문제들이 천로역정의 핵심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크리스천에게 누군가 물어보니

"내가 성경책을 읽었을 때부터 내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이 이야기가 계속 사무친다


내가 만약 성경을 몰랐다면

성경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살았을까?


처음에는 성경의 말씀들이 엄청 재밌고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말씀들은 무겁고 살벌하고

때론 감당할 수 없는 거친파도와 같았다


그리고 어느순간 신앙의 잠수법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러니깐 인생의 무게가


조금씩 영혼의 무게와 비슷하게 느껴질 때

문제의 중심으로, 삶의 한 가운데로


인간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서

그 말씀이 살아 있게 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 말씀을 읽고 듣고


몸으로 살아내려고 하는 표현마다

말씀은 무게를 영혼 깊이 내딪고는


나의 살이 되고 피가 되고

뼈가 되는 것을 경험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것은

내겐 쉽지 않다


말씀의 무게가 없을 때는

버티느라 힘들었는데


말씀이 나를 깊이 두발로 서게 하신 후에는

이 세상을 바꾸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서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인가 바꾸고자


걸어가게 만든다

이 세상에 돈이면 다된다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돈이 아니라도 사람은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고


더군다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으니

누구나 우리가 판단할 수 없을만큼 귀하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온 지난 20년동안

만나는 사람 10명중 9명은 나에게


"정신차려라~, 너는 너무 순진하다"라는 둥

"너도 곧 물들게 될꺼다, 그건 젊음의 객기다"라는 둥.


버티고 참아오면서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 분들의 말씀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지는 않으나

오히려 삶을 살아가는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되어


우리의 영혼의 속살과 마주하고

오롯이 서로를 사랑으로 안아 주면 좋겠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삯꾼의 길이

훤희 보인다, 그것도 아주 잘 보인다


조금만 앞으로 성큼 걸어가면 돈이 굴러 들어오고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만 비껴내면


비록 부정직하다고 해도

하고싶은 거 하고 남을 정도는 벌것 같다


그런데 이 구조 자체가 그렇게 벌어 들이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로얄티를 내야 하기에, 걱정이다, 고민이다


누군가와 약속한 것 때문이 아니라

말씀의 무게가 자꾸만 나를 짖누르기 때문이다




선한목자 밑에서 계속해서 보호를 받았으니

이제 나도 선한 목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분이 계속 연결되어 있으시니

나는 그냥 잘 따라가면 될 것 같다


보이지 않았던 수풀에 가려진

조그마한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틀림없이 풍성한 수확을 거둘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