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un 15. 2021

또 구별짓기 시작한다

누가복음 18장

자신의 도덕적 행위에 흡족해 하며

자만심에 빠져서 보통 사람들을 업신 여기는


사람들에게, 예수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새인이고, 다른 사람은 세금징수원이었다


바리새인은 자세를 잡고 이렇게 기도했다

'오 하나님, 내가 다른 사람과 같지 않으니 감사합니다


강도나 사기꾼이나 감음하는 자나,

행여 이 세금 징수원가도 같지 않으니 감사합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금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일조를 드립니다


한편, 후미진 곳에 구부정하고 웅크려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세금 징수원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말했다


'하나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십시오.'


예수께서 설명을

덧붙이셨다


"하나님과 바른 관계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다름 아닌 세금 징수원이었다


너희가 고개를 쳐들고 거만하게 다니면

결국 코가 납장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너희는 자기 자신보다

큰 존재가 될 것이다


누가복음 18장_메시지 성경




어느시점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기다려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행동이나

새로운 해석, 남다른 의미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흔히 중2병이나

사춘기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어느순간 이러한 지점을 지나서

사회적으로 주체라고 인정을 받으면


비로소 그 사람의 특징이라거나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거나


혹, 그 특이점이 근사 하거나 성과를 내거나 하면

아 정말 저 사람은 멋진 사람이야~라거나


그 사람의 매력이라고 하면서

존중을 해준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신만의 특별한 변화를 지우면서 산다


사람들이 주는 인상이나 그 당시의 문화

집안환경과 가정의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이 만든 인격의 옷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입혀준 인격의 천조각을 걸치면


이제 문화라는 주인이 나타나서

자신의 마음대로 천조각을 이어 붙여서 옷을 만드는데


어떤 옷은 왕이나 대통령, 어떤 옷은 경찰

다른 옷은 청소부의 옷을 만들어서 나누어 준다


나누어주는 방식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만들어서 정해 버린다


그리고 남은 부분을 '선택'이나 '계약'에 의해서

제도를 만드는데 '우리가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바리새인들이 입고 있던 실크옷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옷이었다


바리새인 자신도 모르게 태어나 보니

부유층에 지배집단이었고


태어나자 마자 비단옷을 입혀주어

마치 진짜로 자신이 그런 줄 알았다


마찬가지로 세금 징수원은 태어나보니

매국노에 헤롯의 신하인 집안이었고


이것이 자랑스럽지 않아서

매번 옷을 감추고 싶어 했다


하나님 앞에 두 사람이 섰을 때

한 사람은 그 옷 때문에 자존감이 올라갔고


한 사람은 자신감이 떨어졌다

하나님은 중심을 보고 계셨다




내가 누구인지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내가 살아온 시절 만큼이나


나를 형성하는 계기들을, 조건들을

모두 빨래터에 내 걸어 놓고


홀몸으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하기에.

이것을 '자기부인'이라고 불렀다


그러고 나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나은 점

누구보다 뛰어나거나 멋진 부분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것들 때문에 다른 이들을 무시했던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아 내가 인생을 잘 못살았구나~'한다


재밌는 사실은 이러한 과정이 역사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모두가 자신이 입은 옷을 빨래터에


내걸어 놓는 '희년'이 와도 산헤드린 공회의

그늘에 숨어서 자신들끼리 옷을 바꿔 입었다는 것.


그래서 또 하나의 특권층이 생겨났다

바리새인들의 옷은 그렇게 계속 빛나게 되었다


그리고 절대 빨래터로 가지 말 것

자기를 부인하지 말 것, 다른 사람과 구별할 것


그 구별하는 근거를 실크옷으로 판단할 것.

이런식으로 비밀이 전해졌다




누군가 자기 자신이 좀 특별하고

다른 사람과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옷을

벗어본적이 없거나 가족들끼리 돌려 입었거나


성 밖을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거나

'자기부인'하라는 십자가의 길을 가지 않거나.


그러면 그렇지 않고 자신들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방식의 입증방법을


생각해 내는게 '율법'이었다

율법은 하나님도 어기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그 율법이 자신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에.


끝이 없는 이야기이다

간혹, 이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니고데모가 있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함께 합리화하고

또 구별짓기 시작한다


그 방식이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고

합리화하던 방식과 다르지 않는 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비밀로 하고

모든사람에게는 공개하는 방식으로.


취향이 계급이 된다는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바깥으로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혼자 벌거 벗고 있어도


비록 모두에게 조롱당해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하나님 앞에


나서는 용기이다

그 용기의 끝은 기도고 엎드림이고


자신은 모르지만 남들이 보면

겸손하게 보이는 길이다


세금징수원은 이날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하나님 앞에 섰다


마침내 자기부인의 길에서

하나님과 자신의 구별이 없어졌다


거룩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주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유치함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